거울뉴런이 고장나면 자폐증이 찾아온다
  • 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 승인 2012.04.0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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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행동 의도 이해하고 미래 행동 예측하는 능력 떨어져

ⓒ honeypapa@naver.com

원숭이들이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면 따라 하기 때문이다. 원숭이는 인간의 행동도 따라 하지만 다른 원숭이의 행동도 바로바로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 원숭이들이 다른 대상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거의 자동적으로 이를 모방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뇌 속에 그것을 가능케 하는 장치가 이미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리조라티(Rizzolatti) 등의 연구자들은 짧은꼬리원숭이의 전운동 피질(premotor cortex)의 뉴런들은 자신이 어떤 제스처를 취할 때도 흥분하지만, 다른 원숭이가 동일한 제스처를 취하는 것을 관찰하기만 해도 흥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뉴런들은 자신의 행동을 마치 거울로 보는 것처럼, 즉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기만 해도 자신이 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흥분하기 때문에 거울뉴런(mirror neurons)이라고 불린다.

모방 행동은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 작용에 도움

원숭이들만 상대의 행동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도 자동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다. 옆에 있는 사람이 다리를 떨고 있으면, 어느샌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리를 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연구에서는 실제 실험 참가자가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동안에 실험 참가자로 위장한 실험 도우미의 행동을 변화시켰다. 도우미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자기 다리를 반복적으로 떨거나 자기 코를 반복적으로 문질렀다. 결과에 따르면, 도우미가 코를 문지른 조건에서는 참여자의 코 문지르기 빈도가 다리 떨기 빈도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도우미가 다리를 떨었던 조건에서는 참여자의 다리 떨기 빈도가 코 문지르기 빈도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실험 참가자는 자신이 도우미의 행동을 따라 했다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고 있지 못했다는 점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단순 행동을 따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실험에서 도우미와 참가자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었다. 또한 실험에서 주어진 과제는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실험 도중에 도우미와 참가자 간의 사회적인 상호 작용도 일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참가자가 도우미의 행동을 따라 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참가자는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단순 행동을 모방한 것이다.

사람들이 타인의 행동을 지각하기만 해도 이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한다는 것은 원숭이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뇌에도 거울뉴런이 존재할 것이라는 가정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이아코보니(Iacoboni) 같은 연구자들은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 장치를 이용해서 사람의 뇌에서 지각과 단순 운동 행동의 수행을 동시에 담당하는 영역을 확인했다. 사람의 뇌에도 거울뉴런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모방 행동을 가능케 하는 신경학적인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에는 왜 거울뉴런이 있는 것일까? 단순히 타인의 행동을 따라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우리의 뇌는 진화의 과정에서 거울뉴런을 선택하고 지켜온 것일까?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기만 해도 자신이 실제로 그 행동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흥분하는 거울뉴런은 우리로 하여금 타인의 행동을 좀 더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즉, 타인의 행동을 단순히 관찰하기만 했음에도 이를 자신이 직접 했을 때처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거울뉴런 덕분에 우리는 훨씬 더 쉽게 타인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그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타인의 행동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매끄러운 사회적 상호 작용에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의도와 동기를 파악해야 상대방이 미래에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예측하는 것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의 의도와 동기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미래의 상황을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적절한 대비책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상대방과의 상호 작용을 성공적으로 이끌 확률이 더 높아지고, 나아가서는 생존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타인의 행동을 모방한 결과를 상대의 의도와 목표에 대한 해석을 담당하는 뇌의 인접 영역에 전달함으로써 타인의 행동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거울뉴런의 존재는 우리의 사회생활, 더 나아가 진화적 관점에서는, 우리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만약 거울뉴런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까? 

타인의 행동 의도를 이해하고 미래 행동을 예측하는 능력은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 작용에 필수적인 것이다. 자폐증은 바로 이런 사회적 상호 작용과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을 보이는 것이 주요 특징인 발달장애이다. 자폐증을 앓으면 타인과의 의사소통 기술이 심각하게 부족해지고 친구 사귀기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영화 <레인맨>에서 숫자를 기억하는 데 천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폐증 환자로 나오는 더스틴 호프만 덕분에 대중에게 알려진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의 경우에도 정상 지능을 가지고 있고, 특정 영역에서는 매우 뛰어난 기술이나 재능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사회적 기술이나 의사소통 능력은 심각하게 부족하고, 그 결과 제대로 된 동료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다양한 유형의 자폐증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이로 인해 타인과의 사회적 의사소통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남이 다리 떨 때 자동적으로 내 다리가 떨리는 것이 좋은 이유

자폐아의 동생이 자폐아가 될 가능성은 비자폐아의 동생에 비해 약 15% 정도가 크다. 또한 일란성 쌍생아 중에서 한 명이 자폐증이면 다른 한 명도 자폐일 확률은 70%에 달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자폐증의 원인이 생물학적 요인에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근의 연구들은 자폐증의 사회적 상호 작용 기술의 부족은 거울뉴런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자폐증의 경우 타인의 안면 근육의 변화가 어떤 정서를 의미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타인의 행동을 따라 하는 모방 행동을 적게 하고, 타인의 행동 모방과 관련된 뇌 부위의 활동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폐증인 사람은 타인의 행동을 관찰했을 때, 거울뉴런의 활동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폐증이 거울뉴런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는 최근의 연구들은, 우리가 타인의 행동을 지각하자마자 자동적으로 모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타인의 다리 떨기를 모방하는 것 이상의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우리에게 제공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심리학의 힘 P: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11가지 비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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