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경쟁력 키운 ‘숨은 챔피언’들의 힘
  • 쿠마가이 토오루│독일 주재 일본 언론인 ()
  • 승인 2012.06.1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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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제가 위기에서도 호조세 보인 배경 / 세계 시장 점유율 60~70%인 중소기업 많아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 폴크스바겐의 자동차 테마파크 VW 아우토슈타트의 카 타워에서 출고되는 신차들. ⓒ EPA연합

지금도 채무 위기에 흔들리는 유럽에서 독일은 왜 ‘단독 승리’를 하고 있는 것일까? 현지에서 활약하는 저널리스트가 독일이 갖는 강인함의 원천을 찾는다.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것이 일본과는 다른 산업 구조 뒤에 뒷받침되는 수출 경쟁력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독일은 다른 EU 가맹국과는 대조적으로1999년부터 약 8년간 단위노동 비용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단위노동 비용이란, 일정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탄생하게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말하는 것으로, 노동자의 보수를 GDP로 나눠서 산출한다. 이 비용이 감소한 결과, 독일은 경제 성장률이나 수출액, 고용 창출에서 다른 나라와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1990년대 높은 인건비에 기인하는 ‘독일병’을 앓고 있었던 독일이 고통을 수반하는 사회보장 개혁을 실행해 다시 유럽의 우등생으로 살아난 것이다.

회계사무소 에른스트앤영(E&Y)의 독일 지점이 2012년 3월 독일의 강인함을 상징하는 수치를 발표했다. DAX(독일 주가지수)의 산출에 해당되는 주요 30사의 영업이익 총액이 2011년에 처음으로 1천억 유로(약 10조 엔)를 달성한 것이다.

라가르드 IMF 총재는 독일 경제 비판

영업이익이 가장 많은 상위 다섯 개사는 모두 제조업이고, 그중 3사는 자동차 메이커이다. 이것은 독일의 제조업이 2011년 얼마나 큰 업적을 기록했는지를 나타낸다. 전체 DAX 기업의 매출액 총액도 2010년에 비해 9% 상승했다. 연구·개발비 지출도 전년에 비해 10%, 종업원 수는 1.4% 늘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이나 남미 등의 신흥국에서 크게 실적을 남겼다는 점이다. 그 결과 2011년에는 많은 DAX 기업이 창업 이래 최고의 업적을 기록했다. 기업 수익이 개선되면서 세 수입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세출 삭감 노력과 함께 독일 정부는 2016년에 재정 균형을 실현할 전망이다. 재정 적자가 거의 0이 되는 것은 1969년 이래 43년 만이다.

하지만 어느 학교든 우등생은 시샘을 받는다. 유럽에서 ‘단독 승리’ 상태인 독일 경제에 대해서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국제통화기금) 총재는 프랑스 경제 장관을 지내던 2010년 3월쯤, 독일만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했다. “독일 정부는 감세로 시민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고 국내 수요를 높여야만 한다. 임금 인상을 과도하게 억제하는 것도 문제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수출로만 의존하는 체제를 다시금 정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발언 배경에는 ‘유로권 내 노동 비용이나 경쟁력의 불균형이 심각한 채무 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라는 분석이 있다. 그래서 라가르드 총재는 세금을 줄이고 독일인이 외국 제품을 더욱 많이 사게 된다면 유럽 경상수지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 독일에 감세를 요구했다. 독일에서는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높다. 독신인 회사원의 경우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로 급여의 40%가 빠져나간다. 독일 사람들이 지출을 많이 하는 부분은 차, 주택, 바캉스이지 에르메스나 루이비통의 백이 아니다. 일본에 비하면 옷이나 가방에 대한 브랜드 지향성은 0에 가깝다.

이러한 라가르드 총재의 주장에 대해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녀는 독일 연방의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독일은 우위성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향후 경쟁력을 더욱 키워야만 한다. 경쟁력이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에게 맞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럽 전체가 경쟁력을 키워야만 한다.”

