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너지 패러다임 구조조정 중
  • 도쿄·임수택│편집위원 ()
  • 승인 2012.07.16 18: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요자 중심으로 정책 바꿔…절전 혁신과 대체 에너지 사용에 초점

지난 6월28일 일본 도쿄의 노다 총리 집무실 앞에서 시민들이 원전 재가동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EPA 연합

일본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이다.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는 일환이기도 하다. 혁신적인 에너지 및 환경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원전 50기의 가동이 중지했다. 그러다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철을 맞아 대형 공장이 많은 간사이 지역 내 기업들의 요구에 못 이겨 후쿠이 현에 있는 오오이 원전을 재가동했다.

그러나 아직도 재가동에 대한 찬반 대립이 일어나고 있다. 재가동을 하더라도 한시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전기 요금은 인상되었고, 전기는 여전히 부족하다. 진퇴양난이다. 중·장기적인 에너지 대책이 국정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지속 성장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고, 국민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절전 운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이다. 지난해야 지진과 쓰나미 원전 사고 등으로 어쩔 수 없었다지만 올해 또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데에 불만이 적지 않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각 기업에 전력·석유 사용량 대폭 삭감 지시

방향은 절전 혁신과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일본에는 에너지 위기를 극복한 성공 사례가 있다. 1973년과 1978년의 1, 2차 석유위기 때이다. 당시는 고도 성장기였다. 대량 에너지 소비형 중후장대 산업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일본 정부는 11개 업종에 대해 전력과 석유 사용량을 10% 삭감하라고 지시했다. 일반 기업에는 각각 20% 삭감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정부 조치와 별도로 기업의 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동시에 대량 에너지 소비형 산업에서 에너지 절전형 산업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같은 경박단소 산업의 비중이 커지게 되었다. 지금의 위기에 대한 답을 과거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고 제조 공장은 저소비 에너지로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또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원전 가동 중지로 인해 생긴 공백을 태양광·태양열·풍력 등 대체 에너지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핵심은 태양광발전이다. 메가 프로젝트 시동을 걸었다. 100억 엔(1천4백억원)을 출연해 ‘자연 에너지 재단’을 만든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앞장섰다. 교세라·미쓰이화학·도시바·미쓰이물산·오릭스 등 대기업들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각 지역에서도 지역에 필요한 전력은 자신의 지역에서 만들어 소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도쿄 도 세타가야 구의 경우 인구 88만명의 전력 소비 지역이다. 여기서는 태양광이나 태양열 중심 기구의 설치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전력회사에서 구입하지 않고 독립형 발전회사에서 싼 가격에 전력을 사서 사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세타가야 구 일부 시설은 입찰을 통해서 전력을 사서 사용하고 있다. 또 동북부 지진 피해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도쿄에서 사용해준다면 피해 지역의 복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 역시 기존의 화석연료에서 신재생 에너지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바로 신재생 에너지의 전량 구매이다. 태양광, 풍력 등을 통해 발전한 전기를 정부가 전량 의무적으로 구입하는 제도이다. 지난 7월1일부터 실시되었다. 가격은 태양광(10kw 이상)은 1kw당 42엔, 풍력(20kw 이상)은 23.1엔, 지열(1만5천kw 이상)은 27.3엔, 중소 수력(2백kw~1천kw 미만)은 30.45엔이다. 매입 기간은 지열은 15년이지만 나머지 에너지는 각각 20년이다. 에너지 비즈니스 사업의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일부에서 구매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 발전 사업자에게 지나치게 이점을 준다는 반대 여론도 없지 않다. 하지만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정부는 이를 강행했다.

소비자 협조받아 발전소 부담 줄이는 쪽으로

일본 도쿄의 지하철역에 설치된 전기에너지 사용량 현황판 옆으로 승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 EPA 연합
에너지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기업과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절전 운동도 에너지 정책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절전 운동이라기보다는 절전 혁신에 가까운 변화이다. 가정과 기업에서도 의식 개혁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수요자 반응(demand response)이라고 말하는 새로운 수급 조정 구조이다. 수요자 반응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이용자인 수요자가 자발적으로 절전에 참여해 수요를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전력회사는 그만큼 전력 공급을 줄일 수 있게 되고 설비의 일부를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 절전에 참여한 기업에게는 보상금으로 보전해준다. 전력 사용이 정점에 이를 때의 전력량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이다. 지금까지 전력회사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전력 수급 조정 체계를 바꾸어 전력을 사용하는 쪽도 당사자라는 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절전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이다.

또 전력 공급을 가정이나 기업의 수요에 공급을 맞추어 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에 맞출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전력을 사용하는 새로운 사회를 구현하고자 한다. 전력 수급 패러다임의 일대 변화이다.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 의식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예산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친환경 주택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태양광발전 시스템이나 가정용 연료전지에서 차세대형 전기자동차 도입까지, 이른바 ‘스마트 하우스’가 탄력을 받고 있다.

전기 부족과 전기 요금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생산 현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생산 효율 우선에서 소비 전력을 줄이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바뀌고 있다. 제조 공법도 바뀌고 있다. 코마츠 아와즈 공장의 다케하라 실장은 “기계를 생산하는 코마츠 공장 현장에서는 볼트를 죄는 공구는 지금까지 전용 시설에서 직접 공기를 보내는 타입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압력을 계속 가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전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예 전기를 사용하는 대신 배터리로 움직이는 타입으로 바꿨다. 전원은 태양광발전을 이용했다. 전력 소비량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사용하기도 편리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절전과 관련해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절전 컨설팅회사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부족한 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많은 정책과 아이디어 가운데 근본적인 해결책 중의 하나는 역시 의식 전환이다. 지금까지의 시스템은 집중 관리형이었다. 전력회사가 발전하면 소비자들이 의식하지 않고 사용해왔다. 그만큼 발전소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자립 분산형으로 생각을 바꿔야 할 때이다. 전력회사도 중요하지만 일반인도 발전 사업자가 되고 기업들이 서비스에 참여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전력의 수급에 협조하는 것이야말로 작아 보이지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의 지름길이다.

오랜 세월 전력회사도, 국가도 공급자로서의 관점이었고 수요자와의 협력이 경시되어왔다. 하지만 원전 사고에 따른 전기 부족으로 공급자 중심 시각에서 수요자 중심 시각으로 바뀌고 있다. 수요자·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야흐로 에너지 분야에서도 쌍방향 소통이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주목할만한 기사>

 ▶ 민주당 대의원 여론조사, 대통령감 '김두관', 최종 후보는 '문재인'

 ▶ ‘안철수 딜레마’에 머리 복잡한 민주 빅3

 ▶ 연장전’으로 간 신한지주 내분 사태

 ▶ 자본주의 ‘담보’ 잡아 배 불린 공룡 은행들

 ▶ 조여정,“날 던져 승부하고 싶을 때 <후궁> 만나”

 ▶ 개국 공신과 ‘고객 효과’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