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성인쇼’가 한국 안방에도 ‘슬슬’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2.07.1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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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의 , 지난해 이어 시즌2도 인기…“성인 코미디 시대 열리는 조짐” 해석도

ⓒ tvN 제공

미국의 유명 쇼 프로그램 형식을 수입해 ‘19금’을 표방한 케이블 방송 tvN의 <SNL 코리아(Saturday Night Live Korea)> 시즌2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케이블 tv의 간판이 <슈퍼스타K>에서 <SNL 코리아>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뭘 좀 아는 어른들의 쇼’를 표방한 <SNL 코리아>는 벌써 시즌2이다. 지난해 12월 시즌1에서 8편이 방송되고 지난 5월부터 시즌2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즌1은 묻혔다. 시즌2가 시작되고 네 번째 에피소드(6월23일 방송)에서 방송인 신동엽이 나와 이른바 ‘색드립’(야한 농담)을 치면서 폭발했다. 이어서 한국에서 야한 노랫말과 춤 동작의 지존으로 불리는 가수 박진영이 나온 6월30일 방송분도 떴다. “국내에 성인 코미디 시대가 열리는 조짐이다”(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라는 해석도 나왔다. <SNL 코리아>는 섹시한 코드만 넘실대는 쇼가 아니라 정치·사회 풍자 개그도 40% 정도 포함되어 있다. 이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출연했고, 정세균 민주통합당 의원과 정동영 민주통합당 고문 등 대권 주자들이 출연자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섹스 코드의 농담과 시사 풍자의 칸막이가 없어진 것일까.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안상휘 CP에게 이 프로그램에 대해 들어보았다.

미국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는 워낙 유명한 쇼이다. 미국에서 유명 코미디언 중 이 프로그램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 고리를 갖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쇼의 대명사이다. 국내에서도 이 쇼를 어떤 식으로든 접목시키려는 움직임이 많았지만, 생방송과 ‘섹스’와 ‘화장실’을 오가는 ‘과격한 농담 코드’ 때문에 머뭇거렸다.

장진 감독, 시즌2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시사 코미디 주로 맡아

시즌2 조여정 편과 프로그램 담당자인 안상휘 CP. ⓒ tvN 제공
안CP는 “사내에서는 진작부터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방송 역량상 생방송 코미디 쇼를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대본도 단순히 코미디 작가가 아닌 시사 풍자를 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못 하겠다고 미루다가 희곡 작가 겸 연출자인 장진을 만났다. 시즌1에서 장진 사단이 들어와 만들었고, 시즌2에서는 장진 감독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장진 감독은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라고 말했다. 장진 감독이 주로 맡고 있는 시사 코미디가 섹스 코미디와 균형을 이루어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질과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강도 높은 풍자가 들어가는 만큼 수위 조절도 세밀하게 하고 있다. 안CP는 “심의를 많이 의식한다. 정치 풍자를 할 때 사실이 아닌 것이 나가는 게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애매모호한 것, 웃음이 안 나오는 풍자는 날카로워지는 것 같아서 모두 걷어낸다. 섹스 코드가 들어간 농담도 들어서 웃을 수 있으면 용서가 되지만 ‘저게 뭐야’라는 반응이 나오면 뺀다. 리허설만 다섯 번 한다. 생방송 당일 아침에 콩트 리허설 두 번, 카메라 리허설 한 번,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리허설 한 번, 저녁 8시 반에 관객을 앞에 두고 최후 리허설 그리고 관객을 모두 바꾸고 10시에 진짜 공연을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될 만한 것은 계속 자른다”라고 소개했다.

