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락-조현오 파워게임 벌였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04.10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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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윤리지원관실 감찰 자료에 관련 내용 기록돼

(왼쪽) 지난해 9월13일 국회 예결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조현오 경찰청장. ⓒ 시사저널 유장훈 (오른쪽) 지난해 9월13일 국회 예결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조현오 경찰청장. ⓒ 시사저널 유장훈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고위 공직자에 대한 감찰 자료를 만들었다. ‘복무 동향 기록’에는 업무 능력과 비위 의혹 등이 기록되어 있다. 고위 공직자의 ‘비밀 생활기록부’인 셈이다. 그런데 전·현직 경찰청장들의 기록 중에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지금까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60·구속)과 조현오 현 경찰청장(57)의 갈등 내막이다.

강희락 전 청장은 해양경찰청장을 지내다가 2009년 3월9일 경찰청장으로 수평 이동했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용산 철거민들을 강경 진압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 그 후임으로 임명되었다. 조현오 청장은 2010년 1월 경기청장에서 서울청장으로 영전했다. 두 사람이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으로 일한 것은 불과 7개월 남짓이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며 대립한 것으로 나와 있다. 

‘직무 역량’ 부문에는 여러 사례가 언급되어 있다. 강청장은 평소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이라고 한다. 하지만 경찰청장 2년차에 접어들면서 참모들에게 야단을 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레임덕과 (조현오) 서울청장과의 갈등으로 조직 장악력이 저하되었다”라고 평가했다.

2009년 3월 강청장이 부임한 후 경찰 내부에는 ‘1+1 청장’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즉, 강청장이 해양경찰청장을 1년 지냈기 때문에 경찰청장 1년을 하고 물러날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1년짜리 청장’이라는 뜻이다. 임기 2년이 보장된 강청장의 입장에서 이런 소문이 달가울 리 없었다. 그런데 그 소문을 낸 진원지가 다름 아닌 조현오 청장이라는 말이 돌면서 앙금이 생겼다. 강청장은 2010년 초 경찰 고위 인사에서 조청장을 아웃시키려고 했다고 한다.

같은 해 1월에 발생한 ‘의경 공금 횡령 탈영 사건’은 지휘 보고에서 누락했다. 서울경찰청 3기동대 소속 김 아무개 상경이 동료 중대원 1백2명의 급여와 급식비 등 모두 3천1백27만원을 횡령하고 부대를 이탈한 사건이다. 김상경은 탈영 86일만에 검거되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조청장은 강희락 청장에게 일부러 보고하지 않았다.

국제범죄수사대 창설 과정에서도 갈등이 있었다. 조현오 서울청장은 2010년 2월에 국제범죄수사대를 창설했다. G20을 대비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런데 창설 과정에서 강청장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9년 10월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주도로 ‘외국인 조직 범죄 합동수사본부’가 출범했다. 때문에 민정수석실에서 보기에 서울경찰청의 ‘국제범죄수사대 창설’이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자 민정수석이 “중복되는 조직을 창설하면서 사전 보고도 하지 않았다”라며 강청장에게 경고성 전화를 걸어 강하게 문책했다고 한다.

강희락 청장이 2년차에 접어들면서 조청장과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반면 강청장의 조직 장악력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강청장은 ‘지는 해’, 조청장은 ‘떠오르는 해’였다. 경찰 간부들은 차기 청장 후보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간부들이 눈치 보느라 업무 추진에 애로 사항이 많았다고 한다. 더욱이 조청장의 ‘튀는 언행’으로 인해 조직 운영에 부담이 가중되었다고 적고 있다.

‘룸살롱 황제’ 수사 관련 내용도 들어 있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룸살롱 황제 ‘이경백 수사’와 관련된 내용도 있다. 2010년 3월 당시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황운하 서울청 형사과장(현 경찰청 수사기획관)에게 수사를 맡겼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과 적잖은 마찰을 빚었다. 경찰에서 이씨를 긴급 체포했으나 검찰은 긴급 체포 승인을 불허하고 이씨를 석방하도록 했다. 그러자 황운하 형사과장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수사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것이 검·경 갈등으로 보도되자 조현오 청장이 청와대 민정2비서관에게 직접 해명했다. 감찰 자료에서는 이것을 ‘대외 관계 미숙’으로 보았다.

이 자료는 또 조청장이 강남 유흥업주와 통화한 경찰 63명에 대해 유착 여부 조사 후 사법 처리하겠다고 한 발언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조직의 명예를 생각하지 않고 너무 치부를 드러내 경찰 전체의 이미지를 저하시켰다고 보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두 사람 사이에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도 있었지만, 경찰 내부는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감찰 자료를 보면 2010년 5월쯤부터 조청장이 강청장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서울경찰청장이 경찰청장에게 지휘 보고를 자주해 겉으로 보기에는 관계가 원만하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경찰 내부의 생각은 달랐다.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은 서로 불신이 깊어 단기간 내에 서로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반응이다”라고 전했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역대부터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경찰청장 임기가 한 1년쯤 돌면 2년차부터 레임덕이 생긴다. 그리고 간부들은 서울청장에 줄을 서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경찰청장을 흔들어댄다. 그래야만 승진 등 자기들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강청장은 임기 7개월을 앞두고 같은 해 8월5일 갑자기 사퇴했다. 당시 사퇴 내막을 두고 여러 억측이 난무했다. 그리고 지난해 1월 ‘함바 비리’에 연루되어 결국 구속되었다.

그는 청장 재직 시절 ‘내부 비리에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며 경찰 기강을 강조했으나, 결국 자신은 검은손을 맞잡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감찰 보고서 중 ‘청렴도’ 항목에서 강청장은 만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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