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신 시장, 3파전 달아올랐다
  • 반도헌│미디어평론가 ()
  • 승인 2012.06.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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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뉴시스와 합병 무산된 뒤 독자 출범해 급성장…연합뉴스·뉴시스 주춤한 사이 새 강자 ‘등극’

ⓒ 일러스트 배중열

지난해 여름, 국내 언론계는 뉴스통신 시장의 M&A(인수·합병) 소식에 크게 술렁였다.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연합뉴스에 머니투데이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머니투데이에서 창간을 준비 중이던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업계 2위인 뉴시스와 인수·합병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의 구도가 바뀔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14일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과 장재국 뉴시스 전 회장이 직접 만나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양도 금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백60억원 안팎이었다. 장 전 회장의 뉴시스 지분은 66.75%로, 뉴시스는 주주 총회를 열어 매각 건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었다. 두 회장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간부·직원이 같은 한국일보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는 양사는 한때 콘텐츠를 제휴하는 관계를 유지해온 터였다. 또 머니투데이는 이미 10% 안팎의 뉴시스 지분을 보유한 상태여서 이번 인수에는 대주주 변경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뉴시스 전 회장의 차명 주식 탓에 합병 못해

언론계에서는 자금력을 앞세운 머니투데이와 경험·조직이 갖춰진 뉴시스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9년 연속 흑자 살림과 보도 채널 공모 때 확보한 자본까지 있는 머니투데이가 언론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약 과정에서 뉴시스 인력의 ‘100% 고용 승계’도 명확히 했기 때문에 뉴스1과 뉴시스 모두 ‘윈윈’하는 선택이 될 것으로 보았다.

합병 통신사명 역시 ‘뉴시스’가 유력시되었다. 당시 뉴스1의 한 간부는 “그동안 통신 시장을 거의 독점해왔던 연합뉴스의 ‘진정한 경쟁 상대’가 출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연합뉴스측에서도 “자금력 등을 앞세운 ‘뉴스1-뉴시스 연합군’은 기존 뉴시스보다 좀 더 강력한 경쟁자임에 틀림없다”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8월, 돌연 인수·합병은 무산되었다. 장재국 전 회장은 지난해 8월18일 오종택 노조위원장과 만나 머니투데이와 합병하지 않기로 했으며 합병이 무산된 데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장 전 회장이 뉴시스 지분 70%가량을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에게 양도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35일 만에 이루어진 계약 파기였다. 장 전 회장은 합병 무산 배경에 대해, 인수 금액 차이나 뉴시스 지역본부 반발 등의 때문이 아니라 머니투데이와의 협상 과정에서 서로 이해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해관계는 장 전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한 주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장 전 회장은 8월23일 “차명 명의자들과 이견이 있다”라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장 전 회장은 계약 당시 뉴시스 지분 66.75%를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뉴스1은 장 전 회장의 계약 해지 통보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효력이 없다며 계약 이행을 촉구해왔다.

그렇다면 장 전 회장은 뉴시스 지분을 왜 차명으로 보유했을까. 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장 전 회장이 한국일보에 채무를 갖고 있어 자신의 명의로 된 자산을 가질 수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장 전 회장이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했으나, 정작 몇몇 차명 명의자들이 인수·합병에 반기를 들면서 무산되었다는 것이다. 장 전 회장은 뉴스1과의 통합이 무산되자 책임을 지고 신상석 전 사장과 함께 경영에서 물러났다. 새 대표이사에는 서울경제·한국일보 등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이종승 전 한국일보 부회장을 내정했다.

계약 파기에 반발한 뉴스1, 뉴시스 인수 별러

그러나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 뉴스1은 강하게 반발했다. 뉴스1은 장 전 회장이 뉴스1과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할 당시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한 뉴시스 지분 66.75%에 대해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서울중앙지법이 지난해 9월 이를 받아들였다.

뉴스1은 또 장 전 회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뉴스1은 보도자료를 내고 “뉴시스 지분 66.75%를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장 전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수 있고, 급전이 필요한 장 전 회장이 주식 양도 의사가 없으면서도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계약금을 받아 가로챘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뉴스1측은 “장 전 회장의 계약 해지 통보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결정에 이어 본안 소송인 주식 양도 소송을 제기해 당사자 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법정에서 계약 이행 판결을 받아낸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즉, 계약 해지가 무효라고 보고 주식을 양도해 뉴시스를 인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와 별개로 뉴스1은 11월 매체를 출범시켰다. 이윽고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5주 연속으로 통신사 점유율과 방문자 수에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연합뉴스와 뉴시스측은 적잖이 당혹스러워하며 반박 자료까지 낸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에 따르면, 인터넷 트래픽 조사 사이트 랭키닷컴을 인용해 뉴스1이 4월 2주차 35.18%의 점유율을 기록해 연합뉴스(26.6%)와 뉴시스(19.43%)를 따돌렸다고 보도했다. 방문자 수에서도 16만3천4백6명을 기록해 연합뉴스(10만8천7백14명)와 뉴시스(8만1천6백16명)에 앞섰다. 머니투데이의 기존 루트를 이용해 기사를 송출시킨 것, 연합뉴스의 파업 장기화, 뉴시스가 뉴스캐스트에서 빠진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루어진 반쪽짜리 성공이었지만 뉴스1측은 적잖이 고무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인수 때에는 뉴시스의 이름을 딴 회사로 합병하려고 할 만큼 여기에 지나치게 목을 맨 측면이 있다. 가시적인 성과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혼자 독립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통신시장은 뉴스1이 진입하기 전까지 연합뉴스와 뉴시스가 시장을 주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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