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임석 게이트’, ‘형님’ 잡고 정치권 덮치나
  • 감명국·김지영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7.0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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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 수수 혐의로 사법 처리 위기에 놓인 이대통령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운명은?

솔로몬 저축은행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게 될 이상득 전 의원의 2010년 정기국회 개원식 때 모습. ⓒ 시사저널 유장훈

불행한 역사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권력형 비리가 돌출하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권력 실세들이 하나 둘씩 차디찬 창살 안으로 사라져갔다. 급기야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왕차관’ 박영준 전 차관마저 구속되면서, 정치권에서는 “결국 종착역은 SD(이상득)가 될 것이다”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래서일까. 이 전 의원을 7월3일 검찰로 소환한다는 조사 계획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6월29일, 정치권에서는 “올 것이 왔다”라는 분위기였다. 다만,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이름이 같이 거론되자 야권에서는 “검찰을 못 믿겠다”라는 시각이 팽배해졌다. 기획 수사의 냄새가 짙다는 것이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검찰이 또 형식적인 수사를 함으로써 ‘최시중’ 때처럼 제일 약한 혐의를 조금 밝혀놓은 뒤에 안전하게 구치소나 감옥으로 보내는 그런 수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검찰에 일갈하기도 했다.

“임석 회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6월 중순부터였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입을 열었다”라는 얘기가 새 나오기 시작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이 퇴출되는 것을 저지하는 데에 실패하고 자신이 구속되자 체념 반, 배신감 반에 입을 열었다는 것이다. 임석 회장을 아는 한 관계자는 “그가 다수 정치인의 이름을 털어놓은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임회장은 자신의 구속을 앞두고 이를 막기 위해 맹렬 로비를 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를 만났던 한 인사는 “그는 자신이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구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주었다”라고 전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임회장은 마당발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현 정권이 출범하기 전에는 특히 호남 인맥과 연이 깊었다. 앞으로 검찰의 칼날이 여권뿐 아니라 야권으로 번질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이미 수면 위로 떠오른 이상득 전 의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외에 등장인물이 더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정가에 ‘임석 게이트’ ‘솔로몬 게이트’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솔로몬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왼쪽)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 시사저널 유장훈

1차 타깃이 된 인물은 이상득 전 의원이다. 그동안 ‘의혹 덩어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온갖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칼날을 피했던 그가 이번에는 어떤 운명을 맞을지 주목된다.

이 전 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그동안 너무나 많이 불거졌다. 지난해 이의원실의 여직원 차명 계좌에서 발견된 출처 불명의 뭉칫돈 7억원을 둘러싼 조사에서 이 전 의원은 “후원금 등을 모아 장롱 속에 보관하던 돈이다”라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검찰 내에서조차도 “그 출처를 못 밝힌다면 검찰의 망신이다”라고 할 정도였다. 김학인 전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공천 헌금 명목으로 2억원을 수수한 의혹도 여전히 남아 있다. 자신이 사장으로 있었던 코오롱그룹으로부터 고문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프라임저축은행측으로부터 구명 청탁과 함께 4억원을 받았다는 제보도 검찰에 접수되었다. 지난 5월 한겨레는 “포스코 계열인 포스텍이 2010년 6월 부산저축은행에 5백억원을 투자했다가 날리는 과정에 이상득 의원이 개입했다”라는 포스코 내부 관계자의 증언을 1면 톱기사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숱한 인사 개입설 및 권력형 비리와 관련된 의혹마다 이 전 의원의 이름이 늘 따라다녔다.

그 숱한 의혹들 가운데 이번에 검찰에서 포착한 혐의는, 임회장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사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솔로몬저축은행의 주주총회를 무산시켜주는 대가 등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임회장이 자신의 회장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주주총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혐의 입증에 상당한 자신감을 나타낼 만큼 이 부분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설마 그것이 전부이겠는가”라는 말도 나온다. 당장 임회장 관련 부분만 해도 “금품이 더 오갔을 것이다”라는 얘기가 있다. 한 대검 출입기자는 “2007년 대선 직전에 임회장이 이 전 의원측에 금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임회장의 경영 스타일상 유력 대선 후보 캠프에 ‘보험금’ 명목으로 상당한 돈을 전달했을 것이라는 얘기는 그동안 공공연히 떠돌았다. 불법 로비 자금 수수에 불법 정치 자금 수수 의혹이 하나 더 더해지는 것이다.    

철강 가공업체 회장과는 어떤 사이?

