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살 것인지 고민의 범위가 넓어졌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06.02 23: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심형 비인가 대안학교 ‘하자 작업장 학교’에 다니는 최하은·김해주 양 인터뷰

대안학교 생활을 말하는 최하은양(왼쪽)과 김해주양. ⓒ 시사저널 임준선
올해 열여덟 동갑내기인 최하은·김해주 양은 도심형 비인가 대안학교인 ‘하자 작업장’에 다닌다. 두 사람을 만난 것은 지난 5월31일 서울 마포구 아트센터에서 열린 도심형 대안학교 축제에서다. 이들에게서 솔직 담백하고 거침없는 대안학교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하자 작업장 학교는 어떤 곳인가?

· : 2001년에 하자센터라는 이름으로 개교했다. 우리는 그때를 시즌1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2010년에 시즌2로 다시 개교했다. 지금은 공연·디자인·영상 세 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식 교과는 거의 하지 않는다.

왜 이 학교를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최 : 중학교 2학년 때 일반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하지만 혼자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넓혀지는 것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 혼자 있다 보니까 외롭기도 했다. 학교를 다시 다녀야겠다고 생각해 알아보다가 엄마 소개로 하자에 다니게 되었다.

김 : 간디중학교를 나왔다. 원래는 간디고등학교를 가려고 했다. 그런데 학교생활이 지루하고, 밖이랑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친구 중에 하자를 다닌 친구가 있어 소개를 받았다. 이것저것 많이 체험하는 곳처럼 보여 선택했다.

이전 학교와 하자의 차이점이 있다면?

최 : 일반 학교는 답답하다. 교복도 맞춰서 입어야 하고 머리도 규제한다. 무엇보다 시험 위주의 공부가 싫었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시험 범위 이상은 알려주지 않았다. 하자는 바쁘지만 내 관심사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일반 학교의 나쁜 분위기, 문화가 없다. 가령 선후배 관계가 그렇다. 하자에서는 나이가 많아도 서로 별명을 부른다. 언니, 오빠, 선배, 이런 말도 없다.

김 : 간디에서는 지식 교과를 배웠다. 배운다기보다 수업을 들었다. 공부가 지루했다. 그런데 하자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왜 내가 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성적을 올리거나 지식이 많아지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서 좋다. 그리고 중학교 때는 모든 고민이 ‘나’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자에서는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어떤 세상에서 살 것인지 등 고민의 범위가 넓어졌다.

하자에서의 일상을 말한다면?

· : 10시에 등교하면 박수하는 모임을 가진다. 요즘은 공연팀이 브라질 음악을 연습해서 박수도 삼바 리듬으로 한다. 몸도 풀고 조깅도 하고 간단하게 놀이도 한다. 10시 반부터 12시까지 글로벌 잉글리시(글로비씨)라는 영어 수업을 한다. 글로비씨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매년 초에 홍콩 ‘메드 콘퍼런스(med conference)’에서 강의를 듣기 때문이다. 강의가 영어이니까. 영어 수업이 끝나면 ‘오도리’라고 전교생이 춤을 추는 시간이다. 같이 무언가를 하는 문화이다. 큰 행사 안에 넣을 수 있기도 하고. 오후에는 농사 수업, 매체 워크숍, 그날그날 일정에 맞춰서 한다. 영화를 보거나 같이 책을 읽기도 한다. 지식 교과는 아예 없다.

지식교과에 대한 갈증은 없나?

최 : 일반 학교에서 지식 교과를 배우면서 안 좋은 이미지가 생겼다. 소설 해석하고 이런 게 별로 필요한 것이 아니구나. 머리로만 하는 배움이 큰 것이 아니구나. 그래서 지식교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한다. 가끔씩 내가 관심 생기는 분야는 개인적으로 공부한다.

김 : 검정고시를 볼 생각이 없어서 별로 관심이 없다. 대학에 갈 생각도 별로 없다. 그리고 지금 학교에서 하는 것들을 하면서 병행하기가 어렵다. 

진로 고민이나 불안은?

최 : 불안감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그 불안이 단지 내가 대안학교 학생이라고 해서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일반 학교 애들은 그 환경에서 또 불안을 느낀다. 하자를 다니면서 꼭 전문적으로 하고 싶은 공부가 생기기 전까지는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 없다. 다만 지금 하는 공부가 대안적인 삶, 어떤 세상을 위한 공부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한다. 지난해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변했다. 앞으로 많은 것을 보게 될 것이고 그러면서 원하는 진로는 자연스럽게 생겨나지 않을까.

김 : 어떤 직업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왜 할지, 무엇을 위해서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지금은 디자인을 배우고 있지만 나중에는 농사도 짓고 싶다. 무슨 직업을 갖든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 :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안 학교를 귀족 학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가난한데 일반 학교를 다니기 싫어하는 아이가 분명히 있을 텐데. 어떻게 하면 모든 아이가 평등하게 대안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이 받고 싶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