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부패 못 막으면 대한민국이 죽는다
  • 김윤태 |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
  • 승인 2012.05.1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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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권력 집중으로 측근들의 비리 그치지 않아 ‘절대 권력’ 나올 수 없도록 법·제도 정비 확실히 해야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는 말은 절대 진리인가? 이명박 정권 탄생의 공신이자 실력자로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이상득, 최시중, 박희태 세 사람이 모두 허망하게 사라졌다. 이상득 의원은 동생을 대통령으로 만든 주역이자 정치적 멘토였다. 그를 둘러싸고는 ‘만사형통’ ‘형님 예산’에서 ‘영포라인’ ‘뿌리회’에 이르기까지 부패 스캔들이 떠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비리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가 어떤 멘토 역할을 했는지 잘 모르지만, 국무회의가 끝나도 오랫동안 대통령과 독대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선 캠프의 ‘6인회’에 참여했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파이시티 인·허가 사건 비리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처럼 ‘개국 공신’들이 줄줄이 비리 혐의로 사라지는 동안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도 3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당시 지하철 9호선 특혜 의혹까지 터지고 있다. 아, 이제 다시 국민이 정권을 걱정하고 있다. 

부패인식지수, OECD 국가 중 최하위권

지난 4월3일 금품 수수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 시사저널 임준선
왜 고위 공직자들은 모조리 ‘도둑놈’이 되는가라는 분노가 치솟고 있다. 특히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 측근은 죄다 부정한 돈을 받아 감옥에 갔다. 윗물이 더러우니 아랫물이 깨끗할 리 없다. 고위 공직자가 공사장 ‘함바 비리’까지 개입하다니 기가 찰 일이다. 원자력발전소 직원들이 부실한 부품을 납품받고 억대 뇌물을 챙겼다. 부패를 처벌해야 할 경찰들은 룸살롱 사장에게서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았다. 대기업 비리도 끝이 없다. 재벌의 회계 부정, 비자금 부정, 세금 포탈은 그치지 않는다. 재벌들이 빵과 커피까지 중소기업 업종 진출로 탐욕을 부려도 속수무책인 나라이다. 정말 보기 흉한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부패가 개인의 도덕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개인의 욕심과 이기심을 탓한다. 그러나 사회학자들은 정부의 지나친 재량권과 규제 제도가 부패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본다. 공무원이 인·허가권 등을 둘러싼 포괄적인 재량권을 행사하면서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 공무원 사회의 위계 구조는 맹목적 충성주의를 유발하기도 한다. 공직자의 부패가 판을 쳐도 내부 고발이 나오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부패는 문화 문제이기도 하다. 법보다 패거리를 더 따르는 사회가 문제의 근원이다.

부패는 명백한 범죄이다. 단순히 개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범죄이다. 부패는 직접적 피해자가 없는 범죄인 경우가 많지만,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10만원을 훔친 도둑은 감옥에 가는데, 수억 원을 주고받은 공무원과 기업인은 금방 풀려나고 만다. 부패로 기소되어도 흐지부지 풀려나는 관행 때문에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2011년 12월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1백83개 국가 중 43위로 한 해 전보다 4순위나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27위로 최하위권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10점 만점에 7점이 되어야 ‘보편적으로 청렴한 사회’로 분류되는데, 한국은 10년이 넘도록 5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바닥권이다.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아시아 부패 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 지수는 아시아 16개 국가 가운데 11위로 지난해보다 더 떨어졌다. 특히 조세와 관세 분야에서 부패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에도 대형 부패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 은진수 전 감사위원, 강희락 전 경찰청장,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 등 이명박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이 굴비 꾸러미처럼 검찰에 불려갔다.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 교수와 조지 켈링 교수가 ‘깨진 유리창 이론’을 발표했다. 건물의 유리창이 한 장이라도 깨진 상태를 그대로 방치해두면 범죄가 도시로 확산된다는 주장이다. 사소한 문제를 방치하면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범죄 증가로 고통을 겪은 뉴욕 시의 치안 정책에 활용되었다. 1994년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사소한 범법 행위까지 처벌했다. 지하철과 공공 시설물의 낙서를 모두 지우는 동시에 지하철 무임 승차, 무단 횡단, 쓰레기 투기도 방치하지 않았다. 그 후 뉴욕의 범죄율은 급속하게 떨어졌다.

정보 공개 통한 ‘투명 행정’도 중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반(反)부패 기구가 필요하다. 국가청렴위가 국민고충처리위, 국무총리행정심판위와 함께 국민권익위로 통합되었지만, 아직 한계가 많다. 반부패 지수 9.3으로 국가 청렴도 1위인 뉴질랜드에서 불법 정치자금과 부패 조사를 전담하는 중대비리조사청(SFO)은 영장 없이 비리 혐의자와 제3자를 바로 조사할 수 있다. 고위 공직자에게 예외를 두지 않는 엄격한 법 집행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 높은 청렴도를 유지하는 스웨덴에서는 모든 행정 정보를 공개하는 정보공개법이 효과를 발휘했다. 이미 2백여 년 전 1776년 세계 최초로 모든 공문서를 공개하는 정보공개법을 제정했다. 헌법으로 정보 공개 청구권과 정보 자유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투명 행정을 구현한다. 모든 것이 투명하니 부패가 끼어들 틈이 없다.

부패를 막기 위해 법률과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정치인과 모든 국민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법을 제정하려면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다. 부패 방지법이 강화되면 권력층의 이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부패 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공직자윤리법’이 있지만 효과가 별로 없다. 무엇보다도 대가성 없는 금품 수수는 뇌물이 아니라고 했으니 고위층의 후원자(스폰서)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꼴이다. 고위 공직자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선물을 건네는 것을 ‘장기 보험’으로 간주하는 부패 문화가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다른 경쟁자가 접대를 하는데, 나만 하지 않으면 찍히거나 불이익을 볼까 봐 두려워한다.

무엇보다도 부패를 방지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절대 권력’의 출현을 막는 것이다. 조선을 세운 사대부들은 권력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사헌부·사간원·홍무관 등 삼사 제도를 운영했다. 동시에 감사 제도의 양대 지주인 대관과 간관을 설치했다. 권력 분산으로 절대 부패를 막으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세도 정치가 득세하면서 권력이 집중된 조선은 부패로 썩다가 결국 망했다. 지금 다시 대통령의 권력 집중으로 측근 비리가 그치지 않고,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권력형 부패를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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