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솟은‘네 개의 장벽’ 넘어 도약 가능할까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7.1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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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 지상 검증 시리즈 (마지막 회)┃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①김문수 경기도지사 / ②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 ③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 ④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 ⑤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⑥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7월6일 오후 김두관 경남도지사 내외가 도청 대회의실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한 후 도청사를 떠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대권 레이스에서 강력한 ‘다크호스’로 지목되었던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마침내 결단을 내리고 대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2010년 도지사 선거 당시 했던 “중도 사퇴는 없다”라는 약속을 어기며 도지사 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쳤다. <시사저널>은 대선 주자 검증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김 전 지사의 대권 가능성과 아킬레스건 등을 집중 점검했다.

“만약 대선에 나서게 된다면 죽을 각오로 하겠다”라던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결국 배수의 진을 치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세 번씩이나 도전하는 천신만고 끝에 손에 쥔, 그토록 열망하던 경남도지사 자리를 2년 만에 과감히 던졌다. 그는 7월6일 경남도청에서 퇴임식을 갖고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시골 이장, 군수, 도지사에 이어 대통령에까지 도전하는 그의 ‘인생 스토리’는 많은 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오래전부터 그가 대권 판도의 강력한 ‘다크호스’로 지목되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김 전 지사의 최대 강점이 동시에 또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우선 지난 2010년 도지사 선거 때 “절대 중도 사퇴는 없다. 무소속으로 임기를 다 마칠 것이다”라고 공언했던 도민과의 약속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판은 두고두고 그를 괴롭힐 것이 틀림없다. 그동안 대권 도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비치지 않은 채 가장 늦게 후발 주자로 뛰어든 것을 두고 “준비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전국 여론조사에서 5%도 채 안 나오는 낮은 지지율은 지금 김 전 지사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김 전 지사의 아킬레스건 ‘네 가지’를 집중 점검해본다.     

도지사직 사퇴에 따른 ‘말 바꾸기’ 논란

지난 2010년 5월12일 경남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두관 후보가 경남 진주시에서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두관 전 지사의 도지사직 사퇴를 앞둔 7월4일 국회에서 만난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대선에 뛰어들 결심을 했으면 당연히 도지사직을 과감히 던져야지. 그것이 바로 진정성이다. 지사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한 새누리당의 김문수 지사를 봐라. 벌써 ‘차기’가 아닌 ‘차차기’용으로 평가받지 않나. 결심이 섰으면 이를 밀어붙이는 강단과 뚝심, 이것이 바로 김두관의 강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지사직 사퇴에 대해 당 안팎에서 걱정이 많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반박이다.

이 의원의 말처럼 ‘김두관 캠프’ 주변에서는 도지사직 사퇴는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라는 분석도 끊이지 않는다. 도지사직을 중도에 사퇴한 것이 향후 김 전 지사의 대권 가도에 최대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선 경남도지사 보궐 선거가 오는 12월 대선과 함께 치러진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PK(부산·경남) 대선 득표 전략에 상당한 악재가 될 것이다”라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전 지사의 중도 사퇴로 치러질 12월 경남도지사 보궐 선거는 새누리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중도 사퇴=도민과의 약속 파기’라며 2010년 출마 당시 김 전 지사가 한 약속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문재인 민주당 고문이 “김지사가 중간에 그만두는 것은 저희들(민주당)에게 크게 아픈 일이다”라고 한 발언이나, 문고문을 지지하는 문성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두관 지사, ‘지사직 유지+대선 경선 출마’에 한 표. 후보 확정 후 사임이라면 (도민들이) ‘더 큰 일을 할 후보’로서 사임을 양해해주실 것이다”라고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김 전 지사측에서는 “위기를 느낀 문고문측에서 ‘김두관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문고문이나 문 전 최고위원의 우려가 민주당이나 범야권 전체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반박도 만만찮다.

