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톡, 아직 똑소리 나지는 않아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6.12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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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인터넷 전화 논란, 소비자 피해로 불똥 튈 수 있어…통신요금·스마트폰 가격 인상 가능성도

ⓒ 시사저널 이종현
카카오톡(무료 문자 서비스)으로 유명한 인터넷업체 카카오가 지난 6월4일 보이스톡(무선 통화 서비스·mVoIP)을 시작했다. 소비자는 스마트폰 통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시범 서비스(베타 버전)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무료 통화가 주는 매력은 대단하다. 카카오톡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보이스톡으로 통화하는 신풍속이 생겼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통신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공짜’는 뿌리칠 수 없는 마력과도 같다.

그러나 무료라는 말에는 함정이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면 월 몇만 원의 정액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이 금액에는 통화, 문자 서비스, 데이터 이용료가 포함되어 있다. 통화 몇 분, 문자 몇 건, 데이터 몇 메가바이트(MB)와 같은 제한선이 있다. 카카오의 통화 서비스는 음성 전용망이 아니라 인터넷망을 이용한다. 무료라고는 하지만 사실 소비자는 일정액의 사용료를 내고 있는 셈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데이터 100MB로 이용할 수 있는 통화는 2백28분 정도이다. 초당 1.8원인 음성통화료로 환산하면 약 2만4천원 선이다. 정액요금제에 대입해 조금 복잡한 계산을 거치면 무선인터넷 통화료는 기존 음성통화료의 20% 수준이라고 한다. 회사원 박진섭씨(37)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음성통화를 할 수 있지만 온전히 무료는 아니다. 보이스톡으로 통화하면 데이터를 사용한다. 소비자는 그 대가를 요금제로 지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이스톡은 무선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음성통화이므로 품질이 고르지 않다. 지난 6월6일 직장인 임서주씨(45)는 미국 앨러배마 주에 사는 지인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최근 시범서비스로 나온 카카오의 무료 통화 서비스를 이용했다. 국내 통화는 물론 국제 통화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자동차에서 이동하면서 국제전화를 걸었는데, 품질은 좋지 않았다.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동할 때 통화가 한 차례 끊어졌다”라고 말했다.

카카오측도 이번 서비스가 ‘음성통화’가 아님을 강조한다. 박용후 카카오 이사는 “메시지를 주고받던 채팅에서 음성 대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보이스톡으로 음성통화를 하는 중에 전화가 오면 음성통화 서비스는 중단된다. 전화가 우선이라는 말이다. 또, 인터넷망을 사용하므로 끊김·울림·잡음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보이스톡은 전화를 대신할 수 없으므로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제 성격을 가진다”라고 설명했다.

SK·KT “요금 조정”, LG “인터넷 전화 수용”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유선인터넷 전화와 비교하면 무선인 데다 통화 품질이 괜찮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동하지 않거나 와이파이(WIFI·무선랜) 지역에서 사용하면 보이스톡의 음질은 생각보다 깨끗하다. 무엇보다 소비자는 같은 돈을 내고 더 오랜 시간 통화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 수입원인 통화요금 수입이 줄어들 우려가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이동통신사 매출의 75%는 음성통화 수입이고, 데이터 수입이 20%, 문자메시지는 5%가량을 차지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보이스톡의 출현으로 이동통신사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모든 사람이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보내고, 보이스톡으로 통화한다. 이동통신사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KT 관계자도 “외부 연구 결과 카카오의 무선인터넷 통화로 이동통신사 전체 매출의 8%가 감소한다는 결과가 있다. 이 정도면 치명적인 손해이다”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업계는 최근 1~2년 사이에 카카오톡의 출현으로 문자메시지 매출이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0년 이동통신 3사의 문자메시지 매출은 1조5천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최소 3천억원 이상의 매출 감소가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점을 배경으로 이동통신사들이 내놓은 카드는 요금 조정이다. SK텔레콤과 KT는 5만4천원 이상의 요금 이용자에 한해 무선인터넷 전화를 허용하고 있다. 5만4천원부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통화량이 많아 6만4천원 이상의 요금제를 썼던 사람은 카카오의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값싼 요금제로 갈아탈 수 있다. 따라서 이동통신사들은 무선인터넷 전화 사용 하한선을 7만원대로 높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네덜란드 통신사 KPN 등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해외 이동통신사는 무선인터넷을 통한 무료 음성통화를 허용하면서 통신요금도 함께 인상했다”라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함을 주장했다. 이동통신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도 이동통신망을 통한 무료인터넷 전화의 확산은 산업 발전과 사용자의 편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동통신사의 수익성 악화가 추가 투자 감소→서비스 품질 저하→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이 요금을 인하해도 모자랄 판에 사실상 요금을 인상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말이 많다. 보이스톡 이용자 박보영씨(39)는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 보조비를 주고, 2G(2세대)망을 없애고, 카카오톡과 같은 인터넷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대거 운영했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정액제에 가입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 스마트폰의 혜택을 누릴 수 없게 하는 행위는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런 소비자의 반응을 의식한 LG유플러스는 인터넷 통화 서비스를 차단했다가 6월7일 전면 허용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4G(4세대)라는 우수한 망을 깔고 보니 데이터망에 여유가 많았다. 현재 가입자 수가 적어 부담이 적은 면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들이 반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KT 관계자는 “카카오가 문자 외에 음성 서비스까지 하면서 인터넷망을 이용하면 트래픽(데이터양)이 폭주할 가능성이 있다. 그 부담을 이동통신사만 지는 것은 불공정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데이터양이 많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카카오측 “통신망 과부하 등 모두 핑계거리”

미국의 네트워크 통신회사인 시스코(Cisco)는 무선 음성통화가 전체 모바일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에도 0.4%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의 반응은 요금 인상을 위한 핑계거리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또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의 정액요금제는 담합 의혹이 들 정도로 비슷하다. 또, 연간 몇조 원의 순익을 올리면서 통신망 과부하 얘기를 하는데, 카카오 등이 오래전부터 인터넷 전화 사업을 개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통신망에 투자하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카오와 이동통신사들의 갈등 속에 소비자가 있다. 요금 인상이나 데이터 폭주는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 따라서 소비자를 볼모로 삼고 이익을 챙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동통신사나 카카오 양측의 말에 모두 일리가 있다. 이 때문에 망 중립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네트워크(망)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에 대해 동등하게 취급하고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소비자들 사이에 통신망은 전기처럼 공공재라는 인식이 강하다. 업계와 정부가 이 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아는데, 어떤 방향으로 가닥을 잡든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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