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레이저로 이기는 ‘땀과의 전쟁’
  • 석유선│헬스팀장 ()
  • 승인 2012.06.0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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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보다 3~8배 많은 땀 배출하면 병원 치료 권장 / 심하지 않다면 간단한 처방으로 해결할 수도

ⓒ 시사저널 이종현

직장인 홍경수씨(37·인천)는 여름이 다가올수록 재킷을 벗기가 겁난다. 겨드랑이에 맺히는 땀이 보기에도 민망할 뿐만 아니라, 냄새도 나서 사람들이 그의 옆에 앉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겨드랑이에 더해 손에서도 땀이 줄줄 나다 보니, 금쪽 같은 네 살배기 딸아이도 여름에는 “아빠 손은 찝찝해”라며 피하는 통에 상처받기 일쑤이다. 홍씨처럼 여름이 다가오면 다한증 환자들은 저마다 말 못할 ‘땀과의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사실 땀은 기온이 올라가면 체온이 주변의 온도와 같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수분과 몸속 노폐물을 배출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일반인 한 사람당 땀샘 수는 평균 3백만개로, 태어나면서 정해지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도 그 수가 변하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흘리는 땀은 하루 6백~7백㎖ 정도이다.

다한증은 정상인에 비해 3~8배나 많은 땀을 흘리는 경우로, 신체의 땀 분비를 조절하는 자율교감신경의 작용이 비정상적이어서 피지와 땀 분비량이 과도해지면 발생한다. 다한증 환자들은 약간의 기온 상승, 감정 변화, 가벼운 운동에도 영향을 받으며 스트레스에 의해 증상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간혹 갑상선 기능 항진증, 당뇨병, 결핵 등의 질병이 있어도 나타날 수 있다. 전체 성인의 0.6~1% 정도에서 발병하는 다한증은 생명에 지장을 줄 만큼 중병은 아니지만 사회생활이나 학교생활 등에 적잖은 지장을 주게 된다.

다한증·액취증, 병으로 생각하고 치료해야

한 피부과 전문의가 다한증 환자를 ‘땀 주사’로 치료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다한증은 신체 부위 중에서도 발한 중추가 뇌피질의 영향을 미치는 손과 발 쪽에 특히 많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이다. 손에서 땀이 많이 나면 글씨를 쓰거나 키보드를 조작할 때, 골프 퍼팅 등을 할 때도 불편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발의 경우에도 신발이나 양말에 땀이 차면서 습한 상태가 계속되면 세균이 번식해 무좀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황씨처럼 겨드랑이 다한증은 양쪽 겨드랑이 부분의 옷이 흥건하게 젖어 겉옷을 벗지 못하는 불편에다 일명 ‘암내’로 불리는 액취증을 동반해 직장 생활에서 ‘왕따’가 될 가능성도 크다.

액취증은 아포크린 땀샘의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데, 원래 무색 무취인 땀이 분비되는 과정에서 피부 표면의 세균과 만나 반응하면서 역한 냄새가 나는 증상이다. 사실 다한증과 액취증을 병으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때가 되면 없어지겠지’ 하는 마음에 오랫동안 증상으로 괴로워하다 마음의 상처만 키울 수 있으니 적극적인 치료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땀 배출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다면 땀 억제제와 땀 냄새 제거제 정도로 해결할 수도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염화알루미늄이 주 성분인 땀 억제제를 활용하면 손과 발, 겨드랑이 등의 땀 배출을 다소 줄일 수 있다.

염화알루미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발한 억제제로 승인한 성분으로, 오랫동안 다한증 치료제로도 쓰여왔다. 피부 가장 바깥 부분인 표피층에 겔 형태로 흡수되면서 땀구멍을 막는다. 땀구멍으로 나가지 못한 땀은 혈액으로 흡수되어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나가는 원리이다. 대표적인 제품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땀 억제제인 ‘드리클로’로, 외출 전이나 취침 전에 미리 바르고 며칠 동안 계속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일시적으로 땀 냄새를 없애려면 땀 냄새 제거제인 데오드란트를 쓰면 된다. 요즘에는 각종 화장품 브랜드에서도 스틱과 스프레이형 등 다양한 형태의 땀 냄새 제거제를 출시하고 있다. 데오드란트의 대다수는 땀을 흡수하거나 달라붙게 하는 성분을 땀이 난 부위에 발라주는 방식으로, 모세혈관을 수축시키거나 모공 입구를 막아 땀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이런 제품으로 해결이 안 되는 상태의 다한증·액취증 환자라면 피부과 전문의들과 상담해 여러 방법 가운데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근본 치료법들, 시술 간단하고 효과도 좋아

최근에는 이른바 ‘땀 주사’로 불리는 보톡스를 이용한 간편한 치료법이 각광받고 있다. 원래 보톡스는 보툴리눔톡신(botulinum toxin)을 이용해 운동 신경 말단 부위의 아세틸콜린 분비를 억제하고 근육을 마비시키는 원리로 주름 개선, 사각턱, 종아리 근육 축소 등 미용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어왔다.

이러한 보톡스를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주사하면, 땀샘에 분포된 신경 전달을 차단하고 땀샘을 수축하게 만들어 땀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술 시간은 10~15분 정도이며, 시술 후 1~2주가 지나면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약 6개월 이상 효과가 지속되기 때문에 여름철 다한증이 두려운 이들은 지금 시술받아도 늦지 않다. 좀 더 근본적인 치료법으로는 ‘땀샘 흡입술’이 있다. 냄새의 원인이 되는 아포크린 땀샘을 특수관으로 뽑아내 땀 발생은 물론 냄새까지 차단해준다.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적어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6개월 정도의 효과를 유지하는 보톡스를 이용한 치료 방법보다는 성공률이 95% 정도로 높은 땀샘 제거 수술이 장기적 관점에서 효과적이다.

겨드랑이 다한증인 경우에는 최근 새롭게 출시된 아큐스컬프 레이저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아큐스컬프 레이저로 땀샘을 제거함으로써 땀이 안 나게 해 다한증은 물론 땀으로 악취를 풍기는 액취증을 예방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지방을 용해해 땀샘을 파괴하기 때문에 신경과 혈관 손상 없이 대부분의 땀샘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고, 국소 마취이므로 시술 후 붓기와 멍도 적다.

그 밖에 외과적 수술인 ‘교감신경 절제술’을 활용하면 주로 얼굴, 겨드랑이, 손에 발생하는 다한증 치료에 영구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수술 부위와는 전혀 다른 곳에서 땀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생기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한증·액취증 환자의 ‘여름 에티켓’

■ 땀이 나는 대로 자주 샤워를 한다. 완전히 말린 후 땀 억제제를 활용하는 습관을 들인다.

■ 속옷은 땀에 젖어도 표시가 잘 안 나는 흰색을 입고, 메시와 쿨맥스, 삼베 소재로 된 옷이 좋다.

■ 슬리브리스톱이나 레깅스, 스키니진은 땀이 흡수되는 것을 막아 세균 증식을 촉진시키므로 여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 겨드랑이 마찰이 많으면 베이비파우더를 자주 뿌려 피부의 뽀송뽀송함을 유지한다.

■ 겨드랑이 털은 꼭 제모를 해 냄새 유발 요인을 없앤다.

■ 데오드란트는 스프레이보다 농축형·스틱형이 좋다. 외출 전과 운동 전에 바르는 습관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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