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총선 능선 넘어 다시 속도 붙이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4.23 23: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시사저널 이종현·유장훈
이번 4·11 총선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총선 이후 다시 주목되고 있다. 하락세를 보였던 지지도도 크게 솟아올랐다. 그와 함께 대권 주자들의 판세도 출렁이고 있다.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와 손잡고 전국의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의 힘’은 여실히 드러났다. 안원장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가상 맞대결에서 47.8%의 지지를 얻어 46.6%를 얻은 박위원장을 근소하게 따돌렸다. 안원장은 특히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이번 ‘4·11 총선’의 최대 수혜자는 여당도, 야당도 아닌, 장외(場外)의 안철수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진원지로 하여 대권 주자 판세는 총선 이후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4월18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적합도’ 등 총선 이후 민심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철수 원장은 대권 ‘예선 경쟁자’ 격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제치고, ‘본선 경쟁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하며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1강 2중 다(多)약’의 구도가 ‘2강 1중 다(多)약’의 구도로 바뀌면서, 10여 명의 잠룡들이 어지럽게 난립하고 있는 대권 판세도 서서히 정리되는 모양새이다. 안철수 원장의 상승세 속에 박근혜 위원장과 문재인 고문은 여전히 ‘강’과 ‘중’을 유지하고 있지만, 거기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박위원장은 강도를 더욱 공고히 하며 ‘강 플러스’로 오른 반면, 문고문은 그 세가 한풀 꺾이며  ‘중 마이너스’로 내려갔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8~9명의 잠재적 대권 주자들도 일제히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며 거의 바닥권에 머물렀다. 세 유력 주자들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며 대권 주자군에서 탈락하는 이들이 하나 둘씩 늘어날 전망이다.

사실 예상치 못한 반전이다. 총선 정국에서 문재인 고문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안철수 원장은 소외당했다. 특히 문고문이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당선될 경우, 총선 후를 ‘박근혜-문재인’ 구도로 예측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 선거판이 ‘막말·표절’ 파문으로 점철되면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실망감이 이번 총선을 계기로 오히려 더 증폭된 것이다. 그 반대 급부가 정치권 밖에 머물렀던 안원장의 반등세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본지의 여론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특히 여야가 공천 등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구태를 반복한 것이 새 정치에 대한 갈망을 키우면서 장외에 있는 안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사저널> -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는 유선(집 전화)과 무선(휴대전화) 번호를 모두 무작위로 추출하는 ‘듀얼 RDD’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방식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가장 정확성이 커,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조사는 전화 면접 조사로 이루어졌으며, ±3.1%포인트의 표본 오차에 신뢰 수준은 95%이다.    

‘오는 12월 치러질 대선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38.9%로 여전히 선두를 굳건히 지킨 가운데, 안철수 원장이 24.8%로 2위, 10.7%인 문재인 고문이 3위로 나타났다. 그나마 총선 전 2~3%대를 유지하던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등 하위권 주자들은 1%대 이하로 더욱 쪼그라들었다.

문재인, 전 지역·전 연령층에서 3위로 밀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근혜-안철수-문재인 3자 구도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이들 세 유력 주자의 대체 인물로 거론되는 한두 명이 가세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여권 잠룡인 정몽준 의원이나 김문수 지사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다. 반면 야권에서는 안원장의 대안으로 손고문이, 문고문의 대안으로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부상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특히 김두관 지사의 경우,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선언하면 지금의 ‘3자 구도’를 ‘4자 구도’로 바꿀 수도 있을 다크호스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연령별 ‘고여저야(高與低野)’, 지역별 ‘동여서야(東與西野)’ 현상이 뚜렷했다. 50대 이상의 고연령층과 영남 지역에서는 박위원장이 현저히 우세했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57.1%, TK(대구·경북)에서는 66.8%로 압도적이다. 반면 20~30대층과 호남 지역에서는 안철수 원장이 1위를 차지했다. 문고문은 전 지역과 전 연령층에서 모두 ‘박근혜-안철수’ 대결 구도에 밀리며 3위에 그쳤다. 특히 문고문의 지지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20~30대층과 PK(부산·울산·경남)는 물론, 민주당의 아성인 호남에서도 3위로 밀려났다는 점이 뼈아프다. PK에서도 문고문은 8.3%로 박근혜(50.0%)·안철수(16.8%)에 밀렸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평균 지지율보다도 밑돌았다. 

