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주인이 될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04.2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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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소설가 김형경

ⓒ 사람풍경 제공9
김형경 작가는 소설로 유명해졌지만, 심리 에세이도 여러 권 펴냈다.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고 꾸밈없이 받아들여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통찰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했다.

그런 김작가가 최근 또 하나의 심리 에세이 <만 가지 행동>(사람풍경 펴냄)을 펴냈는데, 이 책은 통찰의 힘을 보여주는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풍성한 인격으로 생을 살아갈 수 있는 ‘훈습’의 힘에 대해 설명했다.

훈습이란, 새로운 생활 방식을 실제 생활 속에서 적용하도록 노력하는 과정(Working-through)을 우리말로 번역한 용어로, 불교 용어이다. 쉽게 말한다면 바람직한 생활 방식을 훈련을 통해 내 몸에 배게 한다는 의미이다. 김작가는 정신 분석을 받은 뒤 훈습을 통해 자기 삶을 변화시켜온 그동안의 경험담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김작가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너무나 미숙해 자신의  내부에 채 자라지 못한 아이가 여전히 울고 있다는 것을 깨우쳤다. 그래서 ‘이 상황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내 마음은 무엇이지?’ ‘저 사람의 공격성이 불편한 내 마음은 무엇이지?’ 하는 식으로 관점을 바꾸자 상대에게서 보이는 모든 감정이나 성향을 자신의 내면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상대의 잘못에 대해 격한 감정이 올라올 때도 그것은 ‘나의 분노’였고, 정당하게 비판한다고 느꼈던 목소리 안에서도 ‘나의 시기심’을 읽을 수 있었다.

김작가는 갈등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사람을 만나서 무슨 말을 하는지를 자각할 때마다 자신의 내면이 환하게 드러나는 것을 느꼈다. 김작가는 자각하기 전에 하려 했던 그 행위를 멈추고, 그 행위로 맞닥뜨릴 뻔했던 부끄러움을 가만히 느껴 보곤 했다.

그렇게 자기 내면을 통찰해낸 그는 그 깨우침이 몸에 배어 성격과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훈습의 시간을 보냈다. 김작가는 “그즈음에야 비로소 ‘자기를 본다’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반응, 특정 상황에 대응하는 나의 행동들을 보는 것이 진짜 자신을 보는 일이었다”라고 회고했다.

훈습의 과정에 돌입하기 전 김작가는 ‘내 마음의 주인은 누구일까’라는 화두를 곱씹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마음의 주인 자리쯤 슬쩍 눈감아주어도 되지 않을까, 내면을 둘러볼 여유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을 반성하면서. 못난 주인 탓에 여태껏 정처 없이 떠돌아야 했을 마음에 미안해하게 된 김작가는 “이제부터라도 마음에게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해보려 한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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