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처 불분명한 돈, 1천2백억원”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2.04.28 2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이시티 법정관리인 김광준씨 인터뷰 / “나에 대한 살인 미수 배후에 이 전 대표 있다고 생각”

ⓒ 시사저널 이종현

파이시티는 지난해 1월 사업 자금을 빌린 은행의 대출금을 갚지 못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원은 파이시티 법정관리인으로 김광준씨를 선정했다. 김관리인은 2003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 사건’의 해결사 역할을 했다. 이후 신성건설과 현진 에버빌 등에서 법정관리인을 맡았다. 법원은 ‘법정관리의 베테랑’인 그에게 난파 위기에 몰린 파이시티의 운명을 맡긴 셈이다. 관리인을 맡은 후 그는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기습 테러를 당해 한 달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지난 3월23일에는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 등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 4월19일에는 대검 중수부 직원들이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 들이닥쳐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구속되면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파이시티 게이트’의 서막이 열렸던 것이다. 물론 중수부의 수사는 이정배 전 대표 등에게 맞추어져 있다. “이번 사건이 터진 후 회사 업무를 제대로 못 볼 지경이다”라고 하소연하는 김관리인을 4월26일 오후 서초동 사무실에서 어렵게 만났다.  

법정관리인으로 지난해 1월 처음 파이시티에 왔을 때 회사 상황은 어땠나?

이정배 전 대표는 구속된 상태였고, 직원 10명 정도가 남아 있었다.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공사) 현장에는 발전기를 돌려야 할 정도로 상당히 열악했다. 이 전 대표는 한 달 뒤 보석으로 풀려나 사무실에 찾아왔고, 이후 수시로 드나드는 바람에 업무를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 전 대표의 직원들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사무실을 옮기는 과정에서도 그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전 대표 시절의 파이시티 회계도 보았을 텐데.

조사위원인 안진회계법인과 삼덕회계법인에서 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파이시티와 파이랜드의) 출금 내역 가운데 사용처가 불분명한 금액이 상당히 많았다.

(김관리인은 이 대목에서 조사 보고서를 가져다놓고 설명했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장부상의 금액’은 대여금과 사업 인수비(리베이트), 분양·홍보비(컨설팅비 외) 등이 1천3백30억7백30만3천원이었다. 하지만 ‘이상 항목 금액’은 8백23억6백93만1천원이었다. 장부상 적힌 금액에서 이상한 항목의 금액이 무려 8백24억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김관리인은 또 다른 자료를 제시했다. 지난 3월23일 이 전 대표 등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할 당시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소장이었다. 고소장에 적시된 ‘횡령 및 부당 대여금 내역’에 따르면, 파이시티와 파이랜드에서 이 전 대표의 특수관계인과 특수관계회사로 출금된 내역은 모두 1천3백25억1천7백78만7천48원이었다. 이 가운데 1백14억9천8백85만5천6백76원은 회수되었다. 하지만 무려 1천2백10억1천8백93만1천3백74원은 잔액으로 남았다. 이 잔액은 이 전 대표의 특수관계인 및 특수관계회사에서 어디에 썼는지 모르는, 사용처가 불분명한 돈이다. 조사 보고서에서는 8백24억원이었는데, 고소장에는 1천2백억원 정도로 큰 차이가 있었다.)

조사 보고서와 고소장에 적시된 ‘사용처가 불분명한 돈’의 액수가 큰 차이를 보인다.

조사위원들(안진·삼덕회계법인)과 우리가 계산한 방식이 달라서다.

어느 것이 더 정확다고 보아야 하나?

고소장에 적시된 1천2백억원 정도가 더 정확하다. 문제는 파이시티 등에서 이 전 대표의 특수관계인·특수관계회사 등으로 출금된 돈이 실제로 그곳으로 나갔는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만약 특수관계인과 특수관계사 등으로 출금되었다 해도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우리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언론에서도 사용처가 불분명한 돈 1천2백억원이 어디에 쓰였는지 궁금한 것이 아니냐. 그것은 이 전 대표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김관리인이 회사를 독차지하려 한다. 회사를 팔아먹는다’라고 주장하는데.

이 전 대표는 자신이 법정관리인이 되려고 했지만, 안 되었다. 법원은 법정관리인 신청자 4~5명 가운데 제3자인 나를 선정했다. 모든 것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내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회사를 독차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전 대표의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 전 대표는 ‘우리은행이 나에게 이 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했다. 시공사로 포스코건설을 선정할 것이라며 압력을 행사했다’라고도 주장하는데.

그 부분도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5월, 세 군데 일간·경제지를 통해 내가 시공사 제안 공고문을 내보냈고, 5월20일 사업 설명회를 가졌다. 당시 건설사 14곳에서 설명회에 참석했는데,  제안서를 낸 곳은 포스코뿐이었다.

왜 다른 건설사들은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보는가?

포스코는 공공 기업의 성격을 띠고 있어서 (제안서 제출을) 할 수가 있었다고 본다. 누가 압력을 행사하거나 특혜를 줄 수도 없다. 법정관리 상태에서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다.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많은 건설사가 들어와야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더 좋은 것이 아닌가. 하지만 다른 업체들은 이 사업과 관련해서 하도 시끄러우니까 중도에 포기한 것 같다. 포스코를 정권 실세가 밀어서 (시공권을) 주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김관리인에 대한 살인 미수 사건도 벌어졌는데.

파이시티의 법정관리인인 김광준씨가 기자에게 파이시티 관련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해 5월27일 오전 8시쯤 서울 서초동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조직폭력배 세 명에게 흉기로 일곱 차례 찔렸다. 4개월 뒤에 두 명은 붙잡혔지만 한 명과 이들에게 살인을 지시한 전주 지역의 조폭 두목인 강충구(공개 수배 중)는 아직 안 잡혔다. 그 살인 미수의 배후에 이 전 대표가 있다고 본다. 사건 전날, 이 전 대표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사업 진행 상황을 물어볼 것이 있어서 내일 오전 사무실로 찾아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그날 오후 5시께 우리 임원에게 전화를 걸어 ‘그분(김관리인이) 돌아가시지 않았느냐’라고 물어보더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이 전 대표가 ‘새벽 7시에 등산 가자’고 한 적도 있었는데, 내가 ‘나는 오래 살고 싶다. 왜 산에서 날 죽이려고 하느냐’라는 말까지 한 적이 있다. 요즘 나는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면서 외부 출입도 하지 않는다.

이 전 대표가 왜 김관리인을 위협했다고 생각하는가?

이 전 대표 자신이 법정관리인이 되지 않고 경영권을 상실하니까 그런 식으로 나에게 항의하는 것이 아니겠나.

파이시티 사업은 향후 어떻게 되나?

(양재동 복합물류센터의) 업무 건물 등이 매각되면 착공에 들어갈 것이다. 5월2일 신문에 매각 공고가 나갈 것이다.

(김관리인의 주장에 대한 이 전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나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