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대표“공동 정부론은 국민 우습게 보는 것"
  • 안성모 기자·정리│최은진 인턴기자 ()
  • 승인 2012.06.0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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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대표 인터뷰 / “집권하려면 당내 통합이 먼저…요즘 들어 대통령 될 것 같은 기분 자꾸 든다”

ⓒ 시사저널 임준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일찌감치 대권 준비를 해왔다. 지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정동영 상임고문에게 지면서 본선 진출에 실패했던 그는 두 번째 도전을 위해 와신상담해왔다. 당시 대세론까지 형성했던 손 전 대표가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이유는 당내 지지 기반이 약했기 때문이다. 그 후 5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사이에 당 대표를 두 번이나 맡았지만 여전히 당내 주류에서 비켜나 있다. 지지율도 제자리걸음이다. 그는 “현실 정치에서 지역적으로 지지 기반이 없다는 것이 마치 원죄처럼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감은 첫 번째 도전 때보다 오히려 더 넘쳐 보였다. 손 전 대표는 취약한 지지 기반과 관련해 “능히 뛰어넘을 수 있다”라고 자신했다. “요즘 들어 (대통령이) 될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든다”라는 말도 했다. 최근 유럽 방문에서 새로운 체험을 했다고 한다. 스웨덴의 유치원과 핀란드의 학교를 둘러보면서 ‘집권을 하면 어떻게 할까’ 골똘히 구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는 “나도 모르게 국가를 책임지고 운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손 전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5월2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실에서 1시간20분 동안 진행되었다. 

이른바 ‘친노’ 세력이 민주당의 주류를 형성한 후 담합 의혹 등 이런저런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보았듯이 당내 패권주의는 당을 망친다. 조금 힘이 생겼다고 내 것부터 챙기고, 갖은 수단을 동원해 권력을 장악하려는 것은 당을 망하게 하는 길이다. 지난 총선에서 그런 모습이 나타났다. 야권 통합으로 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지지율이 새누리당을 앞섰다. 그때부터 착각한 것이다. 우리가 다 먹었으니까 이제 내가 다 먹자, 이렇게 간 것이다. 얼마나 난장판이었나. 교만해져서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정치하는 사람들만의 잔치를 벌였다. 그러니까 국민들이 ‘저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겨도 되겠나’ 의심하고 불안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정치 공학적으로 보면 ‘이(해찬)-박(지원) 담합론’이 대세가 되어야 하지만, 실제 전당대회는 그렇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이번 전당대회는 국민과 당원을 배제한 정치인들만의 담합은 결국 거부당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난 4·11 총선 공천 과정에서 정면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끼어들면 그것 자체로 이전투구가 된다. 당이 국민들에게 싸움판으로 비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나까지 그럴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용히 이야기했다.

당권을 쥐면 대권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에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지는 것 아닌가?

그런 판단은 대선 승리를 확신할 때나 가능하다. 오판이다. 집권을 하려면 당내 통합이 먼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야 당내 힘도 모으고 국민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집권이 가시화되기도 전에 주도권 다툼부터 한다면 국민들이 지지를 철회하지 않겠나.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당 대표로서 지난해 4·27 재·보선에서 승리한 후 지지율이 높아졌을 때, 일부에서 손학규 계보를 만들자며 모임을 가지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내가 싫다고 못 하게 했다. 그래서 그 사람들과도 멀어졌다. 힘이 있을 때 세력을 모아야 하지 않느냐고 했지만, 그것은 손학규의 정치가 아니다. 말로는 계파 정치가 옳지 못하다고 하면서 자신은 계파를 만드는 그런 모순을 저지르면 안 된다.

하지만 정치 현실은 다르지 않은가?

다들 현실을 이야기하는데, 정치는 끊임없이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물론 필요한 현실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받아들일 현실이 있고,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현실이 있다. 2010년 10월 당 대표 선거에 나갔을 때도 계파가 없었다. 뿌리 없이, 계파 없이, 돈 없이도 당 대표가 되지 않았나. 국민을 믿고 당원을 믿으면 된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세력 구축을 많이들 했을 것이다. 자기 사람들을 심고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단언할 수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당내 대권 주자인 문재인 고문은 안철수 원장에게 공동 정부까지 제안하고 나섰는데,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정치는 스스로에 대한 긍지와 사명감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힘으로 안 되니까 남의 힘을 빌리겠다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우리가 못 한다면 그만둬야지, 왜 남의 힘을 빌리려고 하는 것인가. 이것은 정당 정치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만한 자부심과 책임감도 없이 어떻게 정치를 하려고 하나. 정권 교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누구와 연합해야 한다고 하니까 안타까운 것이다. 나는 힘이 없으니 남의 힘을 빌려서 집권하겠다고 하면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

하지만 당내에서는 안원장에 대한 구애가 많지 않나?

