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공 깊은 ‘여성 자객’골리앗 꺾고 일내다
  • 이하늬 인턴기자 ()
  • 승인 2012.04.17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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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을 이언주 당선인 / 거물 전재희 의원에 역전승 ‘72시간 논스톱 유세’ 등으로 낮은 인지도 극복

ⓒ 뉴시스
한 달 전 경기 광명 을 이언주 민주통합당 당선인(39)의 인지도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첫 정치권 도전이었다. 출마 전에는 변호사를 하다가 에쓰-오일의 준법 담당 상무직을 수행했다. 2008년, 2009년에는 대한민국 30대 기업 최연소 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출신지도 광명이 아닌 부산이다. 상대는 새누리당의 전재희 후보였다. 전후보는 광명시장을 두 번이나 지냈고, 이 지역을 기반으로 3선을 했다. 보건복지부장관과 집권 여당의 정책위 의장을 지낸 거물급이고 평소 의정 활동을 성실히 하는 의원으로 평가되었다. 이당선인의 승리에 ‘기적’이라는 단어가 붙는 이유이다.

얼핏 이당선인의 이력만 보면 여당에 더 어울리는 인물이다. 변호사에 대기업 최연소 임원, 국회의원까지 고생 모르고 살았을 것 같은 이미지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는 스스로를 ‘개천에서 난 용’이라 표현했다. “아버지의 사업이 망한 뒤,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했다. 동생들은 등록금을 빌리러 다녔다. 그때 어머니는 간염을 얻으셨는데, 후에 간암으로 이어졌다. 변호사가 된 후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집안의 부채를 갚기 위해 대출을 많이 했다. 심지어 대출이 많다는 이유로 파혼까지 당했다”라고 말했다.

“늦둥이 아이도 정치권 진출에 영향 줘”

가정 환경은 출마 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어려웠던 시절의 기억 때문에 이당선인은 “등록금 문제, 의료 문제 등이 남 일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늦둥이로 낳은 아이도 정치권에 뛰어들 결심을 하는 데에 영향을 주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라는 이당선인은 실제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신을 ‘민성 맘’이라 칭하기도 했다.

광명의 기반을 이루는 3040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 당선에는 성공했지만, 당선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인지도 ‘제로’에서 시작했기에 상대 후보보다 더 부지런히 다녀야 했다. ‘72시간 논스톱 유세’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8일 자정부터 10일 자정까지 아침에는 출근 인사를 하고, 오후에는 상가나 복지관을 돌았다. 저녁에는 호프집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고, 새벽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운전사들을 만났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해 “유세차에 서 있는데 바람이 쌩쌩 불어도 잠이 왔다”라고 이당선인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열심히 한 덕분인지 지지율은 꾸준히 올랐다. 4월7일 여론조사에서 23%였던 지지율이 4월9일 여론조사에서는 35%까지 나왔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이언주다!”라고 말할 정도로 인지도도 높아졌다. 이당선인 역시 “깜짝 놀랄 정도로 변화가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이언주 당선인을 영입할 당시 한명숙 대표는 ‘여성 자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여성 자객 전략은 과거 일본 민주당이 젊은 여성 정치인을 상대 당 거물 지역구에 내보내 지각 변동을 꾀했던 방법이다. 2012년 4월, 광명 을에서 이언주 당선인은 여성 자객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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