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 소종섭 편집장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2.06.12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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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가 쓴 <십자군 이야기 3>에는 프랑스 왕 필리프 2세 이야기가 나옵니다. 십자군에 참전했다가 프랑스로 돌아가 전장에 남아 있는 다른 왕이나 백작들이 소유한 이웃 땅을 야금야금 침략해 땅을 넓힌 얌체 같은 왕입니다.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그에게 ‘원정에 나선 이의 영토를 결코 침략하지 않는다’라는 신과 전우들에 대한 맹세는 ‘땅’을 차지하기 위한 계략에 불과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만리장성의 길이를 대폭 늘렸다는 보도를 보며 문득 필리프 2세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는 두 강대국에 이웃해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 중국과 일본입니다. 국가 간 이해관계가 냉혹하다는 것을 감안해도 불행하게도 현실적으로 좋은 이웃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침략해 식민 지배를 했습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잊을 만하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 우리 국민의 속을 뒤집어놓습니다. 이제는 교과서에 독도를 자기들 영토라고 표기했을 정도이니, 이런 이웃도 드뭅니다.

중국은 또 어떻습니까. ‘동북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북방의 역사를 자기들의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독자적인 역사를 부인하고 중국의 한 지류로 치부하려고 합니다.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는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세력의 이합집산이 이루어지며 주인이 바뀌었던 것이 중국 대륙이지만, 우리 민족에게 중국은 하나로 인식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역사를 보면 우리의 강토를 짓밟고 수많은 아들딸을 잡아갔던 대표 집단이 북방의 중국 세력이었습니다. 지금도 중국 어선들의 서해 불법 조업 등 각종 현안에 대처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안하무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까. 아마 갈수록 더할 것입니다.

중국에게 한반도는 목덜미를 찌를 수 있는 비수와 같습니다. 일본에게 한반도는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망치와도 같습니다. 전략적인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말입니다. 이 때문에 한반도를 빼앗거나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양국의 다툼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에게는 북한이라는 지렛대가 있고, 일본에게는 미국이라는 동맹국이 있습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은 또 다른 동북아 정세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패권 쟁투의 시대가 동북아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입니다. 내부의 일을 잘 치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백제의 멸망이나 조선의 멸망에서 보듯 대외 관계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큽니다. 역사는 외교 역량이 우리 민족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격변기에는 특히 그렇습니다. 역사 왜곡이라는, 즉자적인 대응에 머무르지 말고 우리 외교 전략 전반에 대해 검토해 볼 때가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 경제의 의존도가 날로 높아가고 세계의 초강대국으로 급성장하는 중국에 대해 정치·경제·문화·군사적으로 어떤 전략을 세워 대처해야 하는가는 더 늦어서는 안 될 당면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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