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폭 3백명만 단속해도 큰 변화 올 것”
  • 김지영 기자·이하늬 인턴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2.06.1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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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하자마자 상습적 만취 폭행자 / 척결 나선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

ⓒ 시사저널 임준선

“공권력 강화가 아니라 법질서 확립이다. 공권력이 무너져서 결국 누가 피해를 보았나. 서민들이다. 주폭을 척결하니까 서민들이 박수한다. 싱가포르가 유지되는 이유는 강력한 법 집행이다. 돈이 많은 사람은 경찰이 보호하지 않아도 사설 경호원을 쓸 수도 있다. 실추되어 있던 법질서를 바로 세우고,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공권력의 본래 임무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주폭(酒暴). 술에 취해서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나 무리를 일컫는 말이다. 현재 서울 시내 거리에는 ‘주폭을 척결하겠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다. 지난 5월 취임한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주폭 척결’을 천명했다. 서울경찰청이 ‘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김청장의 취임 한 달여 만인 6월15일 현재까지 주폭 1백1명이 구속되었다. 김청장은 “조직을 등에 업고 서민을 괴롭히는 폭력배가 조폭이라면, 술의 힘을 빌려 서민을 괴롭히는 폭력배가 바로 주폭이다”라고 규정했다. 그는 ‘주폭’이라는 생경한 용어를 지난 2010년 9월 충북지방경찰청장으로 부임하면서 처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충북청장 시절에도 주폭 100명 이상을 구속시킨 바 있다. 김청장은 “서울 시내 주폭을 3개월만 단속하면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13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사에서 김청장을 만났다.

‘주폭’이라는 용어가 생경하게 들린다. 무슨 개념인가?

“정신병이 있는 주폭이 많다. 재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부모는 자식이 어릴 적부터 제대로 된 술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 재활도 그것 중 하나이다. 주폭 척결이 성공하는 이유는 강제로 술을 끊게 하기 때문이다. 금단 현상이 있지만, 결국 끊게 된다.” 충북경찰청과 ㈜충북소주가 2011년 1월19일 ‘주폭’ 척결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체결했다. ⓒ 뉴시스
내가 주폭 개념을 정립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상습성’이다. 일선 지구대 직원들이 주폭에게서 행패를 당했다 해도 강력하게 대응하려는 마음이 없었다. 많이 다친 경우에만 대응하는 정도였다. 주폭이 사고를 쳐도 단일 건으로 처리되어버렸다. 다음 날 또 사고 쳤다 해도 그날은 다른 형사가 담당하면서 다시 단일 건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전과가 가장 많은 사람이 86범이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주로 술과 관련된 전과였다. 이런 사람들은 척결을 해야 한다. 술 먹고 행패부리는 모든 사람이 주폭은 아니다. 상습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계기는 무엇인가?

내가 형사과장을 지내왔기 때문에 직원들이 취객들에게 당하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당시에도 강력하게 대응했다. 그때는 경찰 피해에 치우쳐 있었다. 공권력에 도전하는 자, 경찰을 무력하게 만드는 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주폭 개념은 (2010년 9월) 충북경찰청장으로 가면서 많이 달라졌다. 경찰관을 때리고 함부로 하는 성향이라면 일반 시민들, 동네 주민들에게는 오죽했겠느냐. 동네 주민들의 피해를 찾아보자고 발상을 전환했다. 주폭들은 사회적 약자를 괴롭힌다. 만만한 곳을 찾는다. 재벌한테 가지 않는다. 그래서 동네 주변을 찾아보았다. 그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얼마나 주민들에게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렸는지 찾아보니까 엄청나게 나왔다.

주폭을 조폭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내가 말한 주폭은 조폭과 같은 반열에 올려도 하등 문제가 없다. 서울청장으로 온 후 한 달 동안 주폭 1백1명을 구속했다. 이 사람들은 조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예전 같으면 1백1명 전부 구속되지 않았을 것이다. 3분의 1 정도 구속되었을 것이다. 이것도 자료를 다 찾고 증언을 확보했기 때문에 구속시킬 수 있었다. 충북청장으로 있을 때는 1백9명을 구속했는데, 자료를 다 찾고 모으지 않았으면 구속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은 더 험악하더라. 죄질의 정도가 월등하게 나쁘다.

충북과 서울 지역 주폭의 죄질에 차이가 큰가?

전과를 따져도 충북은 최고 전과가 55범이었다. 서울은 86범이다. 평균 전과도 차이가 크다. 서울은 27.5범인데 충북은 20범도 안 되었다. 서울 지역은 칼을 휘두르는 등 술 먹고 행패를 부리는 정도가 세더라. 충북에서 칼을 휘두른 사람은 딱 한 명 있었다.

주폭과의 전쟁이 지난 1980년대 삼청교육대를 연상시킨다.

차이가 있다. 삼청교육대는 교육을 통해 사회 정화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반면 주폭 척결은 법적 절차에 따라서 술 취해서 동네 제왕 노릇하고 주민들 영혼을 파괴하는 자들을 척결한다는 맥락이다.

가정 폭력도 주폭에 포함되나?

