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장착한 ‘시한폭탄’이 달린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2.07.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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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불법 부품 유통 실태 / 연간 8백억원어치 추산…대형 사고 상당수가 모조 부품 사용 탓

불법 모조 부품에 부착될 가짜 상품 라벨.

 ‘짝퉁’ 자동차 부품이 극성이다. 완성차업체마다 불법 모조 부품의 유통을 막기 위해 갖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효력이 없다. 국내외 사법기관이 지난해 적발한 현대차용 및 기아차용 불법 모조 부품의 생산과 유통 사례는 100여 건이다. 시가로 2백여 억원 규모이다. 통상 모조 부품 유통상이 보관하고 있는 재고가 3개월분인 것을 감안하면 연간 유통되는 불법 모조 부품 금액은 8백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적발 업체만을 대상으로 추산한 것이므로 실제 불법 모조 부품의 유통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관세기구(WCO)는 ‘전세계 자동차 모조품의 유통량은 진품 유통량의 5~7%이다’라고 추정한다. 불법 모조 부품의 천국은 중국이다. 중국의 무허가 업체가 도매상의 주문을 받아 불법 모조 부품을 대량 생산한다. 불량 부품은 중국 내에서 유통될 뿐만 아니라 다수 국가로 수출까지 된다. 중국 당국은 곳곳에서 ‘짝퉁’ 제조업체를 단속하고 있으나, 수가 엄청나 극히 소수만 단속될 뿐이다.

포장 박스나 검사필증까지 위조

순정 부품은 완성차업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완성차업체의 주문에 의해 협력업체가 생산한 부품이다. 완성차업체가 부품의 품질을 인증하고 제조업체 상표를 부착해 지정 대리점을 통해 판매된다. 순정 부품은 자동차를 제작할 때 장착되는 부품과 같다. 부품 탓에 사고가 일어나면 완성차업체가 책임을 진다. 이에 반해 불법 모조 부품은 값싼 재질을 사용한다. 부품의 신뢰성과 품질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순정 부품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짝퉁 제조업체가 순정 부품의 외형뿐만 아니라 포장 박스나 검사필증까지 위조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주의하지 않으면 불법 모조 부품을 순정품으로 속아 구입하기 일쑤이다. 모조 부품은 겉모습은 순정 부품과 비슷하나 성능이나 품질은 조잡하다.

얼마 전부터 대형 교통사고 상당수가 모조 부품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일어나는 대형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불법 모조품인 휠볼트이다. 휠볼트는 바퀴와 차축을 이어주는 중요 제품이다. 불법 모조품을 사용하면 볼트가 일시적으로 부러져버리거나 바퀴가 통째로 빠져버려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모조 브레이크 패드는 발암물질인 석면으로 제조된다. 구조상 제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마찰재가 쉽게 마모되어 운전자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밖에도 헤드램프, 범퍼, 타이밍벨트, 필터 같은 갖가지 모조 부품이 시중에 나돌고 있다. 타이밍벨트나 각종 필터 같은 제품들은 자주 갈아야 하는 소모성 부품이어서 수요가 많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사용할 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엔진 출력이 저하되기 일쑤이다. 정비 공장에 맡겨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불순물들이 엔진을 마모시켜 출력이 저하되므로 엔진을 분해해서 살펴보지 않는 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

불법 모조 부품 사용으로 인한 대형 자동차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수리점에 맡겨 부품을 교체할 때는 순정품을 사용하는지 여부를 운전자가 꼼꼼히 챙겨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부품은 운전자와 승객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질 짝퉁 부품이 대형 사고를 유발하고 다른 차의 안전까지 해칠 수 있다. 과거에는 위조가 쉬운 브레이크 패드나 필터를 주로 모조했지만 최근에는 시스템 모듈까지도 불법 모조품이 유통되고 있다. 겉모양만 비슷하고 작동이 되지 않는 짝퉁 에어백까지 유통된 적이 있다. 모조 부품은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소비자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짝퉁’ 구별법

비닐에 싸여 진품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힘든 불법 모조 범퍼들.
상당수 운전자는 정비업체에게 자동차 부품의 구입부터 교체까지 일임한다. 자동차에 대한 정비 지식이 없다 보니 교체 부품을 고를 수 없다고 생각하는 탓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만 꼼꼼하게 확인하면 순정품과 모조품을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① 기본적으로 ‘포장 상자’를 확인하라

순정 부품은 현대모비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가 지정하는 대리점이나 직영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부품을 교환하거나 정비를 받을 때 정비사가 가지고 오는 해당 부품 박스에 자신이 소유한 차량의 자동차회사 로고가 인쇄되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순정 부품 박스는 자동차회사 로고가 박힌 상자에 포장되어 유통된다.

② ‘검사필증’을 꼭 확인하라

순정품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검사필증을 확인하는 것이다. 검사필증은 순정품의 안전과 성능을 보증하는 표식이다. 모조 방지 기술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검사필증은 원칙적으로 개별 부품에 부착되어 있다. 부착이 어려운 부품은 포장을 뜯지 못하게 상자 상단 열림 부위에 부착된다. 얼마 전부터 검사필증(홀로그램)마저 위조한 중국산 모조 부품이 나돌고 있다. 이로 인해 갖가지 모조 방지 기술이 채택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3차원 디지털 홀로그램으로 검사필증을 제작해 위조를 방지하고 있다. 떼어내면 ‘MOBIS’라는 글씨가 나타난다. 일단 떼고 나면 다시 사용하지 못한다. 또 검사필증에는 광학 기구나 디지털 리더기로만 확인이 가능한, 숨겨진 이미지가 담겨 있다. 검사필증에 인쇄된 고유번호를 조회하면 순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③ 정비·점검 내역서는 반드시 챙겨라

정비업체는 흔히 경비 총액을 적은 영수증만 고객에게 건넨다. 소비자는 이때 정비업체에 ‘정비·점검 내역서’를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나중에 사고가 나면 분명하게 사후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정비업자가 반드시 점검 전에 견적서를, 점검 후에는 정비 내역서를 발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후 점검과 정비 내역서에는 정비 작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의무화되어 있고, 정비업체는 이를 1년간 보존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자동차 정비를 의뢰했을 때 이를 요청하면 짝퉁 부품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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