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형 확 바꾼 SNS의 위치 탐색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06.24 22: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셜 미디어 시대의 대한민국 정치를 통찰하고 분석해

정치의 재발견 유창선 지음 지식프레임 펴냄 264쪽│1만4천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지난해 중동 지역에서 민주화 운동의 깃발처럼 펄럭이는 것을 보았다. 한국에서도 SNS는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성장한 뉴미디어로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지난 4·11 총선에서 SNS가 선거운동의 중요한 도구로서 자리 잡았음을 유권자들이 직접 확인시켰다. 이것은 지난해 치러졌던 분당 을 보궐 선거나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결국 SNS의 영향력이 당락을 좌우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덕분이기도 했다. 그래서 각 정당들은 총선을 앞두고 SNS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전력을 다했던 것이다. 이렇듯 시대의 흐름이 바뀐 상황에서 SNS가 유통하는 정보를 논의와 검증을 거치지 않은 ‘카더라 통신’ 같은 것으로 폄하하던 목소리는 사라진 듯하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는 이런 상황을 두고 ‘소셜 네트워크 민주주의’라는 신조어를 앞세우며 SNS 시대의 대한민국 정치를 분석했다. 그는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 인터넷 개인 방송을 넘나들며 온라인 공간에서 전방위적 평론 활동을 펼쳐 ‘1인 미디어의 선봉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의 한국 정치 지형의 변화상을 분석해 <정치의 재발견>으로 엮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소통하지 않는 정치는 결코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저자는 “시민들은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에 자신의 의견을 올리고, 자신이 공감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전파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다. 거대 미디어들이 주도했던 여론의 일방적 형성 과정은 이제 시민들이 SNS를 통해 아래로부터 자연스럽게 만들어가는 ‘풀뿌리 여론’의 형성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소셜 네트워크 민주주의는 과거 참여 민주주의가 이루지 못했던 미완의 과제들을 성취하고 있다. 정치·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가 과거에는 NGO(비정부 기구)를 통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이제 SNS를 통해 예고 없는 혁명의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씨는 현 정부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불이익을 받았거나 했는지 쓴소리도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는 “나는 방송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보고 듣는 것인 만큼, 할 말은 하되 어느 편에 속하지 말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원칙을 불문율로 삼아왔다. 그러나 그러한 나의 노력은 정권이나 그 하수인들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유창선’이라는 사람은 MB 정부와 코드가 다르고, 따라서 정부를 비판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 껄끄러웠던가 보다. 자신들 편이 아니면 방송에 나올 수 없다는 야만적 폭력이었다. 도대체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아무런 근거조차 없이 마이크를 빼앗고 한 사람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폭력이 어떻게 버젓이 자행될 수 있는 것인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박탈당하는 현실이 그저 통탄스러울 뿐이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방송 파업 사태를 촉발시킨 데 현 정권의 책임이 크다면서, 진나라의 시황제가 학자들의 비판을 막기 위해 책을 불태우는 ‘분서갱유’를 했던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유씨는 보수와 진보 중 왜 진보 쪽이 더 SNS에 적극적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왜 그럴까. 보수는 태어날 때부터 SNS에 둔감하게 태어난 것일까. 개인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 존재하는 SNS 능력의 격차에는 구조적인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SNS의 환경 자체가 그러하다는 말이다. 우선 한국에서 SNS가 급성장한 배경을 이해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한국에서 SNS는 기존의 올드 미디어에 대한 불신 위에서 성장했다.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보수 언론의 편파성과 불공정성에 대해 불만을 가진 많은 사람이 대안 미디어로 생각하고 선택한 것이 바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로그 같은 SNS였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 언론에 비판적인 진보층이 SNS의 중심을 이루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