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아킬레스건 ‘동생들’
  • 안성모·조해수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7.03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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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령·박지만씨 부부 관련 구설 등 검증 표적 많아…“대선 때까지 제발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

2005년 10월26일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박정희 전 대통령 2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박근혜 전 위원장, 박지만씨, 서향희씨, 박근령씨(오른쪽부터). ⓒ 시사저널 임준선

친박계의 한 핵심 인사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이야기를 하다가도 동생들 얘기만 나오면 인상이 확 굳어진다. “동생들 문제는 듣기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라는 것이다. “누구처럼 도와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대선 때까지 가만히만 있어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박 전 위원장에게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박지만 EG 회장은 또 하나의 아킬레스건이다.

박 전 위원장에게 ‘가족’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의 가족사는 굴곡 많은 한국 현대사를 잘 보여준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청와대 생활을 시작한 그는 22세이던 1974년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총탄을 맞고 유명을 달리하자 맏딸로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5년 후인 1979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마저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집안을 이끌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로부터 3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집권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자리 잡은 박 전 위원장에게 ‘가족’은 대권 행보를 펼치는 데 정치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생인 근령씨나 지만씨는 ‘정치인 박근혜’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검증 대상이기도 하다.

■ 박지만-서향희 부부

박근혜 전 위원장의 동생 지만씨와 근령씨의 법정 싸움에 휩싸인 육영재단 전경. ⓒ 시사저널 임준선
지만씨와 그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의 행보는 일찌감치 박 전 위원장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로 거론되어왔다. 평소 자기 관리에 철두철미한 박 전 위원장과 달리 이들 동생 부부는 여러 차례 구설에 휘말리며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현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여권 인사는 “박지만 부부는 화약고이자 지뢰밭과 같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 야당에서 가만히 내버려두겠나. 외국으로 내보내든지 아니면 빨리 터지는 것이 차라리 낫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최근 그러한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의 올케인 서변호사가 해외 연수를 떠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른 것이다. <시사저널>이 확인한 결과, 서변호사는 아직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 그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새빛’의 조용호 변호사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미국으로 2주 정도 연수를 다녀올 예정인데, 확실한 계획이 서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쯤 여름휴가 개념으로 외국에 나가고는 했다”라며 정치적인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시각은 다르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 친박 진영에서도 지만씨 부부를 걱정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지만씨 부부가 대선 정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는 이유는 그동안 정국을 뒤흔든 굵직굵직한 사건에 이들의 이름이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서민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저축은행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만씨는 삼화저축은행 로비의 핵심 인사로 지목된 신삼길 회장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신회장은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금융권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귀금속 사업으로 경제적인 기반을 다진 그는, 금괴를 변칙 거래한 혐의로 구속되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런 신회장과 지만씨가 오랫동안 친분을 맺어온 것이다. 처음 두 사람의 관계가 알려졌을 때 정치권에서는 나이가 동갑인 점을 들어 학교 동창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2003~04년에 두 사람을 소개시켜주었다는 전직 국회의원의 동생도 등장했다. 어떤 경우이든 간에 두 사람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것은 분명한 셈이다. 지만씨는 신회장에 대해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위원장도 “본인이 확실하게 말했으니 그것으로 끝난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만씨가 신회장과 알고 지냈다는 것만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두 사람의 관계를 부풀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본인의 해명과 달리 의혹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야권에서는 두 사람이 단순한 친분 이상으로 막역하게 지낸 사이라고 보고 있다. 신회장이 2008년 조세 포탈 혐의로 법정에 섰을 때 지만씨가 법원 방청석까지 찾아가 재판을 지켜보았고, 신회장이 저축은행 사태로 연행되기 두 시간 전에 지만씨와 식사를 함께했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민주당의 핵심 당직자는 “지만씨는 이권 개입이 없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신회장 입장에서는 지만씨와의 친분을 사업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회장은 골프 모임을 통해 인맥을 넓혀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화저축은행은 국내 최초로 남자골프단을 창단하기도 했다. 지만씨도 이 모임의 단골 멤버였다고 한다. 한 대기업 오너가 소유한 골프장과 서울 청담동의 한 식당이 모임 장소였는데, 신회장과 지만씨 외에도 대기업 오너, 정부 고위 간부, 친박계 의원 등 여러 인사가 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향희 변호사를 둘러싼 뒷말도 무성하다. 서변호사는 저축은행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직전까지 삼화저축은행의 고문변호사를 지냈다. 삼화저축은행 외에도 여러 기업의 고문변호사와 사외이사를 맡는 등 남편인 지만씨보다 더 왕성하게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서변호사의 정계 진출설이 나돌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의 지역구를 물려받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까지 흘러나왔다. 정보에 밝은 민주당의 한 인사는 “지만씨보다 서변호사를 더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당시 서변호사를 영입한 기업은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이와 함께 미래에 대한 보험 성격도 있기 때문에 서변호사와 가까이 지내려던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만씨 부부와 신삼길 회장 부부는 소망교회에 다니면서 친분이 더 두터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만씨 부부는 지난 2004년 말 소망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주례를 이 교회 설립자인 곽선희 목사가 보았다. 이는 지만씨가 신회장뿐 아니라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인 박태규씨와도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 가운데 하나이다. 소망교회 장로로 알려진 박씨는 최근 박근혜 전 위원장과 만났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인물이다. 박 전 위원장은 자신과 박씨가 여러 차례 만났다고 주장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검찰에 고소한 상태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육영재단 전 직원인 서복이씨를 위증 및 명예휘손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를 불기소 처분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 박근령-신동욱 부부

박근혜 전 위원장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여동생인 근령씨 부부와 벌이고 있는 오랜 법정 다툼이다. 여기에는 육영재단 운영권 다툼 문제도 결부되어 있다. 박근령-신동욱 부부는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도 척을 지고 있는 사이이다.

