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담보’ 잡아 배 불린 공룡 은행들
  • 조명진│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
  • 승인 2012.07.1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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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은행들의 LIBOR 조작 사건을 통해 본 금융 위기 실체 / 금융 시장 세력과 규제 기관들이 합작한 부패여서 더 충격

지난 7월3일 영국의 대형 은행인 바클레이즈 최고경영자직을 사임한 밥 다이아몬드. ⓒ EPA 연합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바클레이즈의 LIBOR 조작 사건은 4억5천3백만 달러의 벌금 징수,  밥 다이아몬드 CEO와 마르커스 아기우스 회장의 사임으로 이어지며 영국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바클레이즈 은행의 LIBOR 조작은 다른 영국의 15개 은행들과 함께 진행해온 통상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 실세들의 비호 아래 진행되어왔다는 점이다. 캐머런 총리가 이 사건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LIBOR 조작에 대해서는 머빈 킹 영란은행 총재와 오스본 재무장관도 인지하고 있었다. 또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노동당 정권의 브라운 총리도 LIBOR의 인위적 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이 더 크다.

LIBOR는 런던 은행들 간 제시 금리(London Interbank Offered Rate)의 약자로, 은행 간 차입 비용을 산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LIBOR는 영국은행연합회(BBA)가 매일 16개 주요 은행 간 차입 금리를 수집해 최고 및 최저 금리 일부를 제외해 평균치를 산정해서 고시하고 있다. 그래서 바클레이즈 은행 단독으로 LIBOR를 조작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미 로열뱅크 오브 스코틀랜드의 LIBOR 거래와 관련한 사기로 다섯 명의 직원이 책임을 지고 해고당했다. 그러나 언론은 관련자 수와 범위로 볼 때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영국의 공영 TV 방송인 BBC는 이번 LIBOR 조작은 자본주의 작동 방식이 맞는지 근본적 회의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세계 금융기관들이 모기지 대출에서부터 복잡한 금융 도구에 이르는 모든 것에 대해 지불하는 이자를 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LIBOR는 3백55조 달러에 달하는 금융 상품에 금리를 책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국제 금리 벤치마크이다. 그러면 금융 위기에서 살아남은 대형 은행들의 포트폴리오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대출 이권 노린 이해 당사자들의 탐욕이 화근

2008년 10월19일자 뉴욕타임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의한 미국 주택 시장 붕괴의 원인은 느슨한 정부 규제, 비뚤어진 파생 금융 상품, 과다한 부채, 지나친 탐욕이며, 여기에 관련된 사람들은 금융가, 대출자, 주택개발업자, 정치인, 관료이다’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복잡하게 얽힌 대출 환경과 대출 이권을 노린 이해 당사자들의 합작품이라는 말이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구제 대상이 되어 법망에서 벗어난 대형 은행들은 오히려 더 기고만장해졌다. 7천억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구제 금액의 수혜자인 이들 은행은 금융 위기 이후 1년 6개월간 이보다 일곱 배나 많은 4조6천억 달러를 현물 사재기에 쏟아부었다. 여기서 모건스탠리는 1조2천9백70억 달러를 썼다. 3대 은행별로 보면, 뱅크오브아메리카가 2조 달러, JP모건이 6천6백50억 달러, 골드만삭스 7천2백19억 달러를 썼다. 이 세 은행의 투자 액수는 당시 미국 재정 적자보다 세 배나 많은 액수이고, 당시 중국의 외환보유고 2조 달러보다 두 배가 많은 금액이다. 결국 이들 은행은 구제받을 필요도 없을 정도의 현금 동원 능력을 지녔는데도 정부 구제를 통해서 자금력을 더 확보한 셈이다.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일반 납세자들은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모건스탠리는 가격 조작에 관련된 사실(<시사저널> 제1169호. 2012년 3월14일자)과 페이스북 IPO 주식 5% 대량 매입을 통한 작전 구상으로 볼 때, 기존 은행이라기보다는 헤지펀드식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08년 월스트리트를 휩쓴 금융 위기는 보스턴 대학 로렌스코틀리코프 교수의 표현대로 ‘비밀 게임과 대규모 부패의 결과’였다. 그럼에도 월스트리트에서 살아남은 대형 은행들은 더욱 입지를 공고히 해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그 중심에 골드만삭스가 자리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함께 ‘주택 가격 하락’에 베팅한 파생상품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를 만든 헤지펀드 폴슨앤드컴퍼니는 10억 달러를 벌었지만, 골드만삭스를 통해 이 파생상품을 구매한 기관 투자가들은 10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게다가 골드만삭스는 그리스 정부의 분식 회계에 협조했음에도 어떠한 법률적 책임을 지지 않고 법망을 피해갔다.

