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 정치’를 세워야 한다
  • 소종섭 편집장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2.05.1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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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허 스님이 지은 <탄허록>을 읽다 보니 이런 대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논어>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누군가가 허물이 있다고 충고해줄 때 기뻐하는 것은 공자의 3천 제자 가운데 자로밖에 없다.’ 그만큼 남의 충언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릇 지도자라면 백성의 참된 말을 귀담아 듣고, 허물을 지적하면 이를 기꺼이 받아들여 고쳐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법과 영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먼저 지도자가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도가 없으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각 분야에서 도를 실천할 때 올바른 정치가 나온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지난 5월7일 구속되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이른바 ‘실세’들이 하나같이 감옥에 갔습니다. 이들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의 공신들처럼 가난한 이들도 아닙니다. 천신일·최시중 같은 이들은 나이도 70세가 넘었고 수십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갖고 있는 부자들입니다. 박 전 차관의 재산도 10억원이 넘습니다. 평범한 눈으로 보면 남부러울 것이 없는 이들입니다. 그런데도 이권 청탁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겨 결국 감옥에까지 가 스스로 명예를 더럽혔습니다.

2008년 후반기부터 여권 안팎에서는 이들에 대해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여권 일부 인사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인사 전횡’ ‘영포 라인 독식’ 문제의 위험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무위에 그쳤습니다. 변화가 없었습니다. 대통령은 이들의 충언을 듣지 않았습니다. 여권 내에서는 “진짜 몸통이 대통령인 것 같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정권 창출 공신이지만 이후 권력 핵심에서 멀어진 정두언 의원이 “어떻게 보면 지금이 시작이다”라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이들의 비리 의혹이 더 불거져 나올 것이라는 예고이자, 이들 외에 다른 인사들의 비리 또한 터질 것이라는 예언입니다.

<시사저널>은 그동안 어떤 매체보다도 이상득 의원까지 포함한 이들 권력 실세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해왔습니다. ‘형님의 전성시대’(2008년 3월), ‘이상득-정두언 100일 갈등 전말’(2008년 6월), ‘권력 실세들에 휘둘린 포스코 회장 인사’(2009년 4월), ‘박영준은 몸통인가’(2010년 7월), ‘술집까지 뒤진 사찰’(2010년 7월), ‘도전받는 형님 권력’(2010년 8월), ‘최시중, 2008년 추석 때 돈 뿌렸다’(2012년 2월) 등이 대표적입니다. 여권 내부에서도 경고음이 울리고 언론에서도 보도가 이어졌는데 이들이 건재했다는 것은 지도자가 이들을 감쌌기 때문입니다. 결국 더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지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비단 여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통합진보당 부정 선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기득권에 얽매여서인지, 조직 논리에 빠져서인지, 리더가 충언을 듣지 못합니다. 최종 결과가 어찌 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와 관계없이 민심의 큰 흐름은 이미 마음을 접은 것으로 보입니다.

‘도(道)의 정치’는 민(民)의 정치, 신(信)의 정치, 자연의 정치일 것입니다. 지금은 이러한 ‘도(道)의 정치’를 꿈꿔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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