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손·김 ‘삼국지’ 쓰는가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5.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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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대권 경쟁, 문재인-손학규-김두관 3파전 예상…누가 ‘비노·수도권·중도’ 얻느냐가 관건

지난해 9월 ‘혁신과 통합’ 발족식에서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왼쪽은 손학규 고문. ⓒ 시사저널 유장훈
누군가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 민주통합당의 분위기는 다소 들떠 있다. 오는 12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총선의 패배가 오히려 ‘약’이 되었다는 지적도 있고, 총선을 통해서 ‘박근혜 한계론’이 명확히 확인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물 경쟁력에서도 여권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어젠다가 ‘친서민·복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잠룡’들의 면면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보다 훨씬 여기에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정세균·정동영 고문은 확실한 축이 없어”

6월9일 전당대회를 앞둔 지금, 민주당에서는 대권 판세의 입지 확보를 위한 물밑 경쟁이 사뭇 치열하다. 대권 주자들 진영에서는  “이제는 더 이상 밀리면 끝이다”라는 배수진의 비장감마저 느껴진다. 한 잠룡 진영에서는 본격적인 여론조사 관리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금의 지지율 1~3% 정도로는 대권 주자라고 계속 명함을 내밀기가 궁색한 탓이다.

대다수 여론조사 전문가는 야권의 대선 후보 경쟁력에서 현재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한 발짝 앞서 있음을 인정한다. <시사저널>이 지난 4월18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서 안원장(24.8%)과 문고문(10.7%)이 박위원장(38.9%)에 이어 2, 3위를 차지했다. 나머지 잠룡들은 모두 1%대 이하의 저조한 지지율에 그쳤다.

하지만 “향후 안철수 대 문재인 양자 구도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하는 목소리는 또 별로 없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안원장은 여전히 민주당 밖에 있는 데다, 앞으로도 당내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렇다고 문고문이 민주당 내에서 대세론을 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총선 이후 지지율이 한풀 꺾이는 추세이다. 반면 그동안 다소 관망하는 듯했던 손학규 민주당 고문과 김두관 경남도지사 쪽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좀 더 역동적인 상황이 전개될 듯하다”라고 전망했다.

향후 민주당의 당내 역학 구도가 계파로는 ‘친노(親盧) 대 비노(非盧)’, 지역적으로는 ‘영남 대 수도권’, 이념적으로는 ‘진보 대 중도’의 대립 구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즉 ‘친노-영남-진보’의 대표 주자로 현재 문고문이 버티는 상황에서, 그 반대 선상인 ‘비노-수도권-중도’의 자리는 비어 있는 상황이다. 당초 손고문측에서 총선 후 상황을 기대했던 데에도 이런 측면이 있었다. 그 빈자리에 가장 적합한 대안이 자신이 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현재 그 덕은 장외(場外)의 안원장이 톡톡히 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금 ‘안철수-문재인’ 구도에서 문고문을 대신할 인물로 김두관 지사의 잠재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원장을 대신할 인물로는 손고문이 꼽힐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손고문도 아직 기회는 있다. 반면 정세균·정동영 고문은 확실한 축이 없다”라고 밝혔다. 결국 민주당의 향후 대권 구도는 문재인-손학규-김두관 3자 구도로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김지사, 늦어도 6월엔 대선판 뛰어들 것”

지난 2월16일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민주당 대표실에서 민주통합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손고문 진영의 전략가로 통하는 한 인사는 “총선 이후 대권 구도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문재인 고문의 지지율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았다. 그는 강한 권력 의지를 가진 인물이 아니다. 장외의 안철수 원장도 점점 한계에 부닥칠 것으로 보았다. 그렇게 되면 손고문에게 기회가 올 것으로 보았는데, 당내 분위기가 썩 좋지만은 않다”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해 분당에서의 재·보선 승리 이후 좀 더 강하게 당을 장악했어야 하는데,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끌려다니면서 마치 대권 주자가 다 된 듯이 정책 공부나 챙기는 안일함을 보인 것이 패착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확실히 민주당의 분위기는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1일 만난 참여정부 핵심 인사였던 한 중진급 인사는 기자에게 “손(학규)대표로는 어려워졌다. 문고문도 힘들어지는 느낌이다. 결국 답은 김지사라는 결론이 나온다”라고 개인적인 신념을 밝혔다. 그는 김지사가 친노와 비노, 중도와 진보 양측을 모두 아우를 수 있고, 영남과 수도권 구도에서 키를 쥐게 될 호남 쪽과도 관계가 원만한 것이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당내 중진·원로급에서 김지사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는 “김지사가 6월에는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대권 출마를 선언할 것이다. 잘하면 그 시기가 5월로 앞당겨질 수도 있다. 김지사는 그런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김지사의 한 핵심 측근은 5월3일 전화 통화에서 “아직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최종 시기) 판단은 김지사가 할 것이다”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지사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불과 2년 만에 도지사직을 던질 만큼 ‘대권 주자로서의 김두관’을 내세우기에는 1% 안팎에 머물러 있는 그의 지지율이 명분으로 내세우기에 현저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앞서의 측근 인사 역시 대권 도전 선언을 하고 나설 명분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호남계와 무계파 중도 그룹, 어디로 쏠릴까 

“언론에서는 우리 계파 내에 19대 당선인이 10명이라고 하지만, 거기에 거론되는 인사들 중 양승조 의원은 이해찬 전 총리와도 상당히 가깝고, 이춘석 의원은 이인영 최고위원 쪽과 가깝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의 한 측근은 최근 언론에서 소개되고 있는 이른바 ‘손학규계’에 대해서 이렇게 밝혔다. 민주당의 계파 분포도라는 것이 일부 언론에서 나누는 것처럼 그렇게 실제 자로 긋듯이 정확하게 나뉘는 것이 아니고, 여기저기 걸쳐 있는 경우도 많고,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도 많다는 설명이었다.

현재 민주당은 크게 친노계와 비노계로 나뉘어 있지만, 대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좀 더 세분화해보면, 대략 여섯 개의 계파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상임고문과 이해찬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혁통계’가 약 25명에서 30명 정도로 가장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호남계’와 이인영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하는 ‘민평련계’가 각각 약 15명 선이라는 분석이고, ‘정세균계’ 역시 대략 15명 선으로 분류되고 있다. ‘손학규계’와 ‘정동영계’는 각각 10명 안팎으로 소개된다. 원혜영·문희상 의원과 유인태 당선인 등 친노 중진 그룹(5명 정도)도 별도로 분류될 만하다. 물론 가장 많은 그룹은 김기식 당선인 등 이른바 무계파로 분류되는 30~40명의 중도 그룹이다. 단순 덧셈만 해도 도합 1백30~1백40명이 된다. 민주당의 당선인 수는 1백27명이다. 일부 중복된 인사들도 있는 셈이다. 또한 계파색이 옅기 때문에 상당히 유동적이다. 계파 보스의 대권 도전 가능성이 약화되면 흩어질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이인영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친노 중진 그룹은 김두관 지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결국 호남계와 무계파 중도 그룹의 향배가 주목된다. 자칫 6월9일의 전당대회를 계기로 또 한 차례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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