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볼륨 키우다 ‘사오정’ 될라
  • 석유선│헬스팀장 ()
  • 승인 2012.07.10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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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에 매일 꾸준히 노출되면 난청 생길 가능성 커져…떨어진 청력은 회복 안 돼 예방 신경 써야

난청 증상을 호소해오던 한 여성 직장인이 귀 전문 이비인후과에서 청력 검사를 받고 있다. ⓒ 시사저널 전영기

직장인 김은주씨(가명·31세)는 서울~인천을 오가는 출퇴근 지하철에서 항상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즐긴다. 시끄러운 지하철 소음이 싫은 탓에 볼륨을 최고조로 해서 즐기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몇 개월 사이에 회사 동료들이 하는 말이나 상사의 지시 사항을 잘못 알아듣고 반문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불편이 커졌다. 회사에서 자타 공인 ‘사오정’으로 통하는 그녀는 조기 난청일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에 귀 전문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김씨는 병원에서 순음 청력 검사, 어음 청력 검사, 고막 운동성 검사, 이은향 반사 검사(청각 선별 검사) 등의 청력 검사를 받았다. 그를 진료한 유신영 소리귀클리닉 원장은 “다행히 난청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매일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습관은 ‘소음성 난청’을 부르는 주범이 될 수 있다”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조기 발견해 제때 치료하는 것이 중요

실제로 김씨처럼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매일 스마트폰이나 MP3로 계속해서 음악을 들을 때 이어폰 볼륨을 최대로 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때의 볼륨은 110dB 이상으로, 옆 사람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나이트클럽이나 콘서트 현장과 비슷한 강도의 소음과 맞먹는다. 여기서 말하는 데시벨(dB)은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건강한 청년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의 크기를 0dB로 했을 때 숫자가 커질수록 큰소리가 된다고 보면 된다.

보통 상대방의 1m 정도 앞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65dB 정도이고, 세탁기 소음은 78dB, 사격 때의 총성이나 제트기가 날아갈 때의 소음은 1백40dB 정도 된다. 보통 1백20dB에 다다르면 불편할 정도의 큰소리이고, 1백40dB이면 귀에 통증이 올 정도로 엄청난 소음이다.

유원장은 “90dB 이상의 소음에 하루 8시간 이상, 1백5dB 이상의 소음 하루에 1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이 생길 가능성이 크고, 1백10dB에 1분 이상 꾸준히 규칙적으로 노출되면 영구적으로 청력이 손실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경고했다.

난청이란 말 그대로 듣고 싶은 소리가 잘 안 들리는 증상을 말한다. 정상적인 소리의 전달 경로는 진동이 귓바퀴에 모여져 외이도를 따라 고막에 진동을 증폭시켜 달팽이관이 있는 중이로 전달된다. 이어 청신경이 있는 내이를 거쳐 대뇌의 청각 중추로 전달되어 마침내 소리를 판별하게 되는데, 난청은 이러한 소리 전달 경로에서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이상이 생겨 소리를 듣는 데 장애가 발생하는 증상이다.

특히 외부 소음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소음성 난청’은 업무 수행 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어지러움, 수면 장애 외에 불안감까지 일으킬 수 있다. 심하면 순환기와 위장에 관여해 고혈압과 소장 장애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소음성 난청은 초기에는 고음을 인지하는 기능만 떨어져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에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난청이 일단 진행된 다음에는 한번 떨어진 청력을 회복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예방적 관점에서 매일 꾸준히 소음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지책이다. 물론 난청 증상을 해소할 수 있는 보청기 착용과 인공 와우 이식술 등으로 일상생활의 듣는 불편함을 충분히 없앨 수는 있다.

박문서 강동경희대병원 이명난청센터 교수는 “최근 현대인들에게는 외부 소음과 더불어 복잡한 업무와 대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이 난청을 유발하기도 한다. 건설 현장이나 공항 등 항상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 지내야만 하는 사람이라면 귀마개 등 개인용 소음 방지기를 착용해 소음을 감소시켜야 하며 소음 노출 후 충분한 시간 동안 소음을 피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특히 평소에 이어폰을 많이 사용한다면 가능한 한 최대 볼륨 근처까지 높이지 않도록 하고 음악을 들은 뒤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계속된 소음 노출로 귀가 멍멍하고 이명(귀울림 현상)이 생기면 일단 음악을 더는 듣지 말고, 이런 증상이 계속된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바이러스·혈액순환 장애가 난청 부를 수도

드물기는 하지만 소음성 난청 외에도 바이러스 감염이나 혈액순환 장애 등에 의한 ‘돌발성 난청’도 현대인에게 점차 많이 발생하고 있다. 아직 그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바이러스 감염으로 달팽이관의 청각세포가 급격히 파괴되거나 청각을 담당하는 귓속 달팽이관의 혈관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갑자기 좁아지면서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사회 활동이 왕성한 30?50대에서 발생 빈도가 높고 진행 속도도 빠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인성 난청이나 소음성 난청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소리가 잘 들리지 않지만 돌발성 난청은 2?3일, 또는 발병한 지 수 시간 만에 옆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병의 진행 경과가 빠르다.

때문에 돌발성 난청 치료 역시 빠를수록 좋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발병한 뒤 일주일 안에 치료를 받으면 70% 정도는 정상적으로 청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여기서 한 주를 넘기면 50%로 떨어지고, 2주를 넘으면 30% 미만으로 완치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치료 방법은 약물 복용이 먼저이다. 상태에 따라 혈액순환 개선제나 혈관 확장제, 스테로이드제, 항바이러스제 등이 처방된다. 그 밖에 와우막 파열에 따른 외림프강과 중이간 비정상적 연결이 돌발성 난청의 원인이라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한편 평소 귀가 잘 안 들리는 사람들을 보면 의외로 앞서 김씨처럼 청력은 정상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부분 듣는 습관에 문제가 있다. 듣는 습관은 청력과 상관없이 생각과 더 큰 연관성이 있다.

평소에 딴생각을 하면 잘 듣지 못하고, 관심이 없을 경우 아예 말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라고 보면 된다. 때문에 듣는 습관에 문제가 있어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에는 검진을 통해 청력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남의 말에 귀를 귀울이는 등 듣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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