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수입차 정조준한 토종 신차들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2.04.2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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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신형 싼타페와 K9 출시해 ‘기대되는 새 모델’로 주목…독일차를 타깃으로 ‘자신만만’

최근 기아차가 출시한 대형 세단 ‘K9’. ⓒ 기아자동차 제공

최근 들어 국내 시장을 향한 수입차의 공세가 거세다. 과거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수입차가 문턱을 낮추기 시작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발을 넓히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수입차 판매 대수가 1만6백여 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내수 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현대·기아차는 7% 넘게 감소했고 르노삼성차는 무려 40%나 줄었다. 한국GM만 6.5% 상승하며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마케팅이나 판매 기법만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소비자 마음을 움직일 만한 획기적인 신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등장한 기아의 K9과 현대의 신형 싼타페가 주목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두 모델은 출시 전부터 각종 설문조사에서 ‘2012년 가장 기대되는 신차’로 이름을 올려왔다. 업계에서는 두 모델이 침체된 내수 시장을 살릴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K9, BMW 5 가격에 성능은 BMW 7 수준

올해 초 중고차 전문 업체 SK엔카가 ‘2012년 가장 기대되는 신차’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아차의 K9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K9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는 기존의 ‘K시리즈’에 대한 만족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아에서 내놓은 K5와 K7이 인기를 끌면서 그 다음 시리즈인 K9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고 있다. 

K9은 제네시스나 오피러스를 능가하는 대형 세단이다. 하지만 비슷한 급으로 알려진 에쿠스를 경쟁 상대로 삼지 않는다. K9은 ‘덩치 큰 수입차 형님들’과 붙기를 원한다. 기아차는 지난 4월9일 사전 계약에 돌입하면서 경쟁 상대로 BMW 7시리즈를 지목했다. 국내차가 출시하며 초대형 수입차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수입차들이 대형차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기아차의 속사정이 담겨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5천만원 이상 고급차 중 수입차가 60%를 차지했다.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수입차 판매량을 감안할 때 더는 시장을 내주면 안 된다는 인식 속에서 출시된 모델이 바로 K9이다. 현재 K9 판매 가격은 5천3백만~8천7백50만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와 비슷한 수준이며 BMW 740i, 벤츠 S350L 모델보다는 저렴하다. K9은 BMW 5시리즈의 가격으로 7시리즈의 사양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K9의 전장(차량 가장 앞부터 뒤까지의 길이)은 5천90mm로 BMW 740Li(5천2백12mm), 벤츠 S350L(5천2백25mm)보다 조금 작다. 성능 면에서는 3.3 모델이 3백 마력, 3.8 모델이 3백34마력으로 동급 배기량 수입차에 비해서는 약간 밀린다. 하지만 연비나 가격 경쟁력에 우위를 가질 수 있어 해볼 만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고급차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가 중요한 만큼 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은 K9의 성공을 위해 꼭 풀어야 할 과제이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1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기아차는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대차는 61위,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각각 12위, 15위를 차지했다.

K9은 기아차의 차세대 디자인을 적용한 최초 모델이다.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인 피터 슈라이어는 지난 3월 열린 한 행사에서 “K9을 시작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디자인을 선보일 것이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K9은 후드와 트렁크에 최적의 비례를 부여해 고급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인 외관 디자인을 구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내 공간은 웅장한 볼륨감과 첨단 하이테크의 세련됨이 조화를 이루었다. 동시에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조작 기기를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아날로그 시계를 중심으로 버튼을 집중 배치했다. K9에 적용되는 첨단 기술 중 백미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Head Up Display)’ 시스템이다. 차량 전면 유리에 주행할 때 필요한 주요 정보를 표시해주는 것으로 국내 업체 최초로 적용되는 기술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차량 속도, 도로 주행 시 경보 사항, 내비게이션 주행 방향 표시 등을 표시해준다. 편리함은 물론, 미래형 자동차나 전투기를 모는 듯한 즐거움까지 덤으로 선사한다. 광고에 등장하는 ‘어댑티브 풀 LED 헤드램프’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핸들 움직임, 차량 속도, 기울기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헤드램프가 자동 조절된다. 국내 최초로 전조등과 상향등 모두에 LED 광원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신형 싼타페 “아우디Q5가 경쟁 상대”

현대차의 신형 싼타페. ⓒ 현대자동차 제공
신형 싼타페는 출시 전부터 K9과 함께 2012년 최고의 ‘핫(hot) 카’로 주목받아왔다. 이번에 출시된 3세대 싼타페는 7년 만에 선보이는 풀체인지 모델이다. 풀체인지 모델은 1~2년마다 기존의 성능 및 디자인을 보완해 출시되는 부분 변경 모델과 달리 전반적으로 변화를 이룬, 말 그대로 ‘완전한 신차’를 의미한다. 일단 눈으로 보이는 변화는 역시 외관이다. 전장은 4천6백90mm로 4천6백85mm인 이전 모델과 큰 차이가 없지만 전폭(좌측 바퀴 끝부터 우측 바퀴 끝까지의 거리)과 전고(바닥부터 차의 가장 높은 곳까지의 길이)는 각각 이전 모델에 비해 10mm, 35mm씩 줄어 날렵해졌다. 이와 동시에 차체에 볼륨감과 섬세한 라인이 들어갔다. 말하자면 이전 모델이 열심히 운동을 해서 살을 빼고 근육량을 늘려 ‘몸짱’이 된 모습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연비이다. 신형 싼타페는 연비를 ℓ당 17km(2WD 오토매틱 기준)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모델로서는 획기적인 수준이다. 수입차와 대비했을 때 30% 이상 높다. 현대차 연비개발팀의 김광연 팀장은 “공기의 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여 기존 모델보다도 13%가 개선된 연비를 구현했다”라고 전했다.

가장 크게 개선된 부분 중 하나는 주행 안정성이다. 차체가 높은 SUV 차량은 무게 중심 또한 높기 때문에 승용차에 비해 커브 주행을 할 때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싼타페에 처음으로 적용되는 차체 자세 제어 장치(VDC)는 급제동 및 급선회 상황에서 엔진과 바퀴의 제동력을 스스로 제어한다. 노면이 미끄러울 때 차량의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주는 ‘샤시 통합 제어 시스템’까지 더해져 안전성을 높였다.

싼타페에는 블루링크 기술이 국내 최초로 적용되었다. 블루링크는 운전자가 차량을 원격 제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을 통해 운전자는 차량과의 거리와 상관없이 원격 시동, 도어 개폐, 주차 확인을 할 수 있다.

현대차는 신형 싼타페가 국내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수입차들에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현대차의 국내 마케팅을 담당하는 김상대 이사는 “싼타페는 일본차가 아니라 독일차를 경쟁 상대로 삼고 있다. 특히 아우디Q5 정도가 비슷한 사양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의 인치왕 전무 역시 “국내 SUV 중에는 마땅한 상대가 없다. 싼타페의 사양과 가격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수입차와의 경쟁도 해볼 만하다”라고 자신했다. 현재 싼타페는 1만5천여 명이 사전 계약했으며 가격은 2천8백만~3천4백만원(2.0 4WD 기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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