미국의 금융 위기를 다룬 책 <The Colossal Failure of Common Sense>의 저자 로렌스 맥도날드는 CDO 시장을 일컬어 ‘가장 큰 속임수 게임(biggest sucker’s game)’이라고 비판하면서, 골드만삭스 내에서 헤지펀드인 폴슨앤드컴퍼니를 운영한 존 폴슨이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와 합작해서 돈을 벌었다고 비판했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고동원 교수는 미래전략연구원의 7월9일자 ‘금융기관 자기 자본 거래(Proprietary Trading) 규제 강화의 국제적 동향과 대응 방안’이라는 기고를 통해서 볼커룰(Volcker Rule)을 다루었다. 볼커룰은 올해 5월 미국 최대 은행 중의 하나인 제이피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 & Co.)가 신용 파생상품 투자에서 2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자기 자본 거래(proprietary trading) 규제를 강화하는 규정으로 다시 한번 주목되었다.

자유 시장 경제의 논리 왜곡시킨 주범

볼커룰은 2008년 세계적 금융 위기 이후 미국에서 금융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2010년 7월에 제정된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Dodd-FrankWall Street Reform and Consumer Protection Act of 2010)상의 제619조 및 제620조를 말한다. 볼커룰은 한마디로 은행 등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 투자 거래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 위기 때 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자기 자본 거래와 헤지펀드 및 사모 펀드 투자 등 과도한 위험 투자 거래 행위를 한 결과,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미국 정부는 이들 대형 금융기관을 구제하기 위해 공적 자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볼커룰은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위험 투자 거래 행위를 해 금융 위기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볼커룰은 2012년 7월21일부터 시행되는데, 2년간의 경과 기간이 있어 실제 시행일은 2014년 7월22일이 된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재발을 막자고 도입된 법의 시행일을 보면 해당 법령을 집행하겠다는 의지가 과연 얼마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금융 위기 때 겨우 살아남은 후 전횡적인 투자를 더욱 서슴지 않는 미국의 대형 은행들과, 이번 바클레이즈의 LIBOR 조작이라는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자본주의는 더는 자유 시장 경제의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서 가격은 더 이상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해서 정해지지 않는다. 그러면 무엇이 자본주의의 근간인 자유 시장 경제를 왜곡시켜놓았는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 대학 교수는 금융 위기를 불러온 은행들의 잘못된 처신, 규제 기관의 실패,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느슨한 통화 정책을 언급하며, 그 주체는 금융 시장과 규제 기관들이라고 지목한다. 이처럼 자본 시장의 왜곡은 <머니모닝>의 편집자 샤 질라니가 ‘매트릭스(Matrix)’라고 일컬은 복합적 조직체에 의해서 벌어지고 있다. 이 매트릭스의 핵심 플레이어들은 보이지 않은 시장 세력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각국 중앙은행, 에너지회사, 언론 그리고 각국 정부의 금융 규제 기관처럼 버젓이 보이는 실체들이다. 이런 점에서 스티글리츠 교수가 그의 저서 <Freefall- 끝나지 않은 추락>에서 지적한 ‘정부와 시장의 역할 사이의 균형이 깨졌다’라는 말은 바로 자본주의의 위기를 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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