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9곳에서 ‘백악관행’ 갈린다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2.05.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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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오바마 우세해도 격전지 많아 ‘안갯속’대다수 경합 지역의 승패는 소수계 표심에 달려

지난 5월5일 오하이오 주에서 대선 출정식을 가진 오바마 미국 대통령. ⓒ EPA연합
미국의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11월6일 대통령 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백악관을 향해 공식 출정했다. 선거를 6개월 앞둔 5월 중순의 판세는 초박빙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5백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과반을 넘는 2백70명을 확보해야 하는데 6개월 전 판세는 오바마 2백17명, 롬니 2백6명, 경합 1백15명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가 1백15명이 걸린 경합지 아홉 곳에서 일대 격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경합지 아홉 곳 가운데 플로리다·콜로라도·네바다를 비롯한 대다수 지역의 승패는 히스패닉·아시아계 등 소수계 유권자 표심에 의해 갈릴 것으로 관측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대선은 직접 선거로 보이지만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을 뽑고 이들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 선거이다. 선거인단 전체는 5백38명이고 과반을 한 명 넘기는 2백70명을 먼저 확보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5백38명의 선거인단은 연방 하원의원 4백35명과 연방 상원의원 100명, 그리고 워싱턴D.C 등 지역 대표 세 명으로 되어 있는 숫자대로 주별로 배정된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10년마다 실시하는 연방 인구 조사인 2010년 센서스 결과로 나타난 인구 수 증감에 따라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4년 전 오바마 ‘싹쓸이’한 지역이지만…

지난 5월7일 오하이오 주에서 유세를 펼친 미트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 AP연합
8개 주의 선거인단 수가 2008년 대선 때에 비해 늘어났다. 텍사스 주는 네 명이 늘어난 38명이 배정되어 캘리포니아의 55명에 이어 명실상부한 2위 지역이 되었다. 또한 플로리다 주는 두 명이 늘어나 29명이 되면서 두 명이 줄어 같은 29명으로 떨어진 뉴욕주와 공동 3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조지아 주도 한 명이 늘어나 16명이 되었으며 서부 워싱턴 주는 한 명이 증가해 12명을 배정받았다. 애리조나도 11명으로 한 명이 늘어났고 사우스 캐롤라이나도 한 명이 증가해 9명이 되었다. 네바다와 유타도 한 명씩 늘어나 여섯 명씩 배정되었다.

선거인단이 늘어난 8개 주 가운데에는 서부 워싱턴 주를 제외하면 텍사스와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유타 등 공화당 아성들이 많아 미트 롬니 후보에게 다소 유리해진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 애리조나, 네바다는 초박빙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 반면 10개 주는 선거인단이 줄어들었는데 대부분은 민주당 아성이자 오바마 대통령이 석권했던 지역들이어서 다소 불리해진 것으로 보인다. 선거인단 감소 지역 가운데 미주리와 루지애나는 공화당 우세 지역이며 오하이오는 경합 지역이지만, 나머지는 오바마가 강세를 보인 지역이다.

승부는 스윙스테이트 9곳에서 갈린다. 11월6일 대선에서 누가 백악관 주인이 될지는 미국 전역 50개주 가운데 많으면 12곳, 통상적으로 9곳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는 바로 이곳에서 승리하기 위해  ‘올인’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분석한 경합지 9곳은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 펜실베이니아(20명), 오하이오(18명), 버지니아(13명), 위스컨신(10명), 콜로라도(9명), 아이오와(6명), 네브라스카(6명), 뉴햄프셔(4명) 등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아성들이자 대형 표밭인 캘리포니아(55명)와 뉴욕(29명), 정치적 본거지인 일리노이(20명), 미시건(16명) 뉴저지(14명) 등 18개 주에서 우세하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이민 정책 등에서 누가 신뢰받느냐가 관건

반면 롬니 후보는 공화당 아성인 대형 표밭 텍사스(38명)를 비롯해 남부 지역을 휩쓸어 24개 주에서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지역에 배정된 선거인단이 상대적으로 적어 2백6명을 확보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결국 아직 승자를 알 수 없는 경합지 9개 주에 걸린 1백15명의 선거인단을 놓고 두 후보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합지 아홉 곳은 4년 전인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모두 차지했던 지역인데, 이번에는 적어도 절반은 지켜야 백악관을 수성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합지 아홉 곳 가운데 상당수 지역의 승부는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등 소수계의 표심에 의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일부 경합 지역에서는 소수계 유권자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 선거 판세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뉴멕시코 주는 히스패닉계가 전체 유권자 가운데 38.6%나 차지하고 있고, 아시아계 등 기타가 10.4%를 차지하고 있다. 소수계가 백인보다 많은 지역이다.

서부 애리조나에서도 히스패닉 유권자 비율이 24.4%, 아시아계가 6.9%를 점유하고 있다. 네바다에서는 히스패닉이 17.3%, 아시아계 등 기타가 14.4%를 차지하고 있다. 최대의 격전지인 플로리다에서도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15.2%를 차지하고 있다.

히스패닉계와 아시아계의 표심을 잡는 데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다소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뉴멕시코 주에서 우세한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플로리다와 콜로라도만 잡는다면 재선에 상당히 유리해질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이다.

이들 접전지에서 히스패닉계의 표심을 잡으려면 경제와 교육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민 정책으로 지지를 받아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 개혁에 대해서는 4년 동안 약속만 하고 결과를 내지 못해 공수표만 남발했다. 뿐만 아니라 100만명 넘게 이민자들을 추방하는 바람에 신뢰와 지지를 많이 상실하고 있다.

하지만 롬니 후보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경선 과정에서 너무 강경한 반이민 정책만을 내세워 오바마에게 불만을 터뜨려온 이민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롬니 후보는 일부 이민 정책에서 변화를 주고 라티노 표심 잡기에 본격 나설 채비를 하고 있으나 ‘미워도 다시 한번’을 외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역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롬니 후보는 현재 라티노 지지율이 25%에 불과해 44%나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물론 35%를 얻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비해 극히 저조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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