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김두관으로 돌아오겠다”
  • 경남 창원·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2.07.10 07: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출마 선언·퇴임식 전후 동행 취재 “경선 국면에서 지지율 끌어올릴 비책 준비 중”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본격적인 대권 행보가 시작되었다. 김 전 지사는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에서 7월8일 출마 선언식을 가졌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주요 대선 주자들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전 지사의 지지율은 3% 안팎에 불과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도지사직을 사퇴한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까지 나타나고 있다. 김 전 지사의 대권 길이 순탄치만은 않으리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이다.

마지막 날까지 투자 양해각서 체결 등 분주

ⓒ 시사저널 박은숙
이런 상황에 대해 김 전 지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시사저널>은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마지막 일정에 동행했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는 김 전 지사를 인터뷰하기 위해서는 1박2일간의 밀착 취재가 불가피했다. 7월5일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방문 직후부터 시작된 기자의 동행 취재는 그 다음 날 퇴임식을 가진 7월6일 경남도청까지 이어졌다. 그는 퇴임식 직전까지 도정을 수행했다. 중국 친룽 그룹 리샤오밍 총재를 만나 경남 지역의 관광 및 조선 사업 분야 투자에 대해 의논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 밖에도 도청 내 주요 고위 간부들과 티타임을 가지는 한편, 도청 공무원노동조합실 및 기자실 등을 방문하는 등의 마지막 일정을 소화했다.

7월6일 오전 8시50분께, 김 전 지사가 경남도청 본관 로비로 들어섰다. 도지사로서 마지막 출근이었다. 2층 집무실을 향해 걸어가는 김 전 지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기자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소회를 물었다. 김 전 지사는 “전체 4년의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도에 다른 결심을 하게 되었다. 여러 아쉬움이 있고, 도민들에게 죄송스럽기도 하다”라고 대답했다.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대답 도중 말을 고르려 잠시 뜸을 들이기도 했다. 대권 도전에 나서며 도지사직을 사퇴한 것에 대한 복잡한 심경이 느껴졌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010년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도지사에 당선된 직후 “향후 입당은 없으며, 무소속으로 남겠다”라고 도민들에게 공언한 바 있다. 여러 차례 대권 도전 가능성이 언급되었을 때는 “도정에만 전념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런데 지난 2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맞이해 민주 진보 진영 승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입당하기로 결정했다”라며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번에는 지사직을 버리면서까지 대권 도전에 나섰다. 도민들과의 약속을 번번이 어긴 셈이다. 이에 대해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의식한 탓일까. 김 전 지사는 “도지사직을 중도 사퇴한 데 대해 도민들에게 남길 말이 없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더 큰 김두관으로 돌아오겠다”라는 말을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만약 (대통령이 되어) 국정을 보게 되면, 경남 도정이 국정과 분리된 것이 아니게 된다. 열심히 해서 경남 도정을 멀리서나마 거들 수 있도록 하겠다. 그때 (지사 재임 시절) 미처 못다 한 부분도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당내 경선에 ‘올인’하기 위해서는 지사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런 입장은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김영환 의원 등 당내 경쟁 주자들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이에 대해 김 전 지사는 퇴임식을 전후해 적극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전 지사는 ‘경남도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띄워 ‘지금 우리 사회에는 대한민국이 이대로 갈 수는 없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만연해 있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절박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자 퇴로를 끊고 배수진을 친 장수의 심정으로 힘든 여정에 오릅니다’라고 밝혔다. 대선 출마를 위해 지사직을 내려놓은 것이 ‘퇴로를 끊고 배수진을 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김 전 지사는 대권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당선 가능성을 어떻게 진단하는가”라는 질문에 “나보다야 언론측에서 판세 분석을 잘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판세 분석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겠나. 본격적으로 경선에 들어가야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다른 주자들에 비해 뒤처지는 지지율을 경선 국면에서 뒤집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발언이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007년 17대 대선 도전에서도 인지도에 밀려 쓴잔을 마신 적이 있다. 당시 당내 유력 주자들에 밀려 본게임에 참가하지 못했다. 이번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까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지난 7월6일 퇴임식 직전 김두관 전 지사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이에 대해 김 전 지사는 “그때는 (경선) 여론조사 과정에서 한 번도 정책에 대해 설명한 적이 없었다. ‘인지도 조사’가 되다 보니 밀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정책 대결로 당내 경선 주자들과 겨뤄 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기자가 “현재의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릴 복안이 마련된 것인가”라고 묻자 김 전 지사는 “비책이라서 지금은 공개하기 어렵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낮은 지지율에 대해 적잖이 고민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지사직 사퇴로 경남 지역의 개혁 현안을 추진하는 것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된다는 지적에는 “(도지사로서 추진해야 할 현안들은) 연속 개념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새 지사가 오기 전까지 부지사께서 잘 하시리라 본다. 언론에서 감시를 잘 해주시지 않나. 남아 있는 도청 관계자들이 잘 해결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농촌에서부터 ‘스토리’를 만들어온 점은 좋으나, 젊은 디지털 세대들과 잘 소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라는 의견에는 “그래서 얼마 전에는 (이미지를 바꿔보려) 청바지도 입었다”라며 웃어넘기기도 했다.

“이 정도 고생 안 하고 도전할 수는 없다”

퇴임식이 열리는 강당으로 향하기 직전, 김 전 지사는 “매우 길고 힘든 여정이다. 그렇지만 이 정도 고생을 안 하고 (대권에 도전)할 수는 없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퇴임식 도중 자신의 이력이 소개될 때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잠시 눈을 감기도 했다. 퇴임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서는 “여러분과 함께 저의 임기를 마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현재의 시대 상황은 그런 행복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여러분과 경남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늘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다”라고 말해 도청 직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퇴임식을 마친 후, 김 전 지사는 퇴임식에 참석한 모든 직원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청사를 나섰다. 그로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지사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김 전 지사의 도전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 “더 큰 김두관으로 돌아오겠다”

 ▶ “이상득, 금융위원회에 솔로몬 관련 전화 했다”

 ▶ 경제 민주화 논쟁은 ‘꼼수의 전쟁’인가

 ▶ 요람을 흔드는 ‘비밀 입양’의 함정

 ▶ 무엇이 ‘개가수’에게 열광하게 하나

 ▶ 대학로에서 오래 살아남는 연극의 4대 요소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