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팀에게도 문호 개방한 탑밴드 시즌2 성공의 조건
  • 성우진│음악평론가·방송작가 ()
  • 승인 2012.04.10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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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밴드 모아 놓고 ‘감동’ 울릴 수 있을까

관련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우승팀 톡식의 김정우와 심사위원 김도균·신대철 씨(왼쪽부터).

최근 각종 오디션과 음악적 서바이벌이 펼쳐지는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식으로 쏟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음악 관계자나 시청자 사이에서 진정성이라든지 내용 면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이 <탑밴드>라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부 참가 밴드의 활동 내용이나 수상 경력 등이 거론되며 자격 여부에 대한 지적이나 비판이 온라인을 통해 쟁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말인 토요일, 비교적 황금 시간대라 할 수 있는 저녁 10시가 넘어 시작되는 <탑밴드>는 록 팬들로서는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꼭 등장한다는 ‘악마의 편집’이니 ‘억지스런 휴먼 스토리’가 없어서 그 편집 방향이나 진정성 면에서 후한 점수를 얻었다. 토요일 저녁 10시대라면 항상 지상파 3사가 공통적으로 전략적인 드라마로 승부를 거는 편성 시간이다. 그런 와중에도 대중적이지도, 일반적이지도 않은 밴드의 경쟁이 펼쳐지는 방송으로 시청률을 5%대까지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보통 인기 있는 가수나 아이돌 그룹이 출연하는 인기 가요 프로그램이나 순위 프로그램도 겨우 5%대 전후의 시청률을 올리는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절대 실망스럽거나 나쁘지 않은 결과이다. 정작 과도한 시청률 욕심을 가졌던 방송사 외에는 그런 것으로 실망한 시청자는 없을 것이다.

절반의 성공을 거두며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한 <탑밴드 1>

오랜 음악팬들이나 밴드 음악을 즐겼던 이라면 토요일마다 송홍섭, 한상원, 김도균, 신대철, 정원영,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과 전태관, 노브레인, 체리필터 멤버들과 신해철, 남궁연, 김종서, 유영석, 이상은 등이 각기 심사진과 코치진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을 것이다. 그런 바탕 속에서 선의의 경쟁이 펼쳐지며 결국 ‘포’와 ‘톡식(Toxic)’의 결승전 무대가 마련되었고, 시즌 1의 우승 트로피는 2인조 밴드 톡식이 차지했었다. 당시 엄청난 관심과 화제 속에서 심지어는 아이돌 그룹을 주로 키우는 기획사의 영입 제안까지 받았던 톡식은 그 모든 유혹이나 좋은 조건을 뿌리치고 일단은 선배 밴드 및 동료와 함께 독자적으로 기획사를 꾸리는 행보를 보이는 등 훈훈한 <탑밴드>식의 스토리를 이어가며 시즌1은 마무리되었다.  

예상보다 빠른 행보를 보인 <탑밴드 2>는 지난 3월 다시 논란과 함께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의 김광필 책임 PD는 흥미로운 선언을 했다. “이제 프로 밴드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 YB, 자우림이 도전해도 좋다!”라는 다소 파격적이고도 자극적인 발표였다. 이는 분명 시즌1에서 게이트 플라워즈, 브로큰 발렌타인 같은 밴드의 참가 자격 논란 덕분에 실행된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정규 앨범이나 이렇다 할 실적이 없는 홍대 라이브 출신의 밴드들이 도전하겠구나’라는 정도의 예상만 떠돌았다.

하지만 참가 접수가 시작되며 드러난 리스트는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시즌1에는 중간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멤버가 포함된 와이낫을 비롯해 축하 공연을 했던 피아, 타카피 외에도 10여 년의 경력을 과시하는 내귀에 도청장치, 프라다칼로, 새드 레전드 그리고 현재 새로운 트렌드 속에서 밴드 음악을 리드하는 슈퍼 키드, 데이브레이크, 시베리안 허스키, 바닐라 유니티, 몽니, 칵스, 넘버원 코리안, 악퉁, 고고보이스, 네미시스, 나비맛 등 그야말로 다양함과 화려함 그 자체였다. 그러다 접수 마감 날인 3월18일에는 상당한 팬들을 확보했고 음악적인 면에서도 호평을 받아온 피터팬 컴플렉스와 트랜스픽션까지 동영상 등록을 마쳤다. 