신교수는 김 전 지사측의 전략 부재가 결국 도지사직 조기 사퇴라는 막다른 골목까지 오게 했다고 비판한다. 그는 “김 전 지사가 2002년 대선 프레임에 너무 얽매여 있다. 역사는 그렇게 쉽게 반복되지 않는다. 김 전 지사의 가장 큰 장점은 스토리 있는 삶인데 이를 지역 구도로 스스로 매몰시키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자신의 중도·합리적 성향을 어필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영·호남 지역 구도에 너무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스토리를 부각하고 중도와 화합의 이미지로 갔어야 했다. 지난 4월 총선이나, 5월의 통합진보당 사태, 6월의 전당대회 등 문고문과 분명한 차별화를 꾀하며 자기 목소리를 좀 더 분명히 낼 수 있는 기회가 몇 차례 있었음에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기회를 잃은 측면이 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굳이 도지사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지 않더라도 민주당 경선에 도전해볼 만했다. 전략에서 다소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지부진한 여론조사 지지율

김두관 전 지사측의 최대 고민은 역시 여론조사 지지율의 부진에 있다. 지난 5월에 이미 그의 대권 도전은 기정사실화되었고, 6월부터는 사실상 대권 행보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지금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좀처럼 5%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 정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계속 2%대를 유지하다 지난 6월25일 3.6%로 상승했으나, 7월2일 다시 2.8%로 꺾였다. 모노리서치 정례 여론조사 결과 역시 6월의 4.0%에서 7월 들어 오히려 3.2%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정례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그나마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범야권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김 전 지사는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고문은 물론 손학규 전 대표에게도 밀린 채 4위에 머무르고 있다. 7월1일 오마이뉴스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 전 지사가 10.1%로 문고문(25.2%)에게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뒤처져 있다. 그나마 정치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고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이다. 프레시안이 실시해 지난 7월1일 발표한 정치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김 전 지사는 문고문(35.6%)에 불과 0.9%포인트 뒤진 34.7%로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 승리 가능성을 묻는 조사에서는 23.0%로 문고문(61.7%)과의 격차가 38.7%포인트 차로 크게 벌어지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시사저널>이 지난주에 분석했던 대로 역대 대선의 사례를 볼 때, 선거를 불과 6개월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5%도 채 넘지 못했던 대선 주자가 당의 최종 후보로 선출되거나 대선에서 당선되는 경우는 없었다. 따라서 지금 김 전 지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쫓기듯이 다급하고 적극적인 행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올해 대선은 ‘안철수 현상’이라는 독특한 상황이 있는 만큼 변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김 전 지사는 도지사 사퇴와 공식 출마 선언을 한 7월에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김두관 캠프’에서 조직을 담당하게 된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4일 기자와 만나 “지금의 여론조사 지지율로는 절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사실 지금쯤 김지사의 지지율이 7~10% 정도는 나와 주고, 문고문과의 격차도 한 자릿수 이내로 좁혀져야 한다. 이번 주말에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공식 출마 선언을 하면 7월 안에 두 자릿수 지지율과 한 자릿수 격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 검증 시비

지난 7월6일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도청 대회의실에서 퇴임 인사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김두관 전 지사는 29세의 나이에 총선(1988년)에 도전하는 등 지금껏 모두 여덟 번에 걸쳐 총선과 지방선거에 나섰다. 그것도 새누리당의 텃밭인 경남에서 모두 민주당이나 무소속으로 나섰고, 거기서 세 번 ‘기적’을 일구어냈다. 특히 2002년 이후부터는 한 해 걸러 한 번씩 선거가 있는 짝수 해마다 어김없이 선거에 나섰다. 만약 올해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 기록은 10년째 계속 이어지는 셈이다. 그를 ‘선거의 달인’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런데 주변에서 “김 전 지사에게 지방선거나 총선은 몰라도 대선은 준비가 안 된 느낌이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25일 민주당 민평련 주최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가 그 발단이 되었다.