“야권 대선 후보는 안철수” 38.2%

주목되는 것은 ‘무응답’으로 분류된 17.3% 부동층의 향배이다. 이번 총선에서 이 부동층의 침묵은 막판 승패의 명암을 갈랐다. 무응답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은 충청과 강원·제주였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은 충청과 강원에서 승리하며 전체 승리를 견인했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충청·강원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하며 총선 승리를 챙겼다. 

‘야권의 대통령 후보는 누가 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서도 안철수 원장을 꼽는 지목률이 38.2%로 가장 많았다. 문재인 고문은 23.6%로 나타났다. 역시 모든 연령층과 모든 지역에서 안원장이 문고문을 앞섰다. PK에서도 안원장이 37.1%, 문고문이 24.9%였다. 20~40대층에서도 20%포인트 가까이나 안원장이 문고문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원장과 문고문의 희비가 극명해지는 대목은 대선 가상 맞대결 구도이다. ‘박근혜-안철수’ 가상 맞대결 구도에서 안원장은 47.8%로, 박위원장(46.6%)을 오차 범위 내에서 앞질렀다. 안원장은 20~40대층에서 모두 50~60%대를 넘는 확실한 우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역별로도 호남(71.3%)뿐만 아니라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모두 박근혜 위원장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박근혜-문재인’ 가상 맞대결 구도에서는 문고문이 30대층과 호남 지역에서만 박위원장을 앞설 뿐, 20·40대와 수도권 등에서는 오히려 박위원장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도 박위원장은 과반을 넘는 56.6%를 기록한 반면, 문고문은 37.2%에 그치며 19.4%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이번 총선에서 문고문이 부산에서 당선되었음에도 오히려 한계론에 직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율 교수는 “문고문은 분명히 이번 총선에 부산에서 선전했다. 민주당 후보가 낙선한 지역구에서도 40%까지 득표율이 올라간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문고문이 부산에서 선전했음에도 이를 확장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이 선명성 논리에 스스로 말려들어가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호남 민심이 상당 부분 등을 돌렸다”라고 평가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문고문은 여전히 ‘노풍(盧風)’에 기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12월 대선에까지 노풍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시사저널>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원장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제시해보았다. 우선 ‘안원장의 대권 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권 도전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응답이 33.3%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정치권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30.7%), ‘직접 나서기보다는 다른 후보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27.2%) 등이 이었다. <시사저널>은 지난 2월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한 PK 지역 민심 여론조사에서도 이와 똑같은 질문을 한 바 있다. 당시에는 ‘직접 나서기보다는 다른 후보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35.3%)와 ‘정계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35.1%)라는 응답이 많았고, ‘대권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18.7%에 머물렀다(본지 제1166호 참조). 여권 지지 성향이 강한 PK 지역 조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안원장의 대권 도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총선 이후에 변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PK 지역만 놓고 보면 ‘대권 도전에 나서야 한다’가 29.7%로, 두 달 전에 비해 11%포인트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국민들은 안원장이 여당보다는 야당 후보로 나서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원장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권에 참여해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야당에 참여하거나 야당과 연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37.8%로 여당 쪽(21.9%)보다 많았다. 기존 여야 정치권이 아닌 ‘제3의 독자 신당 창당’ 요구도 19.9%로 나타났다.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안원장의 정치권 참여 시기’에 대한 질문에서는 ‘여야에서 대선 후보 경선을 실시하기 이전에 참여해야 한다’는 조기 등판론이 35.5%로 가장 많았다. ‘대선 후보 경선을 실시하는 7~8월경에 참여하면 된다’는 응답은 24.1%였고, ‘경선 실시 후인 9월 이후에 참여하면 된다’는 응답은 19.8%로 나타났다. 안원장의 대권 도전 선언이 빠르며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안원장의 장점으로는 ‘기성 정치에 때 묻지 않은 참신함’이 30.0%로 1위로 나타났다. ‘소통 능력’(16.6%)과 ‘특정 진영에 얽매이지 않은 중도 성향’(16.1%)이 2, 3위로 뒤를 이었다. 반면 그의 단점으로는 ‘정치 및 행정 경험의 부재’가 42.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기 세력이 없는 지지 기반’(17.8%)과 ‘과감한 결단성의 부족’(10.2%)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상당수였다.

‘총선 이전과 지금을 비교해볼 때 안원장의 이미지는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묻는 질문에서는 ‘그대로이다’라고 한 응답이 49.0%로 가장 많게 나타났다. 반면 ‘더 나빠졌다’라고 한 응답이 26.9%로, ‘더 좋아졌다’(17.3%)보다 더 많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