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 인구에 속지 말고 지역 주민과 밀착하라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6.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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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창업, 성공한 점포와 실패한 점포에서 찾아낸 성공의 조건

서울 서대문구와 구로구에서 다섯 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GS25 점주 강연철씨. ⓒ 시사저널 임준선
# 성공 사례  연 2억원 수익

강연철 GS25 점주(40)는 19년 동안 편의점을 운영해왔다. 서울 서대문구와 구로구에 있는 점포 다섯 군데에서 버는 연간 수입이 2억원에 달한다. 그는 1994년 4천만원으로 서울 동교동 삼거리에 편의점을 열었다. 당시는 편의점이 한창 생길 시기여서 월 2백50만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었다. 2005년부터 서울 구로구에 있는 건물과 7호선 지하철역사에 매장을 얻었다. 이런 식으로 점포를 다섯 개로 늘렸다.

점포 다섯 곳을 열다 보니 편의점 창업에 시쳇말로 도가 텄다. 편의점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그는 세 가지 훈수를 두었다. 첫 번째는 목인데, 유동 인구가 많은 곳보다 유동 속도가 느린 곳이 좋다고 한다. 그는 “창업자들은 대로변이나 지하철 역세권의 점포를 선호한다. 유동 인구가 많아 장사가 잘될 것 같지만 유동 속도가 빨라 지나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편의점을 찾는 사람은 100명 중 1~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담배나 스타킹처럼 그때 꼭 필요한 제품을 사기 때문에 객단가도 편의점 평균 3천원에도 못 미치는 2천원 선이다. 이런 입지는 점포 임대료가 높은 데다 경쟁도 심해서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다. 요즘에는 한적한 주택가가 좋은 목이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는 목적 구매가 많다. 지역 주민을 잘 관리하면 고정 고객으로 삼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장기전이다. 강씨는 “대체로 편의점은 본사와 가맹점주가 5년 계약을 맺는다. 이를 중도에 해약하면 가맹점주에게 불리하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장기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빠른 기간에 편의점으로 목돈을 벌 생각은 버리는 편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직원 관리이다. 그는 “점주가 24시간 영업할 수 없다.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해야 하는데, 이들을 단순히 일용직으로 대하면 곤란하다. 게다가 요즘은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도 어렵다. 이런 문제가 쌓이면 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긴다. 그러므로 평소에 직원을 잘 관리해서 많이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긴급한 일로 갑자기 매장을 비울 상황에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 실패 사례 88만원 실업급여 신세

편의점 사업을 하다가 폐점을 경험한 한 점주. ⓒ 시사저널 박은숙
서울에 있는 유명 호텔에서 16년 동안 근무한 정민수씨(59·가명)는 1992년부터 20년 동안 편의점을 운영했다. 당시 서울 연희동에 점포를 얻어 개인 편의점을 열었다. 2년 뒤, 편의점이 있는 건물 주인이 부도를 내고 잠적했다. 장사를 하지 못할 상황이 되자 은행에서 3억원을 대출받아 지상 4층, 지하 1층에 건평 18평짜리 건물을 샀다. 하루 매출은 60만~70만원이었다. 임대료나 로열티를 내지 않으니 고스란히 수입으로 잡혔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로 대출 금리가 치솟자 대출금 이자만 한 달에 5백80만원씩 내야 했다. 1998년 정권이 바뀌면서 다시 안정되었고, 2002년 월드컵 시기에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하루에 2백만원어치가 팔렸다. 그러나 그때를 정점으로 매출은 하향 곡선을 그렸다.