독일 내에서도 독일의 현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사회민주당(SPD)에 가까운 연구기관인 프리드리히 애벨트 재단의 마르크스 슈라이어 씨는 “유로권 내 무역 불균형의 최대 원인은 단위노동 비용의 격차 확대와 가격 경쟁력이다. 향후에는 경제 정책을 긴밀하게 조정해야만 한다. 유로권 내의 불균형을 시정해 남유럽의 채무가 더욱 확대되지 않게 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 개혁의 부담은 그리스나 스페인 등 경상 적자를 안고 있는 나라뿐만 아니라 독일과 같은 흑자국에서도 부담해야 한다”라며 독일의 막대한 경상 흑자에 대해서도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자세를 지적했다.

불황에서도 고용을 지탱해준 단시간 노동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출고 대기 중인 신차들.

이에 대해서 친재계 성향 경제 연구기관인 IW의 미햐엘 휘터 소장은 이렇게 반론한다. “독일은 경쟁력이 강한 것에 대해서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인가? 그럴 수 없다. 우리들은 1990년대 초반에 노동 비용을 올려버렸지만 21세기에 들어서서는 비용의 증가를 억제하는 과제에 임했고 이것을 잘 끝낸 것이다.” 휘터 소장은 리먼 쇼크 이후 세계 동시 불황에서 독일의 실업률이 급격하게 악화되지 않았던 것은 이 나라가 단위노동 비용의 억제에 성공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리먼 쇼크 후 실업률은 2008년도에 8.7%, 2009년도에는 9.1%라는 한 자릿수 증가율에 머물렀다.

독일의 제조업은 외국에서의 수주가 급격하게 감소해도 종업원 해고라는 방법을 취하지 않았다. 이때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이 단시간 노동(쿠르츠 아르바이트) 제도이다. 수주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경우 기업은 연방노동청에 쿠르츠 아르바이트 적용을 신청해 사원의 노동 시간을 단축시킨다. 노동 시간이 줄면서 사원의 월급은 줄어들지만 연방노동청이 원래 월급과의 차액의 60~67%를 사원에게 지급한다. 게다가 공적 연금 보험, 건강보험, 개호보험 등의 보험료도 정부가 지불한다. 즉, 사원의 월급이 줄어든 만큼 나라가 보충하는 구조인 것이다. 단시간 노동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원칙적으로 최장 반년이었지만 전쟁 이후에 유례없이 심각한 불황 때문에 독일 정부는 2009년 1월 지원 기간을 1년 반까지 연장했다.  

쿠르츠 아르바이트는 사실은 경영자에게도 이점이 있다. 경험이 풍부한 사원을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영자는 전문 지식이 풍부한 스페셜리스트를 중시한다. 사원 교육·연수에는 긴 시간과 비용이 든다. 경영자에게 숙련공이나 베테랑 사원을 불황으로 잃어버린다는 것은 큰 고통이다. 따라서 독일 기업은 2010년에 경기가 회복되자마자 해고하지 않고 온존해 있던 노동자들을 바로 일터에 부르고 고객으로부터의 주문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었다. 독일의 자동차 수출 대수는 2009년에는 전년 대비 17.1%로 감소했으나 경기 회복 후인 2010년에는 23.7%나 증가했다. 독일은 그 밖에도 사회보장 제도를 충실히 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더라도 노동국에 신고한다면 월세가 보조된다. 이 때문에 해고되었다 하더라도 당장 노숙자가 되는 일은 비교적 적다고 할 수 있다. 또한 IW의 휘터 소장은 “독일의 노동조합이 리먼 쇼크 이전에 급격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도 그들의 고용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라고 분석한다.