국민에게 희망을 갖도록 하는 안원장의 역할을 절대로 부정하지 않는다. 안원장은 우리 사회에 백신과 같은 존재이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같이 힘을 모으고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만 안원장을 모셔오겠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우리가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후에 안원장에게 와서 역할을 맡아달라고 하는 것이 맞다.

현재 야권의 대선 구도는 문고문과 안원장 중심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이다.

그 두 사람이 여론조사에서 우위에 있으니까 당연하다. 하지만 경선이 시작되면 실체가 드러날 것이고, 국민들의 판단도 달라질 것이다. 당이 패배주의에 사로잡히면 나는 후보가 될 수 없다. 어차피 안 될 것이라면 우리 사람이나 챙기자는 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볼 만하다고 한다면 손학규를 선택할 것이다. 가장 유력한 상대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이길 수 있는 능력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야권 내에서 다시 ‘영남 후보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손 전 대표를 제외하면 유력한 대권 주자 대다수가 PK(부산·경남) 출신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지역 구도가 그다지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총선 결과를 보더라도 지역 구도는 점차 무너지고 있다. 중요한 변수는 사회 중간층의 표심에 있다. 어느 쪽에서 이들의 지지를 더 많이 이끌어내느냐가 승패를 판가름 짓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영남 후보론을 제기하는 것은 지금의 당내 권력 구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여전히 따라다닌다. 한나라당 후보가 되기 힘드니까 민주당으로 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후보가 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 생각과 소신이었다. 오로지 권력만 추구하는 것은 내가 하려는 정치가 아니다. 그래서 한나라당 안에서 핍박을 받으면서도 내 길을 걸어갔고, 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아주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반대로 한나라당에 있었으면 더 좋은 기회가 왔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직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남아 있었으면 총리도 하고 당 대표도 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하는 것을 봐라. 남북 관계를 다 단절시켜놓았다. 그 당에 있으면서 내가 정말로 남북 협력을 해나갈 수 있었겠나.

정말 후회한 적은 없었나?

후회 안 한다. 후회를 왜 하나. 정치를 그저 자리 챙기는 정도로 여겨서 노선을 수정했다면 총리도 하고 당 대표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소신과 철학을 포기하고 오직 출세만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2007년 당시 민주당에 입당할 때 환영을 받았는데 막상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정통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섭섭하지 않았나?

섭섭하다기보다는 안타까웠다. 우리 정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싶었다. 그렇게 하는 것은 같이 망하는 길이다. 통합 과정에 참여했으면 파트너를 넘어 하나의 공동 운명체로 생각해야 한다. 누구에게 상처를 주면 내가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공동체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다. 그런 정치 문화는 바꿔나가야 한다.

한나라당 전력을 ‘주홍글씨’라고 표현했는데, 이번 대선에서도 똑같은 지적이 있지 않겠나?

그런 사람들이 또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끊임없이 나올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신경 안 쓴다. 그러려니 생각한다. 그런 것을 고민하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신고한 재산이 1억8천만원 정도인데, 액수가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집값은 그것보다 더 나가는데 빚을 진 것이 조금 있어서 그렇다. 국회의원이 되면서 산 아파트를 20년 동안 그대로 갖고 있다. 이 아파트를 전세 주고 그 돈으로 서울 창신동에서 전세 살고, 성남 분당에서 전세 살고 그랬다. 당 대표 선거 때 도와주었던 사람들이 그러더라. 손학규가 돈이 없다, 없다 해도 도지사까지 지냈는데 좀 있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없더라는 것이다.

정치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지 않은가?

물론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의 돈은 오른쪽 주머니로 들어와 왼쪽 주머니로 나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정치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치를 하지 말고 사업을 해야 한다.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 춘천에 칩거해 있을 때 외부의 지원을 받은 것은 아닌가?

춘천에서 먹고사는 데 큰돈이 들지 않았다. 정치 후원이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제도화되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비공식적으로 친인척 사이에서 어느 정도 이루어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돈과 관련해 정치를 축재의 수단으로 삼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이권에 개입하거나 이런 것은 안 된다는 자기 원칙을 지키면 된다. 한 점의 하자도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돈으로 이권이 왔다 갔다 했다거나 유착 관계를 만들어나갔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공천 헌금 등 돈 문제는 여전히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그러한 일들이 관행적으로 남아 있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정치를 하면 국회의원 두세 번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더는 힘들다고 본다. 경기도지사로 있을 때 수많은 특혜 이야기가 있었다. (실무진들이) 특혜 시비를 걱정할 때 ‘특혜를 줘라. 법을 뛰어넘어서라도 지원을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돈을) 먹지만 마라’라고 했다. 그래서 중소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모든 기업이 경기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 것이다. 만약 부정한 돈을 받았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 민주당의 돈 봉투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당 대표였던 손 전 대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가 있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그런 것들을 법적으로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이명박 정권의 정치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냥 해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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