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 훔치려 나선 충무로 ‘작은 도둑들’
  • 라제기│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
  • 승인 2012.05.2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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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예정작 중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한 편 정도…지난해와 같은 ‘출혈 경쟁’ 피하려는 듯 중급 영화들만 ‘채비’

영화

‘대포보다는 소총’. 올해 충무로의 여름 전략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줄어든 반면 개성을 내세운 중급 영화가 극장가를 겨냥한다. 벌써 6백만 관객을 동원한 <어벤져스>를 신호탄으로 여름 시장 대공세를 예고하는 할리우드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충무로 대작은 <도둑들>만 개봉할 듯

여름 시장은 한 해 극장가 최고의 대목으로 꼽힌다. 특히 7월 하순에서 8월 하순까지 한 달가량의 여름휴가철에는 “박스가 꽉 찼다”라는 표현이 따를 만큼 극장은 북새통을 이룬다.  영화사로서는 놓칠 수 없는 성수기이니 각 회사별 대표 선수가 전면에 나선다.

해마다 여름 시장은 한국형 블록버스터와 할리우드 대작이 일합을 겨루는 전장이 되어왔다. 2008년과 2009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2편가량의 충무로산 대형 작품이 흥행 왕좌를 노리며 여름에 개봉했다. 2007년에는 <화려한 휴가>와 <디워>가 쌍끌이 흥행에 성공했고, 2009년에는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특히 지난해는 여름 대전의 꼭짓점이라 할 수 있었다. 100억원 대 영화 3편이 한국 영화 사상 처음 동시다발로 개봉하며 혼전을 벌였다. <퀵>과 <고지전>이 같은 날 개봉했고, 이어 <7광구>가 2주 뒤에 합류했다. 말 그대로 공룡의 전쟁이었다. 하지만 흥행 성적은 대체로 좋지 않았다. <퀵>이 겨우 3백만명 고지를 넘어섰고, <고지전>과 <7광구>는 2백만명대에서 흥행 레이스를 멈췄다. 서로 발목을 잡으며 출혈 경쟁을 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지난해 흥행 결과의 반작용일까. 올해 출사표를 던진 대작은 <타짜>로 이름이 높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뿐이다. 김윤석과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등 출연 배우의 면면만으로도 눈길을 모으는 이 영화는 홍콩과 마카오 로케이션까지 진행하며 화려함을 더했다. 임달화 등 낯익은 홍콩 배우가 등장해 영화의 중량감을 키웠다.

7월 하순에 개봉할 예정인 <도둑들> 외에는 21세기판 <빨간마후라>로 비가 주연한 <비상: 하늘 가까이>가 개봉을 저울질하고 있다. 100억원대 영화가 시장 눈치를 살피는 것은 완성도에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냐는 분석이 충무로에서 흘러나온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제작비 100억원에 달하는 영화가 여름 시장을 앞두고도 아직 앞뒤를 따지는 모습은 결국 영화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대형 건물 화재 사건을 소재로 삼아 한국판 <타워링>이라 할 <타워>도 당초 여름 영화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영화 속 배경이 크리스마스라는 이유로 최근 11월로 개봉 시기를 옮겼다. 지난해 실망스러운 흥행 성적을 올린 <7광구>의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라는 점도 여름 개봉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오래전부터 개봉 시기를 정하고 시장을 겨냥해 정밀하게 준비되는 블록버스터의 속성을 감안했을 때 <비상: 하늘 가까이>와 <타워>가 개봉도 하기 전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영화계에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는 셈이다.

코미디·공포 등 장르 영화로 승부수

대포가 사라진 상황에서 소총과도 같은 중급 영화가 여름을 겨냥하고 있다. 코미디영화가 세 편가량이며 여름에 극장가 단골인 공포영화도 두 편가량 개봉 대기 중이다. 궁중 에로물과 예술성 짙은 영화도 여름에 극장가를 찾는다.