단위노동 비용의 낮음과 어깨를 나란히할 경쟁력은 제품의 질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은 노동 집약형 제품의 가격에서는 경쟁 우위가 약하다. 예를 들어, 섬유제품이나 휴대전화, 컴퓨터, 가전제품 분야에서는 인건비가 싼 동남아시아나 아시아권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독일이 강한 것은 공작 기계나 특수 부품 등 기업용으로 판매되는 기업 간(B2B) 거래 제품들이다. 서류를 자동적으로 봉투에 넣어 봉인하는 기계, 오페라하우스 관련 기계, 프로 비디오 카메라맨들이 사용하는 거치대, 자동차 배관용 패킹 등 다양하다. 플랜트 수출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한다.

하루 10시간 근무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독일에는 소비자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특정한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의 60~70%를 차지하는 중간 규모 기업이 많이 있다. 이런 기업들은 ‘숨은 챔피온’이라고 불린다. 저서 <앗빠레, 기술 대국 독일>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 책을 보아주기를 바란다. 이런 기업의 대다수는 동족 기업으로 제품의 품질에서는 외국기업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다. 고객 기업은 다른 제품으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판매자가 제시하는 가격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때문에 숨은 챔피언들은 가격 할인 전쟁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한 ‘숨은 챔피언’ 기업의 간부는 “아시아권 등의 인건비가 싼 지역에 생산 시설을 이전하지 않는 이유는 높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한다. 이 기업은 고객의 니즈(욕구)에 맞춰 기계를 1대씩 주문자 생산 방식 형태로 제조하고 있었다. 이러한 중견 기업들은 기술 혁신을 무기로 가격 경쟁에 휘말리지 않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에 중점을 두고 국제 경쟁에서 생존하고 있다. 높은 인건비를 지불해도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품질로 고가격의 제품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무역 대국인 독일에게 ‘단독 승리’로 인해 다른 나라들로부터 시샘을 받는 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독일은 단위노동 비용의 억제와 높은 품질에 의한 경쟁력을 스스로 버릴 필요는 없으나 성공 노하우를 다른 나라들에게 알릴 필요도 있을 것이다. 독일은 남유럽의 나라들이 경쟁력을 갖고 빚에 대한 의존도를 감소시킬 수 있도록 유효한 조언을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각 나라의 경제 정책의 격차가 줄고 경쟁력의 차이가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 유럽 각국이 독일에 바라는 모습이 아닐까.

그런데 필자가 22년 전에 독일에 이주했을 때 특이하다고 느꼈던 것은 이 나라의 짧은 근무 시간 그리고 효율적인 노동법이다. 독일 정부는 ‘휴가법’으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해마다 약 30일간의 유급 휴가를 완전히 소화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모든 사원이 노동계약서를 체결하는데, 휴가 일수 등의 노동 조건이 거기에 명기되어 있다.

실제로 사원들은 휴가를 모두 소화하지 않으면 상사에게 질책을 받는다. 완전한 주휴 2일제로 일요일과 공휴일의 노동은 금지되어 있다.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도 원칙으로 금지되어 있다. 노동기준감독서의 검사도 엄격하다. 이런 시책들의 효과도 있어서 독일 기업에서는 짧은 노동 시간 내에서 성과를 내는 사원들이 가장 높이 평가된다. 관리직에서는 잔업의 삭감이 중요한 과제이다. 이 때문에 일본과 같은 장시간 잔업이나 과로사는 거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1년도 조사를 보면 독일인의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7시간25분으로 OECD 가맹국들 중에서도 가장 적다. 일본은 9시간으로 OECD 가맹국들 중에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일본과 독일의 노동 시간의 격차는 약 19%에 달한다. 이렇듯 짧은 노동 시간에도 독일인들은 2011년에 3%라는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고 사상 최고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국민 1인당 GDP는 독일이 4만3천1백10달러로 일본보다 3% 많다(2010년 세계은행 조사). 일본과 독일 사이에 노동 효율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밖에 할 수 없는 수치이다. 일본 젊은이들이 과로사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슬픔에 잠긴다.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도 우리 경제 스타일을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독일인은 가능하고 우리 일본인에게 불가능한 일은 아닐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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