순수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이 모호한 상황 속에서 무려 6백50여 팀 이상이 영상 접수를 마친 결과물이 지난 3월24일 공개되었다. 통과된 팀은 99팀이었다. 하지만 처음에 “순수 아마추어와 직장인, 학생 밴드를 위해 따로 구별하고 배려하겠다”라고 했던 주최측의 ‘공약’은 지킬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유명 밴드는 거의 통과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일단 아마추어와 프로를 따로 한다고 해놓고 그냥 섞어서 뽑아버린 것이 유머, 그래서 유명 밴드를 50팀가량 뽑아놓았던 리스트에서 두 팀 빼고 다 붙은 것도 유머이다. 그런데 <탑밴드> 기사 난 것은 예리밴드랑 씨앤블루밖에 없는 것도 유머…”라고 풍자했다.

한 록 팬은 “나름대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활동해온 밴드를 후배들이나 록 씬에 큰 관심 없이 활동해온 선배가 코치나 심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럴 것이면 외국의 유명 프로듀서나 밴드를 데려다가 심사를 해야 한다”라는 주장과 독설들을 쏟아내기도 했다.

논란과 비판이 이어지자 김광필 PD는 “아마추어와 프로를 따로 보겠다고 한 것은 실수였다. 음악으로 먹고살 수 있는 것이 프로의 경계선이라면 이번 <탑밴드> 예선 참가팀은 거의 다 아마추어이다. 그런데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에 서 있는 팀이 너무 애매했다”라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역 밴드나 홍대 씬의 반응은 어떨까 궁금하다. 오로지 초지일관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고집하며 공연 기획이나 레이블, 라이브클럽 운영도 해온 한 고참 로커는 “지난해에도 <탑밴드> 참가 팀 중 상위에 속한 밴드는 클럽 공연을 꺼리고 섭외하기 힘든데, 이런 것이 씬을 위한 것이냐”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의견도 있다. “이제 각자 다 자신의 음악성과 영역을 지닌 밴드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떤 것을 심사하고 가르치며 지도해줄 것인가? 밴드 멤버가 밴드를 심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유명 밴드들이 지명도를 올리고 섭외 또는 상금을 노리고 출전을 결심했다는 비난도 있다. 이에 대해 와이낫의 보컬리스트인 전상규씨는 “<탑밴드>에 진출한 99개 밴드는 오랜 동료이자 친한 친구들이다. 이 프로그램 이후에도 다 다시 공연장과 페스티벌에서 만나고 오랜 시간 같이 음악을 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래서 <탑밴드 2>는 올스타전이다”라고 말했다. 

KBS의 홍보용 인터넷 화면.

거대해졌으며 관심도 증폭된 <탑밴드 2>가 제대로 살려면…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 프로그램을 처음 보게 되는 시청자나 밴드 음악을 접하지 못했던 일반인에게는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밴드가 모두 별다른 지명도가 없는 새롭고 이색적인 밴드일 수도 있다.

제작진의 장담대로 프로그램이 냉정한 대결 구도로 펼쳐지려면 올라간 팀도, 떨어진 팀도 아쉬움이나 미련이 남지 않도록 전문적이고 수긍할 만한 전문 심사위원단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구색이 아닌 전문 심사단과 평가단이야말로 참가 밴드와 마니아들의 신뢰나 이해를 확보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지난해 <탑밴드>에서도 전문 심사단이 등장했지만 록 음악인들 사이에서 이들에 대한 대접과 활용이 ‘야만적이고 비상식적이며 무례하다’고까지 비판받기도 했다. 이왕 <탑밴드 2>가 올스타전 형국으로 판이 펼쳐질 것이라면 공중파에서 록을 위한 판을 제대로 차려주기를 바라는 록 팬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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