<SNL 코리아>가 기존의 예능 쇼와 다른 점은 농담의 소재와 수위이다. 미국판 SNL은 섹스와 정치권력, 종교, 게이 비하가 주된 소재가 된다. 대신 여성 비하나 피부색에 관한 농담은 금기이다. <SNL 코리아> 시즌1에서 흑인 수녀가 나오는 <시스터액트>를 패러디한 콩트를 내보냈다가 미국 쪽의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SNL 코리아>에 탄력이 붙은 것은 시즌2부터다. “시즌1에서 한 회 마칠 때마다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고민했다. 시즌2는 시사 풍자 코미디를 말이 아닌 쇼로 풀어내고, 슬랩스틱 코미디도 50% 이상 강화했다. 시즌1이 연극적이라면 시즌2에서는 쇼 성격이 강화되었다. 미국판에서는 ENG 카메라로 찍은 브리지 코너가 강했는데 우리는 그것이 약했다. 시즌2에서는 이를 강화해 짝 패러디, 몽정용 디펜드, 겨스퍼 등 30대 이하가 즐길 수 있는 병맛 코드의 농담을 강화했고 이것이 방송된 뒤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성적 농담을 한국식으로 푸는 길도 발견했다.”

<후궁: 제왕의 첩>의 여배우 조여정이 시즌2의 두 번째 에피소드 출연자였다. 여배우들은 섹스 코드가 들어간 역할을 TV에서 하기를 극력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조여정은 <후궁>에서 강도 높은 노출 장면을 소화한 터라 TV 쇼에서까지 섹스 코드가 들어간 농담을 하기에는 한국 현실상 무리였다. 하지만 방송 전날 리허설을 하다가 이전 방송분인 오지호 편을 동영상으로 관람한 조여정이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라고 수락해서 즉석에서 탄생한 것이 조여정의 요가 콩트였다. 이 코너가 방영된 이후 안CP는 “19금 농담의 감을 잡았다”라고 말했다. 배우들이 예능에서 19금 농담을 하는 것을 터부시하지만은 않는다는 것과 그 농담을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감을 잡았다는 얘기이다.

실제로 <SNL 코리아>는 시즌1에서 게스트 섭외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시즌2는 시작 전에 연예인 섭외가 거의 끝났다. 정치인 섭외도 시즌1 마지막 편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출연해 스스로 망가져 검색어 1위에 오르면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시즌2에는 이재오·정세균 의원,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등장한다. 제작진은 9월 초에 방영될 예정인 시즌3에 박근혜 의원과 문재인 의원, 안철수 원장을 출연시킬 계획이다. 문의원쪽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시사 코드와 섹스 코드 묶어 싸구려 같은 이미지에서 탈피

이에서 보듯 <SNL 코리아>은 ‘성인용 농담’이라는 패키지 안에 시사 풍자와 섹스 코드를 묶어놓고 있다. 똑같은 농담도 시사 풍자라는 패키지 안에 넣어두면 전체적으로 싸구려 같은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CP는 “노출을 많이 한다고 해서 성인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웹툰에서는 성인용의 병맛 섹스 코드가 10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다. 유독 TV라는 매체만 그걸 못 따라가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에 시사 풍자를 함께 엮었다. 미국판 SNL은 초지일관 강한 것에 대해 도발을 건다. <나꼼수>라는 팟캐스트는 일관되게 여당을 비판하며 ‘우리 편 모여라’를 외친다. 그것이 먹힌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도, 야도 다 건드린다.” 이런 식의 ‘강한 것에 대한 도발’ 속에 사회적 약자인 ‘게이 비하’가 왜 끼어드는지에 대해서는 안CP도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은 요즘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편은 시청률이 1.9%대까지 나왔다. 밤 12시에 케이블에서 이 정도의 시청률은 공중파로 따지면 19%대에 해당한다. 신동엽은 제작진에게 방송 뒤 “시청률 30%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 같은 것을 체감한다”라고 전했다고 한다. 신동엽은 ‘공중파에서 이런 성인 쇼를 기획해보자는 제안’을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작진이 완성도에 가장 만족한 에피소드는 자체 고정 출연진만으로 쇼를 진행한 크루 편이고, 그 다음이 신동엽 편, 세 번째가 박진영 편이라고 한다. 안CP는 바다와 호란, 은정 등 싱글 레이디 특집을 통해 싱글 여성이 할 수 있는 ‘강도 높은 농담’도 실험해보는 등 한국형 19금 쇼에 대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CJ E&M의 이미경 부회장은 이 프로그램의 절대적인 지지자로, 다른 방송에서 하지 못하는 ‘온리 1’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CP는 “오래오래 이 쇼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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