검찰이 영업이 정지된 저축은행 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지난 5월7일 솔로몬저축은행 본점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한 자료를 차량에 싣고 있다. ⓒ 연합뉴스
야권에서 검찰의 ‘축소 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솔로몬저축은행 건 하나로 다른 모든 의혹을 덮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검찰도 이런 비판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6월29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임회장 건 하나만 보는 것은 물론 아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코오롱 건과 관련해서도 물증 또는 진술을 확보하고 있을 만큼 입증이 되어 있다. 그 나머지는 아직 의혹만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코오롱으로부터 고문료를 받은 것 외에도 그의 보좌관이었던 박배수씨(구속)가 코오롱으로부터 추가로 1억5천만원 정도를 받은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돈은 이 전 의원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쓴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대한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19대 국회 개원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이 전 의원의 검찰 소환 사태가 몰고 올 파장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현재 대선 정국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위원장측은 “이번 기회에 검찰이 확실하게 의혹을 밝히는 것이 좋다”라는 입장을 말하면서도, 사태가 지나치게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검찰 수사를 최대한 호재로 삼으려는 자세이다. 당내에서 전략가로 통하는 한 인사는 “국회 개원을 앞둔 이 시점에 검찰의 SD 소환 발표가 나온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국회에서 이 문제로 떠들어대기 전에 검찰에서 먼저 선수를 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어차피 내년에 정권이 바뀌면 이 전 의원에 대한 의혹 수사는 불가피한 만큼, 차라리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한 현 정권의 검찰하에서 최대한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자고 하는 것이 지금의 청와대 분위기라고 듣고 있다. 고려대 동문 선후배 관계인 청와대와 검찰의 짜맞추는 식의 수사가 진행된다면 하반기 국회가 시끄러울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검찰 수사로 그동안 애써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던 ‘영일대군’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이 마구잡이식으로 터져 나올 가능성도 크다.    

재계에서는 이런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10대 기업의 한 임원은 지난 3월 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상득 의원은 국내 한 철강 가공업체의 ㅂ회장과 상당히 절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노 전 대통령의 재정적인 후원인)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 철강 가공업체가 현 정부 들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을 때도 서면으로만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재계에서 ‘이의원이 그 철강업체의 ‘뒤’를 봐주는 것이 아니냐’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ㅂ회장은 이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전 차관과도 무척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기자와 사석에서 만나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권력을 촛불에 비유한다면, 촛불에 너무 가까이 가면 다 타버린다. 멀리 떨어져야 한다. 박희태 국회의장도 2008년 국회의원 공천을 못 받았으면 명예롭게 정계를 떠났어야지. 재·보궐 선거에, 그것도 다른 지역구에서 출마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위원장을 연임하지 말고 한 번으로 끝냈어야 했다.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도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진작 떠났어야 했다. 모두가 노욕(老欲) 때문이다”라며 혀를 찼다.

동생인 이대통령보다 먼저 정계에 뛰어들어 6선까지 지낸 이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12월 MB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주변의 정계 은퇴 권유에 적지 않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대통령들의 친인척이 대개 다 불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의 친형은 말할 나위도 없다. 당시 그의 고민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도 원래 18대 총선(2008년)에 안 나가려고 했다. (중략) 내가 외국 나가서 살았다면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이상 의원을 했든 안 했든 이런 고통과 루머에 시달림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았겠나. 내가 완전히 노출된 생활을 하는데도 사람을 만났느니 아니니 하는데, 만일 노건평씨처럼 촌에서 살았다고 해도 말이 나왔을 것이다”라는 말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노회한 정치인인 이 전 의원 역시도 노욕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막 폭발하기 시작한 ‘임석 게이트’는 과연 그의 발목을 확실히 잡을 것인가.


구속 중인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 뉴시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50)은 ‘금융계의 칭기즈칸’으로 불렸다. 전남 무안 출신으로 전북 익산의 한 공고를 졸업한 그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인 1988년 광고대행업체인 한맥기업을 설립해 10여 년 넘게 광고업자로 활동했다. 이때 100억원대 자산을 모았는데, 이를 토대로 1999년 자본금 30억원짜리 솔로몬신용정보를 세웠다. 이후 인수·합병(M&A)을 거듭한 그는 10여 년 만에 자산 5조원 규모의 종합금융그룹을 탄생시켰다. 몽골 기병이 말을 몰고 돌진하는 솔로몬저축은행의 TV 광고처럼 금융계에 진출한 후 거침없이 영토를 확장해나가며 성공 가도를 달린 것이다.

임회장은 마당발 인맥을 자랑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승승장구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대통령 형제가 다니는 소망교회 내 금융인 모임인 ‘소금회’ 멤버로 활동하면서 인맥을 넓혀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정·관계 로비용으로 현금 14억원을 건넨 것도 임회장의 이러한 인맥을 믿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회장이 주도한 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 명단에 여야의 유력 정치인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셈이다.

임회장은 별명처럼 공격적인 경영으로 유명했다. 2002년 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한 그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모델을 개발해 부동산 붐을 타고 큰 수익을 거두었다. 이후 한마음, 나라, 한진 등 저축은행에 이어 2008년에는 KGI증권도 인수했다. 하지만 이같은 몸집 불리기 식 사업 방식은 결과적으로 그를 파멸의 위기로 내몰았다. 부동산 경기가 추락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는데, 덩치가 컸던 만큼 타격도 컸다. 여기에다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기까지 했다. 저축은행업계 대부로 올라선 그의 성공 신화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안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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