술의 힘을 빌린 상습적 가정 폭력도 주폭이다. 다만, 가정 폭력을 저지르는 주폭에 대한 신고가 늦게 들어온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바로바로 신고하지 않는다. 직접 탐문해서 찾아내기가 어렵다. 가정에서만 폭력을 행사하고 밖에서 얌전한 경우에는 가족들의 증언이 없으면 처벌이 어렵다. 이럴 때는 가족들 진술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가정 폭력을 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밖에서도 폭력을 행사한다. 인텔리와 사회 지도층 중에서도 주폭이 있을 것이다.  

“주폭 단속으로 술 문화 바뀔 것 기대”

우리나라는 술주정이나 술버릇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인데.

주폭 단속으로 술 문화가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술 마시고 함부로 했다가는 큰일난다는 인식이 형성될 것이다. 충북에서는 가을마다 축제를 한다. 축제장은 항상 음악과 술 그리고 행패가 나온다. 주폭들은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행패가 매년 있었으나, 주폭 단속 이후 지난해에는 한 건도 없었다. 술 문화가 개선된 것이고 축제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술 마시고 행패 부리면 잡혀간다는 것이 학습된 결과이다.  

주폭 단속을 언제까지 할 것이며, 목표를 정해 놓은 것이 있는가?

일상화할 것이다. 직감적으로, 인구 1만명당 주폭은 한 명 정도 있을 것이다. 서울에는 주폭이 1천명 정도 있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 충북에서는 100명만 척결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1백9명을 구속했다. 충북 전역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은 목표의 10분의 1 정도 구속시킨 셈이다. 3백~4백명 정도만 구속되면 가시적인 성과가 보일 것이다.

공권력 강화를 의미하는가?

공권력 강화가 아니라 법질서 확립이다. 공권력이 무너져서 결국 누가 피해를 보았나. 서민들이다. 주폭을 척결하니까 서민들이 박수한다. 싱가포르가 유지되는 이유는 강력한 법 집행이다. 돈이 많은 사람은 경찰이 보호하지 않아도 사설 경호원을 쓸 수도 있다. 실추되어 있던 법질서를 바로 세우고,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공권력의 본래 임무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주폭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국에서 동시에 단속해야 효과가 크지 않겠나?

(2010년 9월) 충북청장으로 가자마자 강력하게 주폭 단속을 했고, 주폭 개념은 한 달 정도 있다가 완성되었다. 경찰청에서는 2010년 12월 전국으로 주폭 척결을 확대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지방 경찰청장·경찰서장들이 주폭의 개념과 의미를 제대로 알고 열정을 가지고 시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공권력 강화로 나간다면 위험한 접근이다.

청장님의 주량은 얼마나 되나?

제법 하는 편이다. 누구랑 어떤 자리에 있더라도 대작할 수 있는 수준이다.(웃음)  많이 마시려고 하지는 않는다. 건강상 자제하고 있다. 술에 대한 철학이 있다. 술은 서로 마음을 열게 하는 매개체이다. 술은 미치광이 물이 아니라 신선의 음료이다. 많이 먹을 때는 문제이지만, 적당히 먹을 때는 의미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술버릇이 있나?

나는 술버릇이 좋다고 소문났다. 술 마시고 집에 가서 책을 본다. 물론 기억은 안 난다. 술 마시면 시를 한 수 읊는다. 내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노래를 잘 부르지 않는 편이다. 한 곡 정도 부른다. 일부러 술 마시고 노래방에 가지는 않는다. 애창곡은 설운도의 <원점>이다. 설운도보다 내가 더 나은데 우리 집사람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도 폼은 내가 더 낫다고 얘기한다.(웃음)

술 마신 후 실수한 것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웃음) 실수는 누구나 다 한다. 술 많이 마시면 말이 많아지고 말실수를 하게 된다.

주폭 단속 실적이 서울청 소속 경찰의 인사고과에도 반영되나?

최소한 특진은 될 것이다.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경찰청에서도 그동안 주폭과 관련한 배려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의미 있는 실적이 있으면 배려하겠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가장 큰 인센티브는 특진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칭찬받는 것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

단속도 중요하겠지만 재활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하지 않나?

정신병이 있는 주폭이 많다. 재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부모는 자식이 어릴 적부터 제대로 된 술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고민을 해야 한다. 재활도 그것 중 하나이다. 주폭 척결이 성공하는 이유는 강제로 술을 끊게 하기 때문이다. 교도소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다. 금단 현상이 있지만, 결국 끊게 된다. 그런 다음 재활 치료를 하면 효과가 높다. 서울청에서도 그런 계획을 갖고 있다. 주류협회에서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하더라. 조만간 주류협회와도 이야기할 것이다.

서울청장으로 부임한 지 한 달 정도 경과했다.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지만 주폭 척결 문제가 워낙 커서 이것만 주목받고 있다.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면 서울청장이 주폭 단속만 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런 오해를 사지 않으려고 학교 폭력과 공원 정화 문제 등을 다루는 부서에도 열심히 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는 1천8백47개의 공원이 있다. 하지만 상당 부분 선량한 시민이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 주폭이나 흡연 청소년 등의 우범 지대가 되었다. 딸아이가 공원에 간다고 했을 때 편하게 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정화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변화를 지켜보아 달라.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폭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 시민들께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래야 서로가 사는 길이다. 보복이 두렵고 경찰을 못 믿어서 숨긴다면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주폭 척결이 엄정한 법질서 확립을 하는 경찰의 책무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경찰에게 힘을 실어주고 주폭 척결을 지지해주면 좋겠다. 그것이 법질서와 치안을 확립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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