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국비 쓰고도 중앙 정부 간섭받지 않아…민자 사업에 대한 감독 강화해야”
  • 정락인 기자·이하늬 인턴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04.1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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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맹기 수원지방검찰청 특수부장 인터뷰

ⓒ 시사저널 박은숙
수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6개월 동안 ‘용인 경전철 비리’를 수사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한 민자 사업에 대한 최초의 수사로 기록되었다. 몇 명을 기소했느냐는 실적 위주의 수사에서 벗어나 천문학적인 피해를 야기한 원인과 문제점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번 수사를 총 지휘한 차맹기 부장검사(46)를 지난 4월10일 수원지검에서 만났다.

수사에 착수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지난해 9월쯤 주요 언론에서 ‘용인 경전철 비리’를 언급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우리도 언론 보도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용인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경전철 사업을 민자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용인 경전철 사업이 부실로 추진되면 엄청난 국가적인 손실을 야기할 것이 뻔했다. 국민들은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궁금해한다. 검찰이 국민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서비스가 무엇이겠는가. 이런 문제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심성 공약’을 내건 자치 단체장들에게 충격을 주었을 것 같다.

그렇다. 이정문 전 시장은 임기가 종료된 후 6년이 지났다. 그동안 발 뻗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수사해서 구속했다. 향후 각종 사업을 추진하려는 자치 단체장들에게는 큰 충격이 되었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관련된 것은 없었나?

이 사업의 문제점 중 하나가 국비가 엄청 투입되었는데도 중앙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치단체가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예산 확보가 쉽고 시장이 자기 마음대로 사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정치권 등에 손을 벌릴 이유가 없었다.

일부에서는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도 있다.

우리가 수사를 하면 몇 명을 구속하고 또 몇 명을 불구속했는지를 먼저 따진다. 우리는 6개월의 수사 기간 동안 다른 사건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오로지 이 수사에만 집중했다. 검찰의 심장부인 특수부가 여기에 매달려 있으니까 주변의 눈총도 있었다. 솔직히 마음고생이 심했다. 수사 결과를 발표하니까 이번에는 ‘왜 공무원들은 구속 안 했냐’ ‘부실 수사가 아니냐’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우리가 기부할 때 남이 알아주고 평가받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 수사를 하면서 휴일도 반납하고, 불철주야 땀을 흘렸다. 검사장께서도 우리를 믿고 적극 지원해주셨다. 그리고 역사에 남을 만한 성과를 냈다. 오로지 국민과 시민을 위한 일이었다고 자부한다.

용인 경전철 비리 수사의 성과를 말한다면.

이번 수사는 개별 비리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지자체가 추진한 민자 사업을 총체적으로 점검한 최초의 수사이다. 우리가 수사할 당시 다국적 기업인 봄바디어를 대표하는 용인경전철㈜은 용인시의 재협상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그런데 수사가 시작되고 대표인 김학필의 비리가 드러나자 태도가 달라졌다. 용인시의 재협상 요구를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만약 재협상이 결렬되더라도 국제중재재판에서 용인시의 입장이 유리하게 되었다. 이번 수사로 인해 민자 사업을 추진 중인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의 타당성과 적법성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감사원도 이 사건을 계기로 용인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경전철 민자 사업에 대한 전면 감사에 들어간다.

향후 ‘용인 경전철 사업’이 건실하게 추진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부실 교각에는 운행 안전성에 대한 정밀 점검이 필요하다. 향후 30년 이상의 운영 기간을 고려해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정밀 안전 진단을 받아야 한다. 법령 위반 등으로 인한 실시 협약의 하자도 시정해야 한다. 독소 조항을 실시 협약에 포함시키는 등 용인시와 사업자가 재협상에 나설 때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2개 이상의 전문 기관에게 교통 수요를 예측하게 한 후 비교 검증해서 교통 수요를 객관적으로 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고 지원 민자 사업에 대한 정부와 상급 단체의 감독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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