점포가 일반 편의점(30평)보다 적어서 다양한 상품을 갖추지 못했다. 게다가 기업형 편의점이 주변에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2백m 내에 10개가 난립했다. 지난해 하루 매출은 45만~50만원으로, 20년 전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이자도 못 갚을 정도가 되자 건물을 팔아 대출금은 갚았지만, 자식들 결혼은 고사하고 노후도 막막하다. 지금은 정부의 일자리 사업 교육을 받고 월 88만2천원의 실업급여를 받는다. 정씨는 “20년 편의점을 운영한 대가가 88만2천원의 삶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편의점 예비 창업자에게 명심할 점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기업형 편의점 가입에 신중하라는 주문이다. 그는 “내가 기업형 편의점을 내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 강제 조항에 얽매일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선, 5년 계약을 맺어야 한다. 수익을 편의점 본사와 나눠 가져야 하므로 내가 노력해서 돈을 벌어도 모두 내 수익이 아니다. 재고가 쌓이면 고스란히 점주의 부담이다. 이런 점들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대출, 장사 잘 안 될 땐 ‘족쇄’임을 명심해야

또 다른 강조점은 대출에 신중하라는 점이다. 정씨는 “대출을 받아 편의점을 내는 사람이 많다. 장사가 잘되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하면 족쇄가 된다. 정부가 자영업자를 위해 이런저런 대출을 해주지만 함정이 있다. 이자를 내지 못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는 사전에 설명해주지 않는다. 한 번은 장사가 너무 안 되어서 잠시 편의점 문을 닫았는데, 신용보증기금에서 연락해왔다. 대출금 3천만원을 즉시 갚든지 편의점 영업을 계속하라는 통보였다. 집을 압류당하고 신용도가 내려간다는 등의 내용도 뒤늦게 알았다”라고 강조했다.

위의 두 사례는 편의점 창업의 명과 암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많은 사람이 도시의 삶에 부대끼면 ‘농사나 짓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요즘은 ‘편의점이나 하지’라고 말한다. 그만큼 편의점 창업을 만만하게 본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손쉽게 창업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직장 은퇴자와 청년 실업자들이 최근 편의점 창업에 쏠렸다. 한국편의점협회가 편의점 창업자 출신 직업을 조사해보니 퇴직한 회사원(27%)과 청년 실업자(20%)가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4천5백여 명이 편의점을 창업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편의점은 전국에서 2만개가 넘었고 매출 규모도 10조원을 돌파했다. 소매업계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편의점만은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무점포 판매(인터넷, TV 홈쇼핑 등), 백화점, 할인점 등의 매출 증가가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편의점은 12% 이상 성장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편의점 창업은 할 만하다. 하지만 편의점업계가 호황이라는 의미이지, 창업자가 떼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편의점 본사, 가맹점주 등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렇다면 창업 전에 어떤 점들을 살펴보아야 할까? 무엇보다 순수 가맹점과 위탁 가맹점의 차이를 파악해야 한다. 창업자가 매장을 임차하면 순수 가맹점이다. 초기 투자비(보증금+상품비 등)는 2천만원대로 적은 편이고, 수익은 70(점주) 대 30(본사)으로 나눈다. 그러나 점주가 점포 임대료를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위탁 가맹점은 편의점 본사가 점포 임대료를 부담하고 창업자는 영업만 하는 매장을 말한다. 점포 임차 부담은 없지만 초기 투자비가 많고, 수익률이 낮다. 7천만원대를 투자하면 이익의 50%, 4천만원대를 투자하면 이익의 35%를 가질 수 있다.

얼마나 벌 수 있을까?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2010년 편의점 하루 평균 매출액은 1백55만원 선이다. 2009년 1백54만원에서 약 1% 늘어났다. 편의점 본사는 매장을 늘린 만큼 수익을 챙기지만 각 창업자의 수익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한 편의점 점주는 “일반적으로 편의점 월평균 매출은 3천만원 선이다. 로열티, 상품 대금, 영업비를 편의점 본사가 가져가고 나에게 오는 돈은 약 3백만원이다. 여기에서 임대료, 인건비 등을 제하면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뻔하지 않은가. 오히려 월급쟁이보다 못한 수익이 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폐점하는 가맹점이 많다. 2000년 폐점한 편의점은 1백89개에서 2005년 5백26개, 2010년 8백80개로 늘어났다. 2010년 새로 문을 연 편의점이 3천6백여 개인 점을 감안하면 창업한 편의점 네 곳 중 한 곳은 문을 닫는 셈이다.

편의점은 2015년에 2만8천개를 넘어 시장 규모가 1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편의점업계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편의점을 운영하는 창업자는 그 상승세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계에서는 상생이 화두이다. 편의점업계에도 상생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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