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나리오로 본 총선 후 정국 기상도 / 민주통합당 등 야권이 과반 확보하면 '청문회 정국'
  • 안성모·조해수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4.0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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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대승 거두면 박근혜 위원장의 대권 길도 ‘술술’…민주당 패배 땐 손학규·김두관 부상 가능성 커

박근혜 ⓒ 시사저널 유장훈
4월11일 치러질 19대 총선은 8개월여 뒤인 12월에 있을 18대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지니고 있다. 총선에서 승리해 정국 주도권을 잡아야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여야가 사활을 걸고 진검 승부를 펼치는 이유이다. 야당이 압승을 거둔다면 정국은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현 정권의 무능과 부패가 국회의 도마에 연일 오를 것이다. 반면 여당이 승리할 경우 거세게 몰아치던 ‘정권 심판론’이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시도했던 야권 연대도 동력을 상실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대권 주자들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이번 총선을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했다. ‘박근혜 선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총선에서 승리하면 대세론을 굳힐 수 있겠지만, 패배하면 선거 책임론에 휘말려 대세론에 금이 갈 수도 있다. 이 경우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친이계 ‘잠룡’들이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

문재인 ⓒ 연합뉴스
야당에서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범야권을 아우르는 역할을 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대세론이 확산될 수도 있고, 회의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상임고문 등 기존 주자들과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 신진 주자들도 대권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바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권 도전 여부도 여야의 총선 성적에 따라 가시화할 수 있다. 총선 결과에 따른 네 가지 상황에 따라 향후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 시나리오별로 분석해보았다.

■ 시나리오 ① 민주당 대승, 단독 과반 확보

김문수 ⓒ 연합뉴스
민주당이 만약 국회 과반 의석인 1백50석 이상을 확보한다면 향후 정국은 ‘MB 정권 심판론’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능구 이윈컴 대표는 “민주당이 이 정도의 대승을 거둔다는 것은 ‘정권 심판론’이 그만큼 폭넓게 확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은 국민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새롭게 구성되는 국회에서 특검은 물론 청문회도 열릴 가능성이 크다. 정국이 심하게 요동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민주당에서는 주류로 올라선 범친노(친노무현) 세력의 당내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문재인 상임고문의 주가도 덩달아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고문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공천 파문 문제를 직접 해결하러 나서는가 하면,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조정자 역할까지 맡는 등 광폭 행보를 펼쳤다.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다면 명실상부한 야권의 대표 선수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대세론’이 ‘문재인 대세론’으로 옮아갈 가능성도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심각한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불패론’이 깨지면서 ‘박근혜 불가론’이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황인상 P&C정책개발원 대표는 “당장 ‘박근혜 대세론’부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박위원장의 경우 ‘선거의 여왕’으로 불릴 정도로  지금껏 선거에서 이겨왔기 때문에 여권에서 공천 등에 불만이 있더라도 반발을 애써 가라앉힐 수 있었다. 여기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면 대세론은 급격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총선의 경우 박위원장의 원톱 체제로 진행되었다. 그만큼 결과에 따른 책임도 크다”라고 지적했다.

정몽준 ⓒ 시사저널 박은숙
이에 따라 새누리당 내에서는 그동안 암중모색을 해온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박근혜 대항마’로서 대권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의원도 본인이 직접 대권 도전에 나서거나 킹메이커 역할을 맡아 박위원장과 대결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 외곽에서는 정운찬 전 총리가 대권 도전에 뛰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친이계의 반격이 대선 구도를 뒤흔들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이다. 이철희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박근혜 대항마로서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지사는 물론 정운찬 전 총리를 영입하는 방안까지 나올 것이다. 하지만 박위원장을 꺾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친이계가 당을 이탈할 가능성도 작다는 관측이 많다.

