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마음의 자유를 찾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때로 침묵해야 한다”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06.1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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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소설가 김별아

ⓒ 김별아 제공
<미실>을 펴내 수십만 독자를 유혹했던 소설가 김별아씨는 최근 2년여 시간을 산이라는 공간에서 지냈다. 소설가이니 새로운 소설을 쓰기 위한, 이를 테면 <태백산맥> 같은 대하 소설 취재차 산행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산에서 그가 가져온 선물은 ‘공감과 치유의 산행 에세이’였다. 김작가는 최근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해냄 펴냄)를 짊어지고 하산했다.

김작가는 “뭣 하러 산에 올라요? 결국 내려올 것을…”이라고 말하며 산에 대한 두려움과 몰이해 속에서 40여 년을 ‘평지형 인간’으로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 그가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했다. 2010년 3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서른아홉 번의 주말 심야 산행을 통해 마침내 백두대간의 남한 구간을 완주(도상 거리 6백90km)했다. 금요일 밤,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 새벽녘 목적지에 도착해 짧게는 6시간, 길게는 15시간을 꼬박 걸었다. 산행이 30차를 넘어가면서 그는 변화한 자신을 분명히 느꼈다. 그는 “내가 얼마나 변했는가는 나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초반의 산행은 오로지 내가 자아내고 지어낸 숱한 물음으로 번잡했다. 산에게 삶을 묻고 삶에게 산을 묻느라 나는 공연히 수다스럽고 경망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산에서 진정한 마음의 자유를 찾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때로 침묵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김작가는 지리산에서 시작해 마침내 진부령에 이르기까지 ‘온몸으로 온몸을 밀며’ 넘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세상의 아픔에 눈을 돌려 ‘몸의 기억’에 오롯이 새겼다. 앞사람의 뒤꽁무니만 쫓아가며 걸었던 초보 산꾼에서 벗어나 편안해진 모습으로 산과 삶과 자연을 성찰하게 된 그는 “진정한, 건강한, 지속 가능한 소통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에서부터 시작된다. 나 자신에게 비굴하거나 오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 대단히 멋있고 훌륭하진 않지만 반성과 성찰을 할 줄 알기에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인 나와 가만히 눈을 맞춰본다. 나와 나의 소통이, 깊은 눈맞춤이 이루어지는 순간 비로소 세상과도 똑바로 마주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깨우쳤다.

김작가는 누구도 대신 산을 넘어줄 수 없듯 삶 역시 오롯이 자신의 몫임을 일깨운다. 산을 오르내리며 힘겨워하듯 삶에 고달파 하는 모두에게 기꺼이 동행이 되어주면서,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라며 가쁜 숨을 고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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