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한계 또 보여준 타임스퀘어 출정식
  • 장혁진 인턴기자 (hyokjin2@naver.com)
  • 승인 2012.07.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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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강조한 타임스퀘어 출정식에서 열렬한 지지와 다양한 시도 있어 / 이면에는 저조한 젊은층의 참여와 시민단체와의 불편한 동거

지난 7월10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 앞에서 열린 대선출정식에서 박근혜 의원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7월10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날 이곳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의 대통령 선거 출마선언식이 열렸다. 예상 밖의 장소였다. 박 의원 측은 출마 선언식 장소를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 “열린 공간에서 국민들과 소통하려는 박 의원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장소에서 출마를 선언해 그동안 박의원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불통’을 ‘소통’으로 전환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실제로 이번 출마 선언식에서는 시민들과 소통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박 의원에게 바라는 점을 엽서로 적어 박 의원에게 전달하고 그 내용을 공개하는 자리도 마련되었다. 행사 마지막에는 현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과 박 의원이 함께 가수 해바라기의 노래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부르기도 했다.

이날 타임스퀘어 광장에는 약 1천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박근혜 의원을 기다렸다. 오전 10시 30분 쯤 박근혜 의원이 무대에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정작 객석에서 박근혜 의원의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다. 무대의 높이가 낮고 수십 명의 기자들과 카메라들이 무대와 객석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탓이다. 몇몇 지지자들은 행사 중간 기자들에게 “고개를 숙여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행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50~60대의 노년층이었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젊고 역동적인 공간을 출정식 장소로 삼은 것과 달리 젊은 세대와 소통한다고 읽히기에는 어려운 풍경이었다.

박근혜 의원의 출정식에서 한일정보보호협정에 관한 입장을 요구하던 대학생들이 박의원 지지자에 둘러쌓여 있다.@시사저널 장혁진
박근혜 의원이 출마선언문을 읽기 시작하자 군중 속에서 누군가가 큰소리로 “박근혜 의원은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십시오!”라는 외침이 들렸다. 덕성여대 석자은(23) 사회대 학생회장과 대학생 5~6명은 옆에서 함께 소리를 높였다.

현장에서 이를 못마땅하게 보던 박근혜 의원의 지지자들과 이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흥분한 지지자들은 석 씨의 입을 틀어막거나 주변에 있던 여학생의 머리채를 잡아끌기도 했다. 곧이어 경찰들과 사복 경호원들이 달려와 대학생들을 타임스퀘어 지하 계단으로 인도했다. 지지자들은 “빨갱이들!” “감옥에 집어넣어야 한다”라며 학생들이 현장을 떠난 뒤에도 한동안 분을 삭이지 못했다. 석 씨는 이 과정에서 가벼운 부상을 입었지만 몸에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기자회견에 지지자들은 불편한 기색

이날 대선 출정식 현장에는 박의원이 소통해야 할 상대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타임스퀘어 광장에는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반값등록금실현국민본부, 참여연대 등 소속회원 30여 명이 출정식 30분 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국가를 경영하려는 분은 교육 복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밝혀야한다”라며 박근혜 의원의 반값등록금 공약 실천을 강조했다. 이들은 '반값등록금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박근혜가 꿈꾸는 나라에 대학생은 없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박근혜 의원은 교육 비리 재단 의혹을 해명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현장에 모인 대부분의 박근혜 의원 지지자들은 이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근혜 의원 팬카페인 ‘근혜동산’의 회원인 임정식(44) 씨는 “문재인 후보의 출정식 때는 조용하던 학생들이 여기 와서 큰소리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의원의 대선 출정식을 보기위해 강원도 원주에서 왔다는 대학생 박경환(22) 씨는 “평소 박근혜 의원이 대학생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 소란이 벌어진 것 같다. 그렇더라도 학생들이 굳이 과격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한다”라고 말했다.  

7월10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반값등록금 등 교육 공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시사저널 장혁진

박 의원은 행사에 앞서 “다양한 연령대, 계층의 사람들이 많이 오셨으면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불통의 리더십’을 청산하고 소통 의지를 내세웠다. 행사 전 홍사덕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55세 이상의 당 중진은 박 전위원장 반경 5.5m 옆에 오지 말라”라고 말했지만 막상 박위원장의 연단 주변과 광장에는 5.5m 이상 떨어져야 할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소통을 시도해야 할 다양한 계층 중 일부는 행사장에서 분리되었고 그렇게 대선 출정식은 막을 내렸다. 행사가 끝나자 박 의원은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다음 장소로 서둘러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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