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폭격’ 받는 미국 무인 공격기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2.07.0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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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으로 전투 치렀지만 수많은 민간인 피해자 만들어…반미 감정 부추기는 역작용 불러

지난해 2월4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에드워드 공군기지에서 무인 전투기 ‘X-47B’의 첫 시험 비행이 실시되고 있다. ⓒ AP 연합

미국의 전쟁은 이제 ‘드론 워(Drone War)’로 불리고 있다. 프레데터, 리퍼 등으로 불리는 드론 무인 전투기들이 미국의 전쟁 수행에서 갈수록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호크와 같은 무인 정찰기들도 동원되고 있다. 미군 무인기들은 아무도 모르게 상공에 떠서 정보망에 걸려든 타깃들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다가 미사일이나 폭탄으로 공격하고 있다. 더욱이 미군 무인기들은 비행기는 물론, 비행기가 떠 있는 인근이 아니라 수천 마일 떨어져 있는  미국 본토에서 원격 조정하는 미군들에 의해 군사 공격을 하고 있어 전쟁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꿔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면서 곳곳에서 반미 감정을 촉발시키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나치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드론 워’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의 드론 무인 항공기들은 이제 전체 군용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에는 전체 공군 전력의 5%에 불과했으나 2012년 현재는 30%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무인 공격기들의 작전 비행 시간이 100만 시간에 도달한 바 있다. 임무도 정찰에서 이제는 공격 작전으로 이동했으며, 지구촌 분쟁 지역은 물론 미국 본토에서도 전 지역에 배치되고 있다. 미국의 무인 항공기는 크기·종류·기능·임무 면으로 나뉘어 다양하게 제작되었다. 정확한 숫자는 군사기밀로 되어 있으나 수천 대가 실전에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미국 정부는 본토에서 각종 감시 역할을 맡을 소형·중형·대형 무인기들을 모두 합해 앞으로 10년 동안 무려 3만대를 배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보도했다.

미국은 무인 공격기들을 이제 한·일 양국에도 배치할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해외 작전에 프레데터 33대, 리퍼 32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들을 운용할 미군 1만2천명도 함께 배치된다. 특히 미국은 이들 무인 공격기 가운데 일부를 한국과 일본 오키나와에 실전 배치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북한의 도발 행동과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한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예멘과 소말리아 등지에서 알카에다 테러 조직원들이나 탈레반, 무장 세력을 공격하는 데 선봉에 서온 미군의 무인 항공기에서는 프레데터와 리퍼가 주력을 이루고 있다. 프레데터는 중형의 무인 공격기로 대당 5백만 달러짜리이다. 한번 출격하면 24시간 논스톱으로 비행하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헬파이어로 불리는 레이저 유도 미사일 폭탄 2기를 탑재하고 있다가 타깃을 향해 발사한다. 리퍼는 프레데터보다 더 크고 더 무거운 대신 공격력이 세 배 더 강하다. 헬파이어 미사일도 네 기를 탑재하고 있다. 대신 논스톱 작전 비행 시간은 15시간으로 프레데터보다 짧다.

카터 전 대통령도 무차별 공격에 대해 비판

프레데터와 리퍼에서 가장 값이 비싼 장비는 하나에 100만 달러가 넘는 초고성능 카메라로, 무인 공격기 앞에 사람의 눈처럼 달려 있는 것이다. 이 고성능 카메라로 적의 타깃을 추적하고 실시간 영상을 통제 센터에 보내 역으로 공격 명령을 받아 미사일 폭탄을 발사한다. 미군의 무인 공격기 한 유니트는 프레데터나 리퍼 네 대와 지상 통제 시스템, 위성 데이터 연결망, 조종 통제팀 네 명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드론 워’에서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서 미군의 무인 공격기 프로데터나 리퍼가 알카에다, 탈레반으로 보이는 무장 세력에 헬파이어 미사일 세례를 퍼붓고 있다. 그런데 미군의 무인 공격기는 무려 7천5백 마일이나 떨어진 본토 네바다 사막의 끝자락에 있는 공군기지에서 원격 조종되고 있는 것이다. 네바다 공군기지에 있는 트레일러에 설치된 통제실에서는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공군 장교가 무인 공격기 리퍼의 조종간을 잡고 있다. 실제로 공중전을 치르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적의 타깃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추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찰과 첩보 등을 통해 들어오는 종합 정보를 정보 요원이 분석하고 있다. 타깃이 적들이라는 점을 확신하게 되면 지상 통제소로부터 공격 명령을 받아 이 원격 조종사가 공격 버튼을 누르고 수천 마일 떨어진 상공에서 비행 중인 프레데터나 리퍼에서 헬파이어 미사일이나 5백 파운드짜리 폭탄을 발사하는 것이다. 알카에다나 탈레반, 무장 세력들은 미군의 프레데터나 리퍼가 상공에 떠 있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어디서 조종되고, 언제 미사일을 발사할지를 전혀 모른 채로 있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 등지에서의 테러 전쟁을 수행하면서 프레데터와 리퍼 등 무인 공격기를 동원한 군사 작전에서 미군의 피해 없이 상당한 전과를 거두었다. 2006년 이라크에서는 악명 높던 알카에다 지도자 자르카위를 무인 공격기의 미사일 공격으로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다시 격화되면서  파키스탄 내에 은신 중인 무장 세력들을 제거하는 데 드론 무인 공격기가 자주 동원되고 있다. 2006년 이후 파키스탄에서만 무인 공격기 공격으로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지도자 20여 명을 포함해 7백여 명의 게릴라들을 사망시켰다. 최근에는 예멘 등지에서 알카에다 현지 지도부들을 잇달아 제거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무인 공격기를 이용한 군사 작전은 수많은 민간인 피해자를 내면서 곳곳에서 강한 비난을 사고 있다.  미국의 탐사 보도 기자회가 추적한 바에 따르면 2006년 이후 현재까지 파키스탄 영토에서 가해진 미군 무인 공격기의 공격으로 1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중에서 66~68%는 무장 세력들이었으나 31~33%는 민간인들을 포함한 무고한 피해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프가니스탄 카르자이 대통령이나 파키스탄 정부는 민간인 학살, 주권 침해라고 노골적으로 반발하며 미국에 즉각적으로 무인기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미국의 프레데터나 리퍼 등의 무인 공격기들이 비판을 초래한 이유는 조종사들이 현장에 없는 탓에 무장 세력과 무고한 민간인들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고 무차별로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천 마일 떨어진 통제 센터에서 영상만으로 식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유엔 기구에서는 미국의 ‘드론 워’가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을 지냈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무인 공격기를 동원해 무차별 공격을 하면서 곳곳에서 민간인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미국의 이같은 군사 작전은 지구촌에서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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