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신사’ 이미지 완전무결한가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6.0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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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 지상 검증 시리즈-제2편┃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2009년 4·29 보궐 선거 당시 부평 을 지역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홍영표 후보의 선거 유세를 돕고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경력은 화려하다.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앞장서 적지 않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업들인 만큼 공격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도내 골프장 인·허가 책임을 놓고 날 선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대권 주자로서 손학규의 가능성과 아킬레스건을 조목조목 따져보았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정치 이력은 화려하다. 현재 여야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대권 주자들 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경험을 자랑한다.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던 1993년 정계에 입문한 그는 국회의원 4선을 지냈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장관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했고, 한나라당에서 나와 민주당에 들어간 후에는 당 대표를 두 차례나 지냈다. 국회, 정부, 지방자치단체, 정당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정치 경력을 다져온 것이다.

특히 경기도지사 시절 손 전 대표는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매진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것은 손 전 대표가 지역 일꾼을 넘어 대권을 꿈꿀 수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손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여러모로 비교가 되었다. 경기도와 서울시라는 두 거대 지방자치단체의 수장 출신이 동시에 유력한 대권 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사와 시장 시절 거둔 실적을 무기로 경쟁자들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이력을 보면 누구를 선택할지 판단 설 것”

지난 2008년 5월13일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당의 미국 쇠고기 협상 장관 고시 유예 및 재협상 촉구결의대회에서 손학규 대표가 재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결과적으로 이대통령은 최고 권좌에 올랐고, 손 전 대표는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거둔 성적에서는 손 전 대표가 이대통령을 앞섰다는 평가가 많다. 손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올린 실적을, 서울시장 시절 이대통령의 실적과 직접 비교하기도 했다. 손 전 대표가 임기 4년 동안 새로 만든 일자리는 74만개로 전국에서 새롭게 생긴 일자리의 70%에 이르렀던 반면, 서울시가 만든 일자리는 12만8천개였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률도 경기도가 7.5%로 서울시 2.8%보다 훨씬 높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다 파주 LG필립스 공장 등 1백50억 달러 규모의 외자 기업 1백14개를 유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손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도 다른 주자들과의 비교 우위로 ‘실천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시대의 요구는 복지 사회, 정의 사회로 가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확고한 소신이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을 말로만이 아니라 실력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그동안 살아온 삶의 이력을 보면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그가 경기도지사를 맡으면서 거둔 성과는 다른 대권 주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손 전 대표만의 경쟁력인 셈이다.

하지만 손 전 대표에게 이러한 실적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성과는 대권 주자로서 그의 역량을 평가하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상대 진영으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시장 시절 진행한 사업으로 인해 몇 차례 곤욕을 치른바 있다. 손 전 대표는 이대통령보다 더 많은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지난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 관여했던 민주당의 한 인사는 “그때는 손 전 대표가 한나라당 출신으로 정통성이 없다는 주장이 워낙 부각되다 보니까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깊게 살펴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경기도지사로 있으면서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잡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골프장 무더기 허가 공방 일어

손 전 대표도 “경기도지사로 있을 때 수많은 특혜 이야기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실무진들이 특혜 시비를 걱정할 때 ‘특혜를 줘라. 법을 뛰어넘어서라도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기업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손 전 대표는 “다만 (돈을) 먹지만 말라고 했다. 만약 부정한 돈을 받았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소한의 감사 표시로 공식적인 후원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 부분도 조심해야 한다. 후원금이 들어오면 업무와 관계된 것은 다시 돌려줘야 한다”라고 부연했다.

손 전 대표는 “나를 잡으려고 해서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정권이나 상대방의 의도적인 언론 플레이도 있었는데 제대로 검증해보지도 않고 기사화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기사는 2005년 11월 초 한 중앙 일간지에서 보도한 ‘손학규 경기지사 수억 원 뇌물 포착’이라는 기사로 보인다. 당시 오포 개발 비리 사건을 맡고 있던 대검 중수부에서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수억 원을 받은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라는 내용이 보도된 것이다. 12월 초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손지사가 이 사건에 연관되었다는 흔적을 찾지 못했다”라고 밝혔고, 해당 일간지는 다음 해 2월에 ‘손지사의 명예를 훼손한 점을 깊이 사과한다’라며 정정 보도문을 냈다.

