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주파수 맞춰야 SNS 열린다
  • 신명섭│크레아랩 대표 ()
  • 승인 2012.04.1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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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서비스 성격부터 잘 이해해야…도달률·영향력자 등 정밀 분석도 필요

2011년 9월3일 오후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공사 현장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체육공원에서 열린 ‘놀자 놀자 강정 놀자’라는 평화콘서트에 참석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각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컴퓨터로 참석자들을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과는 뚜껑을 열어보아야 안다.’

선거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도 많지 않을 것 같다. 이번 19대 국회의원 선거는 민간인 불법 사찰, 내곡동 사저 등 현 정권에 악재가 많아 진보 진영에 상당히 유리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새누리당이 1백52석을 얻어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인 이상돈 교수조차 “믿어지지 않는 결과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여기서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선거 영향력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와 비교해보았을 때 이번에는 너무나 약했다는 점이다. SNS에서는 지금도 정권 심판에 대한 의견이 여전히 다수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SNS 여론을 벗어났다.

그렇다면 정말 SNS의 영향력이 이전만 못해서일까? 여기에는 SNS의 몇 가지 특성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우선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SNS 이용자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의 경우 야권 연대를 이룬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69석을, 새누리당은 43석을 차지했다. 전국적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도 수도권에서는 38% 정도의 의석을 차지하는 데 그친 셈이다. 다가올 대선에서 수도권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SNS는 여전히 중요한 선거 전략의 한 부분이다.

SNS를 흐르는 담론은 주로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글이다. 이런 글이 반응도 좋고 SNS 세상에서 확산도 많이 된다. 그래서 ‘SNS는 야권에 유리하다’라는 전제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노력에 따라서는 그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은 보수적인 공화당 정치인들이 민주당 정치인들보다 SNS 활용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트위터 팔로워는 무려 1백46만명이나 된다.

SNS 간의 성격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트위터는 확산에 무척 강하다. 그리고 상당히 진보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은 서비스이다. 반면 페이스북은 확산보다는 공감과 커뮤니케이션에 강하다. 진보와 보수를 가르지 않고 다양한 사람이 이야기하는 서비스이다. 이렇듯 서비스별 성격을 알고 전략을 수립한다면 그 속의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①8시 방향으로 한 트위터리안(영향력자)의 트윗이 10단계까지 확산된 것이 눈에 띤다. 트위터는 소통보다는 전달과 확산에 용이한 서비스이다. ②페이스북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트위터보다 훨씬 촘촘하고 정교하다. 트위터가 ‘확산’이라면 페이스북은 공유하며 그물망을 이룬다. 신뢰를 통해 맺은 친구의 의견이라 공감도가 높다.

트위터, 네거티브적인 이야기에 강하게 반응

의 그래프를 보면 트위터에서 어떠한 글(중심)을 몇 명의 영향력자가 트윗으로 소개해 확산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하나의 트윗이 8시 방향으로 10단계까지 지속적으로 퍼져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트위터에서 사람들은 따뜻한 이야기보다는 강하고 날카로운 비판에 강하게 반응한다. 네거티브적인 이야기에 강하게 반응하는 서비스이다. 트위터는 커뮤니케이션보다는 확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나의 팔로워 수가 적어도 이야기가 독특하거나 자극적이라면 리트윗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다.

같은 이야기라도 자극적인 어조를 사용하면 반응이 좋다.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강하고 거친 톤을 사용하는 데 부담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소통 분위기 탓에 자연스레 나에 대한 이야기보다 정치와 같은, 나를 모르는 사람도 호응할 수 있는 분야를 주로 이야기하게 된다.

대권 주자들은 모두 트위터를 이용하고 있다. 팔로워도 많은 편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18만7천여 명,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20만6천여 명의 팔로워 수를 자랑한다. 하지만 트위터에서는 단순히 이야기를 하고 팔로워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본인의 트윗이 얼마나 확산되는지(도달률), 어떤 사람을 통해 강하게 확산되는지(영향력자), 자신의 이야기를 옹호해주는 사람은 누구인지(추종자), 어떤 종류의 이야기에 강하게 반응하는지(콘텐츠)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체계적인 분석은 체계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페이스북, 다양한 기능·방법 많아

의 그림은 페이스북에서 어떠한 글(중심)에 대해 여러 명이 이야기를 하거나 공유를 하며 확산된 글에 대해 여러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도식이다. 페이스북에서 확산이 잘 이루어진 경우를 보여주고 있다.

페이스북은 트위터와 달리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다. 트위터에 비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관계 향상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도 많다. 페이지라는 기능을 이용해 홈페이지와 유사한 성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페이스북에서 이용해야 할 알고리즘이 엣지 랭커(Edge Ranker)이다. 페이스북에 접속하면, 보이는 글은 시간에 따른 최신 순이 아니라 개인에 따라 좋아할 만한 글을 페이스북이 추천해 표시한다. 이런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엣지 랭커이다. 엣지 랭커는 사람 간의 관계를 분석해 누구와 더 친밀한지를 판단해 사용자에게 가치 있는 글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이다. 구글이 페이지 랭크(Page Rank) 알고리즘을 이용해 가치 있는 웹페이지를 찾아주는 것과 유사하지만 사람 관계를 분석한다는 점에서 엣지 랭커는 차이를 보인다.

정치인들은 이 엣지 랭커 알고리즘을 잘 이해해야 한다. 엣지 랭커는 ‘서로 간의 상호 작용(댓글, 좋아요 등)’ ‘등록한 시간’ ‘등록한 콘텐츠의 가치’ 등을 판단한다. 어느 정치인이 작성한 글이 관계 맺고 있는 친구들에게 추천을 받으려면? 결국에는 ‘나와 자주 이야기하는 사람이 직접 사진이나 동영상과 함께 올린 최신의 글’이 추천받게 된다. 그렇게 추천한 글이 ‘댓글’과 ‘좋아요’를 많이 얻으면 좀 더 오랫동안 상위에 노출된다. 결국 페이스북을 선거에 활용하고픈 대선 주자는 트위터와 마찬가지로 도달률, 영향력자, 추종자, 콘텐츠 등을 분석해 방향을 잡고 대응해야 한다. 어떻게 추천을 받는지에 대한 이해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적인 것들을 잘 알고 있어도 결국 열쇳말은 ‘공감’이다. 대중을 이해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그런 다음에야 본인의 이야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 SNS 세상에 들어가서 ‘그들의 말’로 대화해야 하고 그들을 가슴으로 이해해야 한다. 단기 학습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꾸준히, 그리고 자주 들러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별것 아닌 것 같았던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판적인 말로 마음이 상할 수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그 세상은 그들의 세상인 것을.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순간 SNS는 정치인, 본인의 세상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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