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배후에 누가 숨었나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05.1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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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합수단에 ‘특수통’ 검사들 대거 포진…수사 과정에서 거물 정치인 이름들 벌써부터 흘러나와

금융위원회가 5월6일 저축은행 네 곳을 추가로 퇴출시키면서 검찰도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거물 정치인들의 이름도 하나 둘씩 튀어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어떤 수사보다 파괴력이 커질 수 있다. 수사팀의 의지가 그만큼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수사팀의 면면 또한 ‘스타급’으로 포진시켰다. 솔로몬·미래·한국·한주 저축은행은 현재 윤대진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과 주영환 부부장검사(파견), 정진우 부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1부), 이승호 부부장검사(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1부)가 각각 사건을 배당받았다. 모두 특수 수사나 권력 비리에 정통한 ‘수사통’들이다.

“실세들 수사에 대한 물타기 아니냐” 뒷말도

5월7일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이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솔로몬저축은행에 대해 압수수색을 마친 후 서울 강남구 솔로몬저축은행 대치본점을 나서고 있다. ⓒ 뉴시스
윤대진 과장은 지난 2003년 설립된 청와대 민정수석실 직속 특별감찰반의 초대 반장을 맡았다. 이후 미국으로 연수를 갔다가 최근 대검에 복귀했다. 금조부에서 파견 나온 주영환 부부장검사 역시 특수 수사에 정통한 인사이다. 이상득 의원이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으로부터 구명 청탁과 함께 수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주부부장검사가 맡고 있다. 이번에 미래저축은행 비리까지 덩달아 맡으면서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최운식 합수단장의 행보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최단장은 검찰 내에서 상대적으로 비주류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의욕이 적지 않다고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아왔던 만큼 의욕이 크다. 영업정지 된 네 개 저축은행뿐 아니라 계열사의 비리까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수사의 파장이 저축은행 전반이나 정·관계 상납으로 옮겨갈 수 있는 상황이다.

의문스러운 점도 적지 않다. 금감원이나 검찰이 저축은행을 상대로 파상 공세를 벌이는 시기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검찰측은 “금감원으로부터 수사 의뢰가 들어왔기 때문에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현재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를 수사하고 있다. MB 정권의 실세로 통하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상득 의원 등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박 전 차관은 지난 5월7일 수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저축은행 쪽에 수사력을 집중한 것은 “일종의 물타기가 아니냐”라는 볼멘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영업정지를 당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나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야당 쪽 인사와도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석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외곽 조직으로 알려진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연청)에서 조직국장을 지냈다. 1997년 대선 때는 새정치국민회의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서도 일했다. 이후 DJ 정권 때 저축은행을 대거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때문에 솔로몬은 C&, 프라임 등 DJ 정권에서 급성장한 기업들과 함께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 정권 초기에 대검 중수부는 호남 정권에서 급성장한 기업들의 첩보를 대거 모았다. 솔로몬저축은행 역시 이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도 “그동안 금감원 특별 검사나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를 적지 않게 받았다. 한 번도 문제가 나온 적은 없지만, 임석 회장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의 계좌까지도 샅샅이 뒤지는 통에 어려움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현 정권 들어 정치권에서는 임회장이 살아남은 것과 관련해 여권의 거물 정치인이 뒤를 봐줬기 때문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소망교회 교인’이라는 인연 때문인지 이상득 의원의 이름이 주로 오르내렸다.

솔로몬 임석 회장, 야당 쪽 인사와도 깊은 친분

지난 5월8일 구속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역시 서산의 ‘아름다운 골프 온천 리조트’를 차명으로 매입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리조트는 현재 소동기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고월이 명의상 주인이다. 소변호사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동향(전남 진도), 동문(단국대)이다. 이런 친분 때문에 대북 송금 조사 당시 박지원 위원장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박위원장 역시 소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ㅂ법무법인의 고문으로 등재되어 있다. 때문에 소대표가 거액을 대출받아 골프 리조트를 설립하게 된 배경에 박위원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소변호사를 소환해 대표를 맡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소변호사는 현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무실과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메시지를 남겼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뒷말이 적지 않다. 검찰 수사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박지원 위원장과 관련해 “물타기가 아니냐”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검찰 사정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는 “1차와 2차 수사 때는 예보에서 조사한 자료를 기다렸다가 수사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이런 절차마저 생략하고 서둘러 수사에 나섰기 때문에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수사에 촉각 곤두세운 기업들 

검찰이 저축은행을 상대로 전방위 수사에 나서면서 재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그동안 합수단과는 별개로 경기저축은행과 영남저축은행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두 저축은행은 이번에 영업이 정지된 한국저축은행의 계열사이다.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의 대주주인 대한전선그룹이 계열사였던 티엠씨를 통해 수백억 원을 대출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지난 1월 불법 대출에 관여한 임종욱 전 대한전선 부회장을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한전선측은 “임 전 부회장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라는 입장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임 전 부회장은 단순한 CEO(최고경영자)가 아니다. 작고한 창업주를 대신해 그룹 운영에 관한 전권을 행사해 왔다. 이런 문제가 생겨서 당혹스럽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재계의 시각은 달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어느 회사나 그룹도 이사회가 있기 마련이다. 계열사를 차명 대출에 동원하면서 CEO 독단으로 처리했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검찰 역시 오너 일가와 저축은행 대주주와의 연결 고리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가 불법 대출 혐의로 기소된 SK그룹 역시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08~10년 차명으로 1천억원을 미래저축은행에서 대출받다가 검찰에 기소되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각을 세우고 있다. 대출금의 불법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치 중이다. 하지만 검찰이 최근 우선적으로 미래저축은행의 비리를 캐기 시작하면서 그룹이 바짝 긴장한 상태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최회장이 미래저축은행에서 추가로 대출받은 자금이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기소도 가능할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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