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검은 구름, 대선판 휘덮는다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2.06.12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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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유럽발 경제 위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 일러스트 오상민

이른바 ‘R(불황)의 공포’가 전세계를 짓누르고 있다. 어느 나라도 잘나가는 곳이 없다.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처럼 빠르게 위기가 확산되어가고 있다. 실업률은 높아가고 경기는 침체 일로이다. 뾰족한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 세계 경제의 우울한 흐름은 특히 12월에 치러질 한국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 속에서 가계 부채라는 폭탄까지 끌어안고 있는 한국 경제의 실상과 흐름을 전망했다.

세계 경제가 요동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과거 같으면 보완이 가능했다. 미국이 안 좋으면 중국이, 중국이 안 좋으면 유럽 경기가 세계 경제를 이끌었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 경제 전체가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른바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뉴욕 대학 루비니 교수의 말대로 ‘퍼펙트 스톰(강력한 태풍)’이 세계 경제를 덮쳤다. 어디라고 할 것 없이 실업률은 높아가고 고용 지표는 날로 악화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대처를 통해 상황이 나아지는 듯이 보일 수는 있어도 전반적인 침체 흐름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지난 6월8일 회의에서 “세계 경제를 보면 미국은 일부 경제 지표의 개선 추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유로 지역에서는 경제 활동이 계속 부진했다. 신흥 시장국 경제의 성장세는 수출 둔화 등으로 약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성장의 하방 위험이 더 커지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향후 세계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업들, ‘선제적 대응’ 움직임 보여

우리 경제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리먼 사태와 이후의 유럽 위기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충격으로 이해될 것이다”라고 ‘대공황’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란 또한 거세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금의 상황을 대공황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다”라며 과도한 두려움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권혁세 금감원장도 “심각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경제 관료들의 진단은 엇갈리지만 대기업들은 동물처럼 움직였다. 20여 일간 유럽을 둘러보고 지난 5월24일 귀국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유럽 경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나빴다”라는 귀국 일성을 토했다. 뒤이어 6월7일 강력한 추진력과 업무 장악력으로 유명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을 그룹의 2인자인 미래전략실장으로 임명했다.

삼성의 공격적인 위기 대응법은 곧 다른 대기업들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세계 경제의 혼돈은, 한국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개인, 공기업, 정부 등이 천문학적인 빚에 시달리는 가운데 서서히 꺼지고 있는 부동산 거품이 가시화하면 일거에 경제 문제가 대선의 핫이슈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정의, 평화, 종북 문제 등이 키워드로 대두되고 있으나 ‘한국 경제의 폭탄’으로 불리는 가계 부채 문제로 상징되는 ‘경제’는 늘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다. 성장 체감도를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의 증가율이 지난 1분기 0.2%에 그친 것은 이미 내수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경제 상황이 대선 승부를 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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