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색깔로 사랑받는 ‘국악쟁이’
  • 한덕택┃한국외대 초빙연구원·전통문화평론가 ()
  • 승인 2012.04.2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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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의 지평을 넓히려 애쓰는 젊은 작곡가들은 누구?

안현정
국악은 전통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는 한편으로, 동시에 오늘날 대중의 정서와 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창작이라는 상반된 과제를 안고 있다. 20세기 내내 일반 대중의 품에서 멀어져간 국악을 다시 대중의 곁으로 끌어오기 위해 많은 국악 작곡가가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지만 전문성의 벽에 막혀서 대중성을 획득하는 데에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국악관현악단, 국악에 서구적 시스템 도입해 주목

그럼에도 이들의 시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최전선에는 국악관현악단이 있다. 국악에 서구적 시스템을 도입한 국악관현악단에는 김희조 선생을 비롯해 이성천, 이상규, 백대웅, 박범훈, 백병동, 이해식, 김영동 씨 등 많은 작곡가가 다양한 관현악곡과 협연곡, 독주곡을 선보여 국악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지만 대중성과는 괴리가 있었다. 때문에 오늘의 국악 작곡가에게는 대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사실 적절한 품격을 지키면서도 대중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몇몇 작곡가들은 끊임없는 탐색을 계속하고 있다.

얼마 전 국립극장 산하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원일씨(45)는 일찍부터 국악을 영화음악에 도입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대종상 음악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것은 물론이고 무용음악, 그룹 ‘푸리’와 ‘바람곶’을 통해 전통에 기반을 두고 창작 음악은 물론이고 월드뮤직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음악적 고민이 진행형으로 국립국악관현악단을 통해 어떤 음악적 변모와 성과를 이룰지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 원일(ⓒ LG아트센터 제공), 황호준(ⓒ 황호준 제공), 박경훈(ⓒ 박경훈 제공).

요즘 가장 바쁘게 활동하는 작곡가로는 황호준씨를 꼽을 수 있다. 소설가 황석영씨의 아들인 황씨는 관현악곡은 물론이고 창작 오페라, 뮤지컬, 음악극, 연극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어 오히려 주변에서 너무 많이 작곡하는 것이 아니냐며 염려할 정도이다. 최근에는 바닥소리와 함께 창작 국악뮤지컬 <간밤 이야기>를, 서재형 연출가와 함께 작업한 고궁 뮤지컬 <왕세자 실종 사건>을 통해 대중성에서도 인정을 받았으며 아내인 경기소리꾼 최수정씨의 음반도 직접 프로듀싱했다. 내년에는 아버지 황석영씨가 대본을 쓰고 최수정씨가 주연을 하는 전통음악극 <바리데기>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라니 자못 기대가 크다.

지난해 KBS 국악대상 작곡상을 수상한 박경훈씨도 주목할 만한 작곡가이다. 이미 대학 시절 KBS FM을 통해 데뷔한 이후 숙명가야금연주단, 해금 연주자 강은일씨, 음악그룹 놀이터, 대금 연주자 한충은씨, 거문고 앙상블 다비 등의 음반 제작에 참여했다. 만요컴퍼니를 통해 1930년대 김해송씨의 음악을 새롭게 해석해 주목받고 있으며, 연주자와 대중으로부터도 인기를 얻고 있다.

교수직을 병행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이화여대 안현정 교수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안현정 교수는 작곡가로서는 드물게 정기적으로 작품 발표회를 열며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고, 지난해에는 국립국악원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정가극 <이생규장전>의 음악을 담당했다. 그는 많은 연주자가 함께 작업하고 싶은 작곡가로 사랑받고 있다.

그 밖에도 여수시립국악단 예술감독 겸 지휘자인 작곡가 이경섭씨, 서울예대 겸임교수인 작곡가 정동희씨, ‘프론티어’와 ‘프린스 오브 제주’의 양방언씨 등도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이 분명한 작품을 내놓으며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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