오포 개발 비리 사건은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아파트 인·허가를 둘러싸고 건설사 임원과 브로커, 공무원 등이 금품 로비에 연루된 사건이다. 비록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지만, 건교부장관과 청와대 인사수석이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여야 정치인들과 정부 실세 개입설이 무성해 파문을 일으켰다. 손 전 대표도 당시 서면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손 전 대표의 최측근인 한 아무개 경기개발연구원장은 한 건설사로부터 뇌물 2억5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는 판교 신도시 납골당(메모리얼 파크) 사업과 관련해 한 장묘업체로부터 5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았다.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한원장은 손 전 대표의 경기고 후배이다.

대권을 준비하고 있던 손 전 대표는 이 사건으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정무부지사를 지낸 최측근이 실제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된 것에 대해서는 손 전 대표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그의 이미지에 생채기도 났다.

지난 2010년 10월 중순에는 전·현직 경기도지사측이 ‘골프장 무더기 허가’를 두고 책임 공방을 펼쳤다. 손 전 대표측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인·허가한 골프장은 모두 아홉 개라고 주장한다. 반면, 김문수 지사가 취임한 후 허가된 골프장이 38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지사는 국정감사 현장에서 “경기도 골프장 무더기 허가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 재임 시절 이미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도장만 찍었다”라고 주장했다. 김지사가 취임한 이후 처리된 38개의 골프장 중 66%에 해당하는 25개가 이미 도시관리계획 입안 등 행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던 사안이라는 것이다.

논쟁이 일 당시 손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승리하면서 야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 중 지지율 1위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손 전 대표측은 “골프장 찬사를 계속하며 확신범처럼 행동하던 김문수 지사가 이제 와서 갑자기 모든 책임을 손학규 대표에게 떠넘기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김지사측 역시 “골프장 무더기 인·허가는 손 전 지사 작품이다”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골프장 논란은 평소 ‘서민을 위한 정치’를 강조해온 손 전 대표나 김지사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 당시에는 몇 차례 공방을 주고받다가 수그러들었지만, 대권 경쟁이 본격화하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한나라당 출신’ 전력 논란 여전

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10월8일 손학규 전 대표가 서울 명동에서 모바일 투표 가두 선전전에 참가해 흥을 돋우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 4월 말에는 손학규 전 대표의 측근인 최 아무개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었다. 최 전 부총장은 지난해 10월23일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사흘 앞두고 열린 회의에서 지역위원장들에게 1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지역위원장 세 명이 돈 봉투를 받았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가 주재한 이 회의에는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도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이 사건을 야당에 대한 ‘트집 잡기’로 보는 분위기이다. 돈 봉투를 받았다고 폭로한 박 아무개 위원장은 당시 야권 통합에 반대했던 인사로 알려져 있다. 당 내부 갈등이 폭로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손 전 대표는 “그런 것들을 법적으로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이명박 정권의 정치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돈 봉투 살포 의혹이 손 전 대표에게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는 전망은 희박하다. 야권의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대결을 펼치게 될 상대 진영에서도 “손 전 대표에게서 돈 문제는 나올 게 없을 것이다. 이해득실을 따져서 이권에 개입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손 전 대표의 측근 인사가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어 기소된 것은 ‘아킬레스건’이다. 손 전 대표의 주변 사람 관리에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손 전 대표의 인맥 관리에 대해 주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자기 사람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는 불만이 그것이다. 한때 손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었던 한 인사는 “손 전 대표가 돈 문제 등 개인 치부에서는 깨끗할지 몰라도, 주변 사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은 아킬레스건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당이 통합된 이후 민주당의 주도권은 친노(친노무현) 진영으로 사실상 넘어갔다. 지난 총선에서 손 전 대표측 인사는 상당수가 공천을 받지 못했다. 한때 손 전 대표에게 줄을 섰던 정치인들이 하나 둘 대오에서 이탈했다. 손 전 대표는 “정치에서 내 편에 서 있다고 해서 그게 다 내 편이라고 할 수 없다. 함께 갈 사람들은 조금 불이익을 당한다고 해도 의연하게 함께 간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손 전 대표의 이런 언급에 대해 한숨짓고 등을 돌리는 인사들이 상당했다. 당내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은 여전히 손 전 대표의 약점으로 거론된다. 그의 표현대로 한나라당 전력이 아직도 ‘주홍글씨’로 남아 있기 때문에 지지 기반 확보는 더욱 중요하다. 

현재 야권의 대선 구도는 당 내부의 문재인 고문과 당 외부의 안철수 원장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손 전 대표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다. 지지율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내 권력 경쟁에서 밀린 탓도 있다는 지적이다. 손 전 대표 주변에서는 그 원인으로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고 늘 끌려다니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등 과감성의 부족’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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