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기록에는 윗선 존재 암시 진술
  • 조해수·이규대 기자 ()
  • 승인 2012.05.06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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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검찰 수사 기록 일체 입수·확인 ‘윗선’의 존재 암시하는 진술도 곳곳에서 드러나

지난해 10월26일의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기록. ⓒ 시사저널 유장훈

<시사저널>은 ‘10·26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록 일체를 확인했다. 박스 3개를 채울 정도로 엄청난 양의 수사 기록에는 이른바 ‘윗선’의 존재를 암시하는 진술이 곳곳에서 확인되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김태경씨(31, 구속)에 대한 부분이다. 검찰은 그가 공씨와 디도스 공격을 사전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검찰 수사 당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수행비서를 알기는 안다. (그러나) 나경원 캠프와 통화한 사실은 없다”라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10월25~26일에 나 전 의원의 보좌관 김 아무개씨, 조 아무개씨와 통화한 내역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김씨는 디도스 공격에 대한 성공 보수일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에 대해서도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지난해 10월20일 공씨에게 1천만원을 주었고, 이 돈은 결국 10월31일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강해진씨(26·ㄱ커뮤니케이션스 대표, 구속)에게 흘러들어갔다.

검찰 수사 기록에 따르면 “(이 돈이) 디도스 공격에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라는 수사관의 질문에 김씨는 “아니오”라고 답변했으나, 심리 분석 결과 거짓으로 판단된다는 생리 반응이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최구식 당시 한나라당 의원(현 무소속)이 최소한 디도스 공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진술도 나왔다. 기자가 확인한 검찰 수사 기록에서의 최의원과 관련된 진술은 상당히 상세하다. 다음은 강씨가 검찰에 진술한 주요 내용이다.

<선관위 사이트 공격 후 1~2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에 최구식 의원의 ‘도서 출판 기념 행사’를 한다고 하며 공씨가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서 진주로 갔던 날이었습니다.

전화가 와서 무척 좋은 목소리로 “(중략)…우리 대장(최구식 의원)한테 이번에 선관위 사이트 디도스 사건을 얘기했다. ‘내가 아는 동생이 있는데 나이는 어리지만 착실하고 나이에 비해 사회생활도 잘하는 동생이 있습니다. 그 동생이 이번에 선관위 사이트를 차단시켰던 동생입니다’라고 얘기하니깐 ‘너희들은 무슨 못하는 게 없냐’라고 대답을 하더라”라고 저에게 얘기를 하였습니다.

저에게 “(최의원이) 시간 날 때 밥 한 끼 먹자고 했다”라면서…(중략)…지금 와서 보니 디도스 공격한 것을 의원에게 얘기해서 저런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는 것에 (공씨가) 기분이 좋고 들떠 있었던 느낌을 많이 받았으며…(중략)…이후 약속을 한 3번 정도 잡았던 걸로 기억합니다…(중략)…(이후에) 진주로 저의 차 벤츠S600을 타고 고속도로로 내려가는 날이었습니다…(중략)…(공씨가) 최구식 의원과 함께 밥을 먹자며 “우리 대장한테 얘기해놓았다”라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내려가는 길에 생각지 못하게 고속도로 길을 잘못 들기도 하고 차가 굉장히 막히기도 하여 3시쯤 출발하여 8시 넘어 도착하였으며…(중략)…(공씨가) “해진아, 오늘 우리 대장한테는 차가 밀려 늦기도 하고 해서 약속일을 다음으로 미뤘다”라고 뒤늦게 얘기를 하였습니다.>

검찰이 발표한 범행 동기와 다른 진술도 나와

지난해 12월29일 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고 나오는 최구식 의원. ⓒ 연합뉴스
또한 최 전 의원은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ㄱ커뮤니케이션스 직원들이 한나라당 디지털위원회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도 허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ㄱ커뮤니케이션스의 직원 중 한 명인 황 아무개씨(26, 구속)의 진술이다.

<2011년 11월29일경. 그러니까 저희가 검거되기 하루 전날에 서초동 상호 불상의 장어집에서…(중략)…공씨가 “한나라당 디지털위원회가 있는데 너희 둘(강씨, 황씨) 중 한 명이 맡아주길 바란다. 우리 대장도 허락하셨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있어서 저희들은 부담스러워서 공씨에게 “그냥 형님이 하시죠”라고 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 밖에 검찰이 발표한 공씨의 범행 동기와는 다른 진술도 확인되었다. 검찰은 지난 1월6일 “(공씨는) 선거에서 공적을 세워 정식 보좌관 등으로의 신분 상승을 모색했다”라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수사 기록에 따르면 <“공씨가 ‘자기도 국회 비서 일을 그만두고 내년 3월 달에 국회의원 선거할 때 선거운동 도와주러 갈 거다…(중략)…요번에 투자했던 거 돈 좀 들어오고 했으니 나도 너희들처럼 총판 해서 돈 좀 벌어야겠다’라고 말했다”(황씨) “공현민이가 그 무렵에 저에게 차 아무개씨(28·ㄱ커뮤니케이션스 감사, 구속)를 통해서 ‘국회 일을 그만두고 강씨와 함께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전달하였다”(강씨)>라는 진술이 있다. 검찰의 발표와는 달리 공씨가 무리해서 공을 세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현재 구속 수감 중인 공씨는 강씨 등이 진술한 이 내용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자신은 강씨 등에게 결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강씨는 “(공씨의 주장대로) 정말 윗선이 없다면 자기가 한 말은 사실대로 인정하고, ‘윗선’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기가 그냥 빈말로 해본 것이라고 하면 된다. 그런데 왜 자기가 한 말까지도 전부 다 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검찰, ‘윗선’ 수사할 의지 있나 없나

지난 3월26일 출범한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특별검사팀’의 활동 기간이 절반 이상 지났다. 그런데 특검이 과연 이번 사건을 적극적으로 조사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검 수사가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특검이 소환한 참고인 중 이른바 ‘윗선’과 관련된 인물은 소수이다. 구속된 피의자들의 친지 및 지인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특검 수사는 피의자들이 운영한 도박 사이트, 회사 등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고 한다. 이번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ㄱ커뮤니케이션스’ 대표 강해진씨(26, 구속)는 수차례에 걸친 조사를 마친 후 자신의 변호인인 민병덕 변호사에게 “특검팀 모두 도박 사이트 수사만 하고 있다. 윗선에 대한 수사는 안 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주요 피의자 중 한 명인 황 아무개씨(26·ㄱ커뮤니케이션스 직원, 구속) 또한 “(자신에 대한 조사에서) 디도스 관련 조사는 전혀 없었다. 강씨의 돈 출처만 추궁했다. 윗선과 로비가 있었는지는 조사하는 것 같지 않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문이 드는 대목은 또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최구식 전 한나라당 의원을 소환 조사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최 전 의원에 대한 수사 기록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 기록을 증거로 제출하지 않으면 변호인도 이 기록을 살펴볼 수 없다. 제출된 자료에는 지난해 10월25일 피의자들과의 술자리에 동석한 이들, 선거 당일 개인 블로그에 ‘선관위 홈페이지에 접속장애가 있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이들 등에 대한 조사 기록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유독 최의원에 대한 조사 기록만 빠져 있는 이유를 두고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특검측과 접촉했으나 “진행 중인 수사 과정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할 수 없다”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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