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부메랑이다
  • 소종섭 편집장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2.04.0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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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물이라도 뱀이 먹으면 독이 되고, 젖소가 먹으면 우유가 된다. 같은 칼이라도 요리사가 들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도구가 되지만, 강도가 들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흉기가 된다. 알프레드 노벨이 자신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건설이나 채굴 등 산업 발전에만 쓰이지 않고 사람을 살상하는 무기로 사용되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노벨상을 만들었다는 말도 있다. 이처럼 대상이 같아도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난다.

권력도 이와 같다. 권력의 힘은 계측하기 어렵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딱 이것이다! 하고 규정하기도 애매하다. 별로 힘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엄청난 힘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힘이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꽤 힘이 있는 권력이 있고, 힘이 막강한 것 같지만 사실은 힘이 없는 권력도 있다. 아마 권력을 쥔 자 스스로도 권력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권력자를 따르는 무리들이 과잉 충성을 하거나 권력을 쥔 직후 같은 경우에는 실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크기보다 일시적으로 더 큰 힘을 쓸 수 있다. 권력자가 이것을 실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으로 착각해 계속 휘두르면 얼마 안 가 문제가 생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권력은 부메랑이다. 쓴 만큼 되돌아온다. 잘하면 민심의 지지를 얻어 원활하게 국정을 운영하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라면 화가 돌아온다.

현 정권 들어와서 두드러진 용어 가운데 하나가 ‘권력 사유화’이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주장하면서 주목된 용어인데 처음에는 ‘너무 심한 용어 아닌가’ 하며 긴가민가하던 이들도 시간이 갈수록 공감하는 정도가 넓어지는 것 같다. 이른바 ‘영포회’로 상징되는 특정 지역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요직을 꿰찬 뒤 권력의 힘을 이용해 반대파를 탄압하거나 이익을 챙기는 행태를 꼬집은 말이다. 검찰·경찰·국세청·국정원 등 주요 권력 기관들의 정보 라인이 거의 대부분 대구·경북 출신들로 채워졌던 때도 있었으니 그야말로 ‘끼리끼리 정권’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총선을 앞두고 갈수록 불길이 번져가는 이른바 ‘민간인 사찰 사건’은 이명박 정권의 핵폭탄이다. ‘권력 사유화’가 어떤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 사건은 사찰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나아가 2부 은폐 의혹을 넘어 이제는 권력과 돈이 등장하는 3부로 넘어갔다.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점입가경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이대통령은 과연 이 사건에 대해 몰랐을까.

특히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폭로한 대로 청와대 비서관이 입막음용으로 돈을 건넸다면 돈의 출처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일각의 주장처럼 국가 기관이 관련되었다면 그야말로 정권이 흔들릴 일이다.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네진 돈이 5천만원이었으니 사찰 라인에 있었던 지원관실의 다른 직원들에게도 비슷한 액수가 건네졌다면 수억 원이 된다는 얘기이다. 이 돈은 누가, 어디서 마련한 것일까. 검찰은 의혹 덩어리인 이 사건에 대해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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