■ 시나리오 ②
민주당 신승 - 제1당 탈환, 야권 연대 과반 확보

민주당이 제1당에 오르고 야권 연대를 통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경우에도 ‘정권 심판론’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여소야대 형국이기 때문이다. 위기에 직면한 새누리당 내에서 ‘반박’(反朴) 진영의 ‘박근혜 흔들기’도 잇따를 전망이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여소야대에서는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화하고 여당의 정국 주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근혜 위원장의 대선 행보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주목되는 부분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야권 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의 입김이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20석 이상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캐스팅 보트를 통해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능구 대표는 “공동 의회는 물론 공동 정부까지 논의가 가능한데, 과거 DJP 연합 당시 국민회의는 자민련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이번에는 그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가령 한·미 FTA의 경우 재협상의 시간을 갖겠지만, 재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폐기로 나갈 것이다. 민주당이 의석 수는 훨씬 많지만 통합진보당의 가치와 목표를 수렴하는 방향으로 정국이 흘러갈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대권 주자로서는 통합진보당의 유시민 대표의 발언권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하나는 보수 진영에서도 연대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통합진보당을 포함한 야권이 정국을 주도하는 데 대해 위기감을 느낀 보수 세력이 결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친박(친박근혜) 세력이 당권을 장악한 새누리당이 ‘박근혜 흔들기’를 무마하는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범보수 대연합이 성사될 경우 대권 주자로서 박위원장의 입지는 오히려 더 탄탄해질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셈이 된다.

새누리당 내에서 “이번 총선에서 100석도 얻기 힘들다”라는 식으로 ‘엄살’을 부리는 것도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 성적이 목표치에 미달하면 박위원장을 흔들 것으로 보고 미리 대비를 해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대한 노력을 했지만 총선 구도 자체가 불리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 대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도 힘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야 한다는 ‘범보수 결집론’을 자연스럽게 내세울 수 있다.

■ 시나리오  ③ 새누리당 신승 - 제1당 수성

손학규 ⓒ 시사저널 임준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엇비슷한 의석을 차지할 경우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이 제1당의 위치를 수성할 경우, 민주당 내부는 상당한 혼란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현재 의석 수와 비교한다면 성과가 적지는 않다. 원내 활동 폭이 훨씬 넓어진다. 하지만 선거 초반 유리했던 국면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 추궁이 거세게 일 전망이다. 특히 당 지도부 내부의 균열이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명숙 대표 체제가 유지되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으로서는 정권 창출에 대해 새로운 방안도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문재인 상임고문의 총선 행보가 선거 전반에 큰 영향을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면 ‘문재인 회의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손학규 전 대표의 당 혁신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상임고문도 적진인 서울 강남 을에서 생환해 발언권이 커지면 현 지도부에 대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 명의 ‘잠룡’인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대안’으로 강력히 부상할 가능성도 항상 열려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일단 가슴을 쓸어내릴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위원장의 대권 행보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박위원장으로서는 대세론을 다시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하지만 제1당이 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여소야대 정국은 여당에게 불안감을 안겨준다. 정국 운영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지만, 자유선진당 등 보수 정당과의 합당이나 연대를 시도할 수도 있다.

■ 시나리오 ④ 새누리당 대승 - 보수 연대로 과반 확보

김두관 ⓒ 연합뉴스
예상을 깨고 새누리당이 독자적으로나 혹은 보수 연대로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면 ‘박근혜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불리한 선거 국면을 극복하고 대역전승을 일궈낸 만큼 총선을 이끈 박위원장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질 전망이다. 박위원장은 비대위 출범과 공천 과정을 통해 단기간에 조직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다 총선에서도 대승을 거둔다면 여권의 대선 단독 후보까지 노려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당내 세력을 완벽하게 구축한 박위원장이 직접 키를 잡고 ‘범보수 연합호’를 띄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야권은 공황 상태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경우 지도부 총사퇴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후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더라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실질적인 야권 대통합을 모색하는 등 현재와 다른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야권 연대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평가가 나오면 야권 내 통합파의 입지가 좁아져 대통합까지 가는 길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민주당 내에서는 통합 후 너무 왼쪽으로 치우쳤다는 문제 제기가 나올 수 있다. 결국 중원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게 되면 손학규 전 대표가 다시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다. 반면 문재인 상임고문은 힘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총선 성적이 기대 이하에 그칠 경우 안철수 원장이 대안으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안원장이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그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안원장의 정계 진출 여부는 대선 정국을 뒤흔들 가장 큰 변수로 여겨지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원장이 대선에 나오려고 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민주당에 입당하지는 않겠지만 야권의 대선 후보 단일화에 뛰어들 수 있다. 7월 쯤 후보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면 정치 무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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