민평련은 고 김근태(GT) 상임고문이 주도한 조직으로 ‘GT계’로 불리기도 한다. 현역 국회의원 25명에 단체장, 지역위원장까지 모두 50여 명이 소속된 조직으로 단일 계보로는 당내 최대 조직으로 평가받는다. 때문에 김 전 지사나 안철수 원장 등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선 주자들이 민평련 잡기에 공을 들인다는 얘기가 많았다(24쪽 딸린 기사 참조). 민평련 역시 대선 주자들을 꼼꼼하게 검증해서 특정 주자 한 명을 밀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준비했고, 그 첫 번째 대상으로 김 전 지사를 초청했다. 당내 유력 주자인 문재인 고문이나 손학규 전 대표를 제쳐두고, 당시 대선 출마 공식 선언도 하지 않은 김 전 지사를 첫 번째 대상으로 삼은 것을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 얘기들이 많았다. “사실상 민평련이 김 전 지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추측이었다. 김두관계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GT의 영향을 받아 민평련은 ‘친노의 패권주의’를 싫어한다. 따라서 문고문과는 확실히 거리감이 있다. 손 전 대표가 GT와의 개인적 친분을 적극 내세우지만 성향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우리 쪽을 밀어줄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민평련 쪽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김 전 지사 초청 토론회에 참가했던 민평련의 한 핵심 인사는 “맨 처음 토론회에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김 전 지사가 상대 후보들보다 다소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내용이 부실한 면이 있어 놀랬다. 지사 퇴임과 출마 선언을 앞두고 바빴는지, 전반적으로 준비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여러 분야의 질문을 한다고 이미 공지를 했고, 또 충분히 예상되는 부문의 질문이었음에도 답변에서 자신 있는 부분과 자신 없는 부분이 확연히 차이가 났다. 특히 경제 민주화와 사회 복지 정책 등은 대선에서 핵심 키워드이기 때문에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빠른 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로 아쉬움을 표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패권주의를 배격하고 가치를 중시하는 이른바 ‘김근태 정신’을 앞세우며 진보 개혁 진영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민평련의 성향으로 볼 때 현재 민주당 내 대권 주자들 가운데서 김 전 지사가 가장 근접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 토론회 이후 분위기가 확실히 좀 바뀐 듯하다. 민평련 내부에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군수와 도지사 시절의 구설

김두관 전 지사가 자신의 고향인 남해를 기반으로 시골 이장에서 군수를 거쳐 도지사까지 이르는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남해신문의 성공에 있었다. 1988년 남해군 이어리 이장으로 선출된 그는 이듬해인 1989년 지역 주민 주주 공모를 통해 남해신문을 창간했다. 선후배들의 지원을 받아 ‘군민주’ 형식으로 신문을 창간했기 때문에 광고나 촌지 등 외부로부터의 자금 수혈 없이 재정에서 자립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남해군수로 당선된 이후에도 수개월 동안 남해신문의 대표직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 2003년 행자부장관 임명 때 이 문제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공격 빌미가 되기도 했다. “공무원의 ‘영리 기업에의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 전 지사측은 “군수 당선 이후 곧바로 남해신문에 사표를 냈다. 이후 신문사 일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류 처리가 늦어졌던 것을 몰랐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김 전 지사는 군수 선거 당시 경쟁 후보였던 민자당(한나라당의 전신) 강태선 후보를 비방하는 기사를 남해신문에 싣고 이를 선거운동에 이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2심에서 벌금 80만원을 받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와 함께 공유수면 매립 인·허가 비리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이 아무개씨와의 개인적 인연 때문에 김 전 지사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씨가 관련 업체 직원에게 “내가 김두관 찾아가서 잘 좀 부탁한다고 말했다”라고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온 것이다. 이씨는 김 전 지사의 동아대 후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올해 초 경남도 출자 기관인 경남개발공사 관광개발본부장(1급 상당) 공개 채용에 지원해 합격자 결정을 기다리던 중 검찰 수사 사실이 드러나 임용이 전격 취소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지사측은 “동문 선후배 인연으로 이씨를 알고 지낸 것은 맞지만, 공유수면 매립 인·허가에 개입한 사실은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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