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왜 칼자루 쥐고도 통진당 수사 뜸들이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2.06.02 23: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원 명부 압수 후 열흘 만에야 작업 착수…여론 의식한 듯 ‘게걸음’

지난 5월22일 검찰이 통합진보당 압수수색을 실시한 데 항의하는 당원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내분이 장기전으로 돌입할 전망이다. 이미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에 들어간 구당권파와 신당권파(혁신비대위측)의 갈등과 반목은 6월 말 예정되어 있는 전당대회 때까지 계속될 듯하다. 일각에서는 “이미 분당 수순에 들어갔다”라는 얘기도 들려온다. 여기에 또 하나의 주요한 변수인 검찰 수사도 6월 한 달은 그냥 넘기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북풍(北風)’을 일으킬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압수한 서버에 대해 본격적으로 열람 작업을 시작한 것은, 서버를 확보한 5월22일 이후 열흘 만인 지난 5월31일이다. ‘수사’라고 말할 수 있는 작업 자체가 이제야 막 시작된 것이다. 압수수색 당시 ‘판도라의 상자’가 곧 열릴 것이라는 보수 진영의 기대와는 달리 수사 속도가 매우 더딘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관계자는 “(압수수색 당시) 통진당이 협조했더라면 필요한 부분만 가져왔을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서버 3개를 몽땅 가져왔고, 이미징(복사)·암호 해독 작업을 거쳐야 했다. 이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의 ‘게걸음’ 행보에는 일단 숨을 좀 고르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진보 진영은 검찰의 행동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진보신당 김종철 부대표는 “검찰이 당원 명부를 가지고 (영장 발부 목적 외에) 교사·공무원 당원들을 문제 삼거나 용공 사건을 조작한다면 (통진당과) 연대해서 싸울 것이다. 검찰이 시도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논평 형식으로 미리 발표해 검찰의 검은 꼼수를 사전에 막겠다. 법적인 대처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미 공안 정국 조성…잃을 것이 없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 시점도 7월 이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6월 말에 통합진보당의 전당대회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 전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검찰이 구당권파든 신당권파든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꼴이 된다. 현재 상황으로 보아서는 통합진보당이 분당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검찰 발표로 인해 두 세력이 똘똘 뭉치는 의외의 돌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검찰이 이같은 상황을 일부러 만들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검찰 입장에서도 서두를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검찰이 당원 명부를 압수수색한 뒤 통합진보당 사태는 당초 ‘부실·부정 선거’ 논란에서 ‘종북 좌파 정당 척결’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구당권파 쪽 관계자는 “(압수수색 후)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종북 세력을 비판했다. 여기에 안철수 원장을 비롯한 대권 잠룡들도 (종북 논란에) 한마디씩 보태고 있다. 당권파는 검찰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빨갱이’ 집단으로 낙인찍혀버렸다. 검찰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즐긴 후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아 치명타를 날리려고 할 것이 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의 이번 수사가 ‘헛발질’에 그칠지라도 검찰은 잃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원했던 것은 대선을 앞두고 공안 정국을 조성하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이를 달성했다. 모든 신문 1면이 ‘종북 좌파’로 도배되고 있지 않은가. 설령 검찰이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해도 상관없다. 당원 명부라는 ‘화수분’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당원 명부를 확보하면서 향후 10년간 공안 당국의 밥벌이가 마련되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제1회 시사저널 대학언론상>에 도전하세요. 등록금을 드립니다!

 

[시사저널 인기 뉴스]

▶ 손학규 전 대표 인터뷰 "문재인의 공동 정부론은 국민 우습게 보는 것"

▶ 외제차 리스업체 주소지가 군청?

▶ 국회 내 ‘기념 식수 1호’는 가짜였다

▶ 변모하는 ‘안철수 인맥’ 대선 캠프로 진화 중?

▶ 커가는 대안학교, 숨막힌 공교육 숨통 틔워줄까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