신동욱씨는 지난해 9월 처남인 지만씨가 자신을 중국 칭다오로 납치해 살해할 것을 지시했다며, 그를 살인 교사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고, 지만씨는 신씨를 무고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1심에서는 신씨의 혐의를 인정해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신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9개월 넘게 구속 수감 중인 신씨는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도 기소된 상태이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해 1월 육영재단 운영권 다툼의 배후에 박 전 위원장이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에 보도되도록 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20일 열린 공판에서 신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근령씨측은 남편인 신씨의 무죄를 강하게 주장하며, 언니인 박 전 위원장 쪽에서 고소를 취하해주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 쪽은 여전히 강경한 자세이다. 이는 자칫 대권을 바라보는 정치인이 형제간 법정 다툼에서 전혀 아량을 베풀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이기만 한다는 차원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 형제간에 몰인정스럽다는 나쁜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다는 데에 박 전 위원장측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양측의 법정 다툼이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근령씨의 한 측근이 박 전 위원장을 무고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사저널>은 이와 관련한 근령씨의 입장을 직접 듣고자 지난 6월26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인근에서 근령씨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박 전 위원장을 고소한 육영재단 전 직원이자 근령씨의 측근인 서복이씨(여·60)도 함께했다. 서씨는 현재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이다.

근령씨는 먼저 자신의 측근인 서씨가 언니인 박 전 위원장을 고소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서씨가 남편(신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적이 있는데, 그때 법정에서 ‘박 전 위원장의 측근인 안 아무개 육영재단 고문이 수십억 원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였으며, 박 전 위원장이 이에 대한 대가성으로 금품을 받았다’라고 증언했다는 것이 언니인 박 전 위원장측의 주장이다. 그래서 서씨를 위증 및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2월 고소했다. 그러나 서씨는 법정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이는 검찰 수사에서도 밝혀져 결국 지난 5월29일 증거 불충분으로 서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서씨가 박 전 위원장을 무고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5월 초 남부지검에 고소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근령씨는 “어머니(육영수 여사)는 (청와대 시절) 억울한 혐의로 잡혀온 사람들을 풀어주기 위해 항상 노력하셨다. 그런데 그 딸인 언니(박근혜 전 위원장)가 남편도 없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일반인(서복이씨)을 상대로 어떻게 있지도 않은 일을 있었던 것처럼 씌워가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언니는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다. 이 소송으로 국민의 입을 막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박 전 위원장이 받았다는 금품과 관련한 의혹이다. 서씨는 “당시 재판 과정에서 나는 금품 운운한 적이 없다. 증인 신문 조서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없는 말을 근거로 나를 고소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박 전 위원장의 금품수수 의혹이 실제 거론되기도 했다”라고 주장했다.

근령씨는 “(박 전 위원장의) 측근들이 언니를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언니 주위에 모인 사람들이 언니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서씨에 대한 소송도 언니가 측근들의 말만 믿고, 잘 모르고 했을 것으로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6월26일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육영재단 사태의 본질과 신동욱 박사와 관련한 소송에 대한 입장 등을 들어보았다. ⓒ 시사저널 이종현
서씨는 “박 전 위원장 형제들의 사이가 벌어진 것은 육영재단 이권을 노린 사람들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했기 때문이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문제이다. 한 예로 나에 대한 소송의 고소 대리인은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김의원은 당시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으로, 법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증인 신문 조서에도 있지 않은 내용으로 나를 고소한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의원은 “서씨가 법정에서 그와 같은 말을 증언하는 것을 들었고, 메모도 해두었다. 서씨의 진술 내용이 왜 증인 신문 조서에 기록되어 있지 않는지는, 당시 담당 재판부에 따져볼 일이다”라고 항변했다.

근령씨는 언니인 박 전 위원장과 남동생 지만씨에게 서운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남편 신씨의 혐의는 친고죄에 해당하는 명예훼손죄이기 때문에, 박 전 위원장이나 지만씨가 고소를 취하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근령씨는 “가족 문제로 더는 아버지 어머니 이름에 먹칠을 하고 싶지 않다. 소송을 거치면서 남편은 모든 것을 잃었다. 남편은 이번 소송에서 (중국에서) 마약을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얼마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남편의 머리카락을 검사했는데, 음성 반응이 나왔다. 결국 무죄 판결이 났지만, 이런 의혹이 세상에 알려진 후 다시 강단에 설 수 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서씨는 “공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근혜-근령-지만 남매의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 합의를 위해 내가 직접 박 전 위원장측에 의사를 전달한 적도 있다. 그러나 전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답답해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위원장과 지만씨측에서는 신씨에 대해 여전히 극도의 불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지만씨의 한 측근 인사는 “박 전 위원장과 박지만 회장은 신씨를 전혀 신뢰하고 있지 않다. 합의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 신씨가 풀려나면, 대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서 또 어떤 말을 할지 모른다. 우리측에서는 딴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판결문으로 (이 사건이) 확실히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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