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배 소유 한옥 세 채 ‘임의 경매’에 넘겨졌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4.2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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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저축은행이 주 채권자…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압류도 당해 이 전 대표, 전 재산 쏟아부은 사업 강탈당했다고 토로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의 거주지 주택(왼쪽)과 이 전 대표 소유의 주택으로 들어가는 입구. ⓒ 시사저널 유장훈

파이시티의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건설은 부동산 개발업자라면 평생 한 번쯤은 추진해보고 싶은 ‘꿈의 사업’이다. 9만6천여 ㎡ 부지에 연면적 75만9천여 ㎡의 건물. 사업비 2조4천억원에 개발 이익 1조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규모와 금액이다.

물론 이것은 사업이 아무 탈 없이 제대로 마무리되었을 경우에 현실화할 수 있는 수치에 불과하다. 초기 인·허가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으면서 계획 수정이 불가피했다. 자금 압박으로 인해 파산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까지 회생을 노렸지만, 이번에는 로비 의혹이 불거지는 악재를 만났다. 파이시티의 미래는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이런 초대형 사업을 추진한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는 어느 정도 재산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4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마을에 있는 이 전 대표의 집을 찾았다. 파이시티 등기부등본상에 그의 거주지로 되어 있는 집은 김 아무개씨 소유였다. 대지 2백8㎡(63평)에 건물 76㎡(23평)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한눈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집이었다. 대문에 있는 초인종을 여러 차례 눌렀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문 앞에 오늘자 신문이 비닐 봉투에 담겨 있었다.

우편함에는 전기요금 청구서 잔뜩

이 저택 한 집 건너에 이 전 대표가 소유한 한옥이 있었다. 집은 세 채인데 출입구는 하나였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 골목 같은 길을 지나야 건물이 나오는 구조였다. 대지를 전부 합하면 3백57㎡(1백8평)이며, 가장 큰 건물은 1백2㎡(31평)였다. 역시 초인종을 여러 차례 눌렀지만 답변이 없었다. 우편함에는 전기요금 청구서가 쌓여 있었다. 주소지가 다른 세 집에 대해 부과된 2012년 4월분이었다. 받는 사람은 이 전 대표로 되어 있었다. 대문에는 도시가스 검침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4월23일까지 연락 바란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며칠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 전 대표가 소유한 집들은 올해 2월 중순부터 임의 경매에 들어간 상태이다. 주요 채권자는 한 저축은행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압류도 당했다. 13억원에 이르는 근저당권도 설정되어 있는데 채무자가 씨엠케이건설로 되어 있다. 이 전 대표와 같은 대우건설 출신인 김창민 대표이사의 회사이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쏟아부은 파이시티 사업을 강탈당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주 채권 은행인 우리은행과 최근 시공사로 선정된 포스코건설이 사업을 탈취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광준 파이시티 법정관리인은 지난해 초부터 4개월간 과거 회계 내역을 검토한 결과 2010년 10월 말까지 용처를 특정할 수 없거나 부당 대여 방식으로 관계사에 흘러간 돈이 총 1천2백여 억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에서 상당 액수가 이 전 대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등에 흘러들어간 뒤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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