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 돈다발’도 두둑히 풀린다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s.com)
  • 승인 2012.05.06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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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1분기 중국인 직접 투자, 전년 동기보다 47.2%나 증가 / 제주도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를 통한 관광·레저 산업에 몰려

중국에서 불어오는 것은 황사 바람만이 아니다. 중국발 투자 바람이 국내로 불기 시작하면서 점차 그 풍속이 세지고 있다. 분기별 중국인 직접 투자(FDI) 추이를 보면, 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2012년 1분기 중국의 국내 직접 투자 규모는 9천6백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6천5백만 달러)에 비해 47.2%가 늘어났다. 중국발 투자는 주로 부동산 투자를 통한 관광 및 레저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올 1분기 중국인들의 물류 및 관광업 투자는 무려 5백23%나 증가했다.

2년 전 실시된 투자영주권 제도가 한몫

국내로 유입되는 ‘왕서방 머니’는 주로 제주도에서 풀리고 있다.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 수가 늘어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지난해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인 방문객은 100만여 명. 이 중 중국인이 50%가 넘는다. 중국인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레저 및 숙박 시설이 부족한 단계에까지 이르자 중국인 큰손들이 제주도에 직접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2010년 실시된 투자영주권 제도가 중국인들의 투자를 부추겼다. 투자영주권 제도는 제주도 내 투자진흥지구에 5억원 이상 부동산을 매입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발급하는 제도이다. 한국에 오랫동안 머무르기 용이하고 리조트나 별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 제도는 원정 도박을 즐기는 중국인을 끌어당겼다. 카지노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에게 마카오, 홍콩 다음으로 각광받는 곳이 제주도이다. 아예 장기적으로 카지노를 즐기기 위해 별장을 구입하는 중국인들도 적지 않다.

제주에 위치한 주거형 리조트인 라온프라이빗타운의 외국인 분양 계약액은 2천억원에 가깝다. 계약자 대다수가 중국인이다.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면 중국어 설명을 따로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을 위한 고급 중국 식당도 들어설 예정이다. 라온에 입주한 중국인 바오 더쿤 씨(54)는 “제주와 상하이는 한 시간 이내 거리이다. 앞으로 장기 체류를 통해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중국 고소득 은퇴 계층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 같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입주자인 리우 다오핑 씨(43)는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데, 제주영어교육도시가 들어서는 것과 리조트를 매입하면 영주권을 주는 투자영주권 제도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도를 벗어나면 중국인 투자는 걸음마 단계이다. 올해 1~3월까지 부산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총 10만8천8백26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9만8천57명)보다 약 11% 증가했다. 그러나 부산을 방문한 중국인들은 부산 백화점에서 쇼핑을 한 후 곧바로 제주도로 떠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에서 이루어지는 투자도 아직은 더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이다. 코트라 서비스산업유치팀의 김효정 위원은 “100% 중국 자본으로 들어오기보다 한국 기업과 합작 내지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이 다수이다. 투자영주권 제도 이후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무르익을 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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