코미디영화로는 <미쓰고>가 가장 눈에 띈다. 고현정이 주인공을 맡은 이 영화는 대인기피증 여자가 5백억원 규모의 범죄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유해진, 성동일, 고창석 등 외모만으로도 개성 넘치는 배우가 웃음을 제조하려 한다.

성동일과 송새벽을 앞세운 <아부의 왕>도 대작의 빈자리를 노리는 코미디이다. 아부로 영업에 일가를 이룬 인물과 그를 추종하는 한 사내의 기괴한 모험을 그렸다. 인디밴드 때문에 안락한 삶이 위기에 놓이는 복지부동 공무원의 사연을 담고 있다.

6월6일 개봉하는 <후궁: 제왕의 첩>은 에로와 궁중 비극을 결합한 사극이다. <방자전>으로 에로 사극의 부활을 알린 조여정이 주연을 맡았고, <번지 점프를 하다>의 김대승 감독이 현장을 지휘했다. 농도 짙은 장면과 화려한 궁중의 모습이 권력을 둘러싼 암투와 뒤엉키며 여러 재미를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큰 작품이다.

공포물로는 <미확인 동영상: 절대 클릭 금지>와 <두 개의 달>이 개봉한다. <미확인 동영상>은 소속사와의 소송 문제에 휘말렸던 박보영의 복귀작으로 죽음을 부르는 인터넷 동영상에서 비롯되는 사건을 묘사한다. 김지석 등이 주연하는 <두 개의 달>은 옴니버스 형식을 빌린 이색 공포물이다.

비자금 5백만 달러가 든 가방을 손에 쥐게 된 한 대기업 사원의 부장을 향한 복수극을 그린 <5백만불의 사나이>는 코미디에 액션을 버무려 관객들의 지갑을 노린다. 가수 박진영이 첫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점쟁이들>은 초능력을 지닌 전국의 점쟁이들이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려 8월 시장을 겨냥한다. <차우>로 개성을 뽐냈던 신정원 감독의 신작. <친구>의 곽경택 감독은 1980년대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방위의 좌충우돌을 그린 <미운 오리 새끼>로 도전장을 내민다. 소지섭이 주연한 액션 멜로 <회사원>도 8월 극장가를 두드린다. 사랑을 위해 청부살인업을 그만둔 한 남자가 동료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게 되는 모습을 그렸다.

김기덕 감독의 신작 <피에타>와 배우 유지태의 감독 데뷔작 <산세베리아>도 7월에 개봉될 예정이다. 이정진과 조민수가 주연한 <피에타>는 뒷골목 한 청년과 어머니의 아픈 사연을 그린다. <산세베리아>는 가출 소년과 필리핀 여성이 우연히 여행을 함께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성장 드라마 틀에 담아낸다.



영화
이보다 화려하기도 어렵다. 올여름 극장가를 공습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위용은 제목만으로도 가늠이 될 정도이다. 모두 5백만 관객은 너끈하게 모을 영화라, 충무로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초여름은 5월24일 개봉하는 <맨인블랙3>가 연다. 10년 만에 재개된 <맨인블랙> 시리즈의 속편이다. 이어 블록버스터 릴레이 개봉의 바통은 6월7일 <프로메테우스>가 잇는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확장판에 해당하는 이 영화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창시자 리들리 스코트가 메가폰을 잡았다.

이병헌 주연의
7월에는 두 편의 할리우드 대작이 국내 극장가를 찾는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5일 개봉하고, 크리스토퍼 놀란 버전의 <배트맨> 시리즈 최종편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19일 관객과 만난다. 1990년 만들어진 동명 원작 영화를 새롭게 그려낸 <토탈 리콜>은 8월2일 극장가를 찾고, ‘본’시리즈의 신작

<본 레거시>는 9일 상영 테이프를 끊는다. 이병헌이 주연을 맡아 눈길이 더 가는 <지.아이.조2>는 6월21일 관객과 첫 만남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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