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식 단일화 후 간판은 ‘국민 후보’로?
  • 안성모·이승욱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6.2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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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보는 ‘안철수 원장의 대권 프로젝트’대선 출마 공식 선언은 8월 말~9월 초일 것으로 관측

안철수 원장과 박영숙 안철수재단 이사장(오른쪽)이 2월6일 안철수재단 설립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연말 대권 향배의 ‘상수’(常數)일까, 아니면 ‘변수’(變數)에 머무를까. 18대 대통령 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권 유력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안원장은 여전히 잠행을 거듭하고 있다. 안원장의 결단이 당초 예상보다도 늦어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 시간이 다급한 민주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이 안원장의 출마 결심을 종용하고 있지만, 안원장은 이에 대해 ‘상처 내기’라며 불쾌감까지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원장의 민주당 입당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섣불리 움직이기보다는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무대 위로 뛰어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안원장은 과연 어떤 방식의 대권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까.

민주당의 대표 경선이 지난 6월9일 막을 내린 후 당 지도부와 일부 대선 주자들은 연일 안원장의 거취와 관련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안원장의) 대선 출마 선언이 늦었다”라면서 “다음 달(7월) 20일까지 입당 여부를 밝혀라”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측의 출마 선언 종용 움직임은 안원장이 민주당 내에 들어와 경선을 치르는 이른바 ‘원샷 경선’ 구도를 안착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출마 선언이 늦어지면서 ‘피로감’이 확산되어 안원장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프레임에 갇히면 진다는 것 알아”

6월7일 열린 2012 대선 후보 초청 ‘국가비전포럼’ 제1탄에 참석한 김두관 경남도지사. ⓒ 시사저널 이종현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안원장측의 반응은 느긋하다. 오히려 채근 대는 민주당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안원장의 대변인 격인 유민영 한림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민주당 일부 인사의 발언은 안원장에 대한 상처 내기이다.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생각하기 바란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안원장 멘토 그룹의 한 정치권 인사는 “다른 대선 주자들도 아직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사람이 많지 않느냐. 본인 입으로 이야기한다고 했으니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안원장을) 흔들어 대고 ‘왜 안 나오느냐’라고 하는데, 그 사람의 (대선 출마 선언) 타이밍은 그 사람 나름대로 있는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안철수 원장측뿐만 아니라 정치 전문가들도 상당수 안원장이 민주당의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은 지극히 작다고 보고 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안원장을 산토끼에 비유했다. 그는 “안원장은 산토끼이다. 산토끼를 집에다 가두면 죽는다. 안원장도 민주당 프레임에 갇히면 진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대권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보이는 안원장이 이를 공식 선언할 시기는 대략 8월 말~9월 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황인상 P&C정책개발원 대표는 “안원장은 마이웨이 방식을 택할 것이다. 8월 중순부터 민주당 경선이 시작되고 9월 말이 추석이라는 시기적 특수성을 감안하면 8월 말에서 9월 초가 본인의 입장을 밝힐 최적기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승리할 후보의 지지율이나 주변 평가를 살펴본 후 대권에서 자신의 역할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단일화를 합의한 것처럼 안원장이 신뢰할 수 있는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선정된다면 안원장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원장이 구상하고 있는 대권 프로젝트는 이른바 ‘박원순식 후보 단일화 방법’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박시장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후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은 야권 단일 후보로서 선거를 치러 당선되었다. 이후 박시장은 4개월여 만인 지난 2월에 민주당에 입당했다.

후보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박시장은 “민주당에 입당은 하겠지만 시기를 결정할 재량권을 달라”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우선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하는 것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 조직력을 갖춘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쉽지 않고, 당선 이후 서울시를 운영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본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안원장도 박시장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 박시장이 야당의 지원을 받는 ‘시민 후보’로 성공을 거둔 것처럼 안원장 역시 야권의 지지 속에서 ‘국민 후보’ 간판을 내걸고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제안한 바 있는 ‘공동정부론’이 공론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 연대를 추진했던 한 핵심 인사는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의 연대를 전제로 한 연합정부추진위원회의 설립이 성사 단계까지 갔었다.

6월14일 열린 6·15 남북 정상회담 12주년 기념식에서 민주통합당 손학규·문재인 상임고문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이번 대선에서는 그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라고 내다보았다. 물론 여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관문이 적지 않다. 양측 가운데 어느 한 곳에서 신뢰를 의심하는 순간 논의는 답보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 밖에 민주당이 경선을 치르지 않고 기존의 정당 외곽에 임시 정당을 세워서 전면적인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범야권을 아우르는 ‘원샷 경선’인데,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평가이다.

지금으로서는 안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지지만, 실제 출마로 이어지지 않거나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서 패배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큰 변수는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의 정치적 역량이다. 그의 지지율이 안원장보다 높아지거나 안원장도 납득할 만한 대안으로 부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민주당 후보가 문제 있거나 지지율이 낮으면 안원장이 출마할 가능성이 크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서울시장 재·보선 때처럼 출마를 하지 않고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도 있다”라고 예상했다. 

막판에 통 크게 양보할 가능성도 배제 못해

후보 단일화에서 패배할 경우도 가정해볼 수 있다. 김능구 이윈컴 대표는 “안원장의 지지율이 현재 다른 야권 주자들보다 월등히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야권 단일 후보에서는 쉽게 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으로 있을 단일화 경선은 기존의 여론조사 방식보다 모바일 투표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 경우 조직력을 무시할 수 없다. 어쨌든 안원장은 다른 후보에 비해 조직력에서 약세이다. 안원장이 대선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이를 극복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황인상 대표도 “민주당 내 일정한 세력이 안원장에게 기대를 갖고 결합을 해야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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