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들, ‘오명’과 함께 사라지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2.07.0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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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측근들, 줄줄이 권력 비리에 연루되어 몰락…일부 인척들도 검은돈 받고 형사 처벌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시사저널 임준선)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시사저널 박은숙), 신재민 전 문화관광부 차관(ⓒ 연합뉴스) (왼쪽부터 시계 방향).

‘권불십년(權不十年)’,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격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 정부 실세들은 그렇지 못했다. 정권 말기에 들어서면서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역대 정권의 불행했던 전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지 못해 치욕스런 역사가 5년마다 반복되는 셈이다. 

측근 비리의 시작은 이대통령의 50년 지기 친구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2010년, 이대통령의 후원자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로부터 워크아웃이 빨리 끝나게 도와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46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보다 앞선 2009년에는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관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해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시절 서울메트로사장을 지낸 강경호 전 코레일 사장은 강원랜드 인사를 청탁한 대가로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장수만 등 연관된 ‘함바 비리’가 신호탄

측근 비리는 집권 4년차인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함바 비리’ 사건이 신호탄이었다. 함바집은 건설 공사 현장의 식당을 말하는 것으로, 이 운영권을 놓고 권력 실세들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 배건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팀장,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 등이 이 사건으로 옷을 벗었다.

연이어 저축은행 비리로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었다.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과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1비서관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각각 7천만원과 2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역시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1억3천여 만원을 받았다. 이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던 윤만석씨 역시 저축은행 브로커 이철수씨에게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었다.

지난해 9월 <시사저널>의 특종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SLS 이국철 회장 로비 사건은 현 정부의 심장부를 정조준했다. 이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은 뇌물 수수 혐의로 현재 구속 수감 중이다. 당시 이회장은 이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측에게도 수십억 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당시 이상득 의원실 여직원 계좌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7억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의원은 기소되지 않았다. 다만 이의원의 보좌관 박배수씨가 이회장으로부터 6억여 원,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5천여 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되었다.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이 정점 찍어

지난 4월에 터진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은 측근 비리의 정점을 찍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이는 다름 아닌 이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었다.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은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 알선 명목으로 각각 8억원, 1억6천여 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밖에 이대통령의 원로 자문 그룹 ‘6인회’의 일원이었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를 살포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되었다.

이대통령의 인척들도 비리 사건에 대거 연루되었다. 이대통령의 처사촌 김재홍씨는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3억9천만원을 받았다. 또 다른 처사촌 김옥희씨는 공천 청탁 대가로 3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다. 이대통령의 장남 시형씨는 <시사저널>이 지난해 10월 특종 보도한 ‘내곡동 사저’ 문제로 편법 증여 및 부동산 실명제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었으나,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전종화씨는 씨모텍 주가 조작 및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조카 지형씨(이상득 전 의원의 아들)는 한국투자공사의 1조원대 해외 투자 손실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았고, 손위 동서 신기옥씨는 BBK 가짜 편지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권마다 똑같은 ‘권력 비리’ 후렴구…레임덕에는 예외가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게 되면서, 정권 말기마다 어김없이 불거지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 사건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대선을 불과 6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터진 권력형 비리로 인해 이명박 정부 역시 남은 임기 동안 급격한 레임덕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의 형제나 아들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는 끊임없이 터져 나왔지만, 정권 말기 검찰의 수사와 구속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는 김영삼(YS)·김대중(DJ) 정권 때였다. YS 집권 마지막 5년차인 1997년 5월 차남 현철씨가 기업인에게 66억여 원을 받고 12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DJ 역시 집권 5년차인 2002년 3월 삼남 홍걸씨가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되고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로비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차남인 홍업씨도 같은 해 6월 기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알선 수재 및 증여세 포탈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DJ는 재임 기간 두 아들을 한꺼번에 감옥으로 보내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 이전인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와 이후인 노무현 정권 때에는 형제들이 문제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형 기환씨와 동생 경환씨가 전 전 대통령 퇴임 직후인 1988년 3월 비리 혐의로 나란히 구속 기소되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생 재우씨 역시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구속은 면했으나 검찰에서 비자금 수사를 오래 받았고, 처사촌 박철언 전 장관은 슬롯머신 업자로부터 6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도 노 전 대통령 임기 내내 구설에 휘말리다가 결국 퇴임 후인 2008년 12월 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되는 불행한 역사를 벗어나지 못했다. 

집권 말기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는 어김없이 정권의 레임덕 현상으로 이어졌다. 노태우 정권 말기에는 사실상 여권의 권력 중심 추가 차기 대권 주자인 YS에게 쏠리면서 ‘물태우’로 불리는 수모를 겪었고, YS 역시 현철씨가 구속된 이후 급격한 레임덕에 빠졌다. 심지어는 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역시 노무현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바닥권을 헤매면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붕괴되었고, 여당 대선 후보인 정동영 후보가 대통령을 비난하는 극한 상황까지 치닫기도 했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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