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쪘을 땐 '폭소', 살 뺀 뒤엔 '멋있소'
  • 황진미 ㅣ 영화평론가 ()
  • 승인 2012.06.0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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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형사>, 캐릭터 코미디로 전체 흐름 못 끌고가 아쉬워 / 주인공의 실없는 연기와 모델역 조연 3인방에는 ‘박수’

KBS2 TV <개그콘서트>의 ‘비상대책위원회’ 뚱보 김준현은 말한다. “내가 직접 모델로 위장하고 런웨이에 잠입해 범인을 잡아오겠다!” <차형사>의 설정이 바로 이렇다. “안 되겠다. 사람 불러야겠다”라고 철회하는 김준현과 달리, <차형사>는 끝까지 ‘언더커버’를 완수한다. 더럽고 냄새나고 뚱뚱한 데다 옷은 ‘개거지’같이 입는 차형사가 2주간의 특훈으로 20kg을 감량하고 모델급 몸매가 되어 런웨이에 선다.

<차형사>는 <7급 공무원>의 신태라 감독과 강지환의 후속작이다. 그러나 한 번 하면 재미있어도, 두 번 하면 재미없다. 일단 <7급 공무원>의 시나리오가 지녔던 짜임새와 아기자기한 재미가 부족하다. 차형사가 약에 취해 뛰어다니는 장면이나, 버스 추격 장면 등 웃기는 장면들도 꽤 있지만,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또한 캐릭터 코미디로 출발한 영화가, 차형사가 살을 빼고 난 뒤로는 캐릭터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단편적인 상황들로 이어가는 것도 문제이다.

강지환의 코믹 연기는 물이 올랐다. 전성기 때의 차승원을 보는 듯하다. 모델 포스가 느껴질 정도의 허우대를 지니고 있으면서 이 정도 실없는 연기가 가능한 배우가 강지환 외에 누가 있으랴. 실제로 12kg의 살을 찌웠다 뺐다는 투혼도 놀랍다. 성유리는 아름답지만, 단조로운 표정은 화면으로 스며들지 못한다. 오히려 모델로 등장한 조연 3인방의 매력이 풍성한 재미를 더해준다.

영화는 형사계와 패션계를 넘나들며 직업의 애환에 다가갈 수도 있었지만, 표면적인 스케치에 그친다. 20kg 감량을 몇 개의 장면으로 눙치듯이, 런웨이의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패션계의 본모습도 주마간산으로 넘어간다.

영화는 패션계를 볼거리로 활용하며, 마지막 런웨이 장면에서 강지환과 모델들의 멋진 모습을 대방출한다. 전체적인 흐름이 매끄럽지 못한 데다 런웨이 총격전 등 손발이 오글거리는 장면도 있지만, <차형사>는 미덕이 있는 영화이다.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코미디’라는 미덕 말이다. 가끔은 이런 영화가